"尹이 용기 북돋아줘…현실 정치 뛰어든 계기"
"보수 엘리트 이미지 깰 것…전대 득표율 1위 목표"
[더팩트ㅣ종로=신진환 기자] "법조인·교수·관료 출신 등 딱딱한, 어떤 정형화된 엘리트그룹이라는 보수 정당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저는 그 틀을 깰 수 있는 사람이다."
대중적으로 진보 정당은 민주주의를 이끈 운동권 출신 인물이 다수 포진해 있고, 보수 정당은 사회 지도층 출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보수 정당은 기득권에 가깝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 정당은 선거 때마다 서울 강남에서 초강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귀족 이미지가 있는 보수 정당에 다소 결(?)이 다른 한 젊은 정치인이 큰 포부를 품고 국민의힘 지도부 입성을 노린다.
그 주인공은 여당 청년 최고위원에 입후보한 장예찬(34) 청년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1호 '청년 참모'로 널리 알려졌다. 2021년 6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퇴임한 이후 첫 공개 일정으로 서울 연희동에서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만날 때 장 후보가 동행했다. 지난 대선 때는 윤 대통령의 캠프에서 청년 정책을 보좌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도 청년소통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다.
소위 당내 '주류'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장 이사장은 탄탄대로의 삶을 살아왔을까. 그의 과거가 궁금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할 때 일본식 술집과 족발·보쌈을 파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드럼을 전공했던 터라 과외나 레슨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죠.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좀 어려워지면서 가정환경이 녹록지 않았어요."
그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국립음대에서 재즈 드럼을 전공하다 중퇴했다.
그런데도 장 이사장은 이른바 '수저론'을 동의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갑자기 사업을 다 정리하시고 뒤늦게 신학의 길을 걸으셨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따로 살다가 조부모님과 같이 합쳐서 살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저는 '흙수저'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조부모님과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문화들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집안이 풍족해 돈 걱정 없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일을 해 돈을 벌고, 종합소득세 내면서 지금도 정치를 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요."
장 이사장은 20대 때 음대를 중퇴한 이후 웹소설 작가로 활동했다. 요즘처럼 웹툰이나 웹소설이 하나의 신흥 콘텐츠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전이다. 그런데도 높은 수익을 올려 경제적으로 자립했다고 한다. 한편 소셜미디어에 정치 논객으로도 활동하고 뜻이 맞는 친구들과 정치 관련 카드 뉴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故) 정두언 의원의 총선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면서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2015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여러 방송에서 시사평론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아온 그는 왜 현실 정치에 뛰어든 것일까.
"현실 정치를 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가 결정적 계기가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2019년 개천절에 열렸던 조국 전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광화문 보수 집회에 방송 일로 나갔습니다. 광장을 가득 메운 분들이 저를 붙잡고 응원해 줬어요. 방송을 통해 물리적으로 손에 와 닿는 곳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그때 내가 어쩌면 현실 정치를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처음 자각했죠."
장 이사장은 막힘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난 날(2021년 5월) 네다섯 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음대 출신에 웹소설 작가 이력은 기성 정치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약점이자 콤플렉스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대통령님이 '난 네가 드럼 치고 웹툰을 해서 너무 좋다. 그게 훨씬 더 좋은 장점'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어요. 그때 제가 이렇게 열린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현실 정치든 뭐든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장 이사장과 윤 대통령의 핵심 철학도 닮았다. 바로 '자유'다. 그는 "헬조선, 수저론, N포 세대 등 이런 담론이 우리 사회를 확 쓸고 지나가면서 더는 한국은 기회의 땅이 아닌 것처럼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어요. 정치권에서는 단순히 여러 가지 규제를 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나의 능력과 노력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정치권이 말해주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해요. 신분 상승의 자유가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게 제가 가장 중요시 하는 이념"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이준석 전 대표 등 당내 청년 정치인들은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다른 청년 정치인과 다를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청년 정치인이 청년이라는 범주에 묶이는 걸 마이너리그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내는 메시지나 정책에 있어서 같은 세대 청년들을 위한 게 하나도 없어요. 정책이나 어젠다(의제)가 기성 정치인들이랑 다를 게 전혀 없는 거예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데 청년 대표로서 운 좋게 기회를 받았으면 적어도 일정 비율 이상은 동세대 청년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해요. 저는 재단에서 일하며 청년 문제를 정책적으로 완성하고 지원했습니다. 인수위 때부터 여러 청년 정책을 국정과제로 넣었습니다. 저 혼자서는 관심사나 감당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기에 청년 정책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관철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제 뒤에 나타날 새로운 청년 정치인들은 자기 정치도 열심히 하되, 청년들의 삶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만 청년 정치가 생명력 있게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대다수 남성은 성범죄 처벌 강화에 동의해요. 성범죄자는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무고죄 처벌 강화에도 여성들이 동의할 수 있는 거잖아요. 왜냐면 절대다수의 여성은 무고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죠. 이런 식으로 비례할 수 있는 문제들은 함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합니다. 자꾸 젠더 갈등을 만들려는 일부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세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대화와 타협이 가능합니다."
한 시간여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장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왜 요새 애들이 수능을 잘 보거나 취업에서 몇 번 미끄러지면 낙담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세상의 끝이 아니라 다른 길로 돌아가도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더 멀리 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청년 최고위원이 들러리가 안 되려면 압도적 득표로 (지도부에) 들어가야 해요. 전체 득표율 1등 하는 게 목표예요. 당 대표, 일반 최고위원 통틀어 제가 60~70% 득표하면 아마 1등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청년 최고위원에 힘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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