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등' 책임 두고 與 "문재인 정부 탓" vs 野 "남 탓하지 말라"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최근 이례적인 한파에 가스요금 대폭 인상이 더해지면서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은 국민이 급증했다.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26일 동절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한시적으로 2배 확대하기로 하는 등 난방비 부담 완화 대책을 내놨다. 여야도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 바우처 지원' 증액 추진(국민의힘), 7.2조 원 상당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 지급(더불어민주당) 등의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최상목 경제수석 브리핑을 통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동절기 가스요금 할인 폭과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을 2배가량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 수석은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한다고 전했다.
최 수석은 2분기 이후 추가적인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1분기는) 동절기 부담 때문에 동결을 했다"며 "(2분기 이후는) 국민들의 부담이나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액을 51% 인상했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도시가스 할인 폭을 50%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된 한파로 난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취약계층의 동절기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15만2000원에서 2배 인상된 30만40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가스요금 할인액도 현재의 9000원∼3만 6000원에서 2배 인상한 1만 8000원∼7만2000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3급 장애인, 국가·독립유공자, 생계·의료급여 기초생활수급자가 7만2000원을, 차상위계층과 주거급여 기초생활수급자가 3만6000원을, 다자녀 가구와 교육급여 수급자 등이 1만8000원을 각각 할인받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최근 가스요금 인상의 원인이 천연가스 원료비의 급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 등의 요인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가스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최 수석은 "지난 몇 년 동안 (가스요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전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와 함께 여당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난방비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다음 주께 당정협의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하위 20%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가격 인상이 있을 뿐 단가는 동결된 상황인데, 난방비 부담으로 서민 민생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가 단가 15만 원 정도 지원하는데 최대 2배인 30만 원까지 대폭 증액해서 집행하도록 정부가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당장 추경은 어렵지만, 예비비나 기타 이용·전용이 가능한 재원을 사용해서라도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30만 원 정도로 올려서 서민 부담을 대폭 줄여주기 바란다"고 성일종 정책위의장에게 당정 간 협의를 지시했다.
여당은 전 정부의 '포퓰리즘' 탓에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 가스비가 폭등하기 시작한 거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 에너지 포퓰리즘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이 그대로 뒤집어쓰는 셈"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최대 10배 이상 LNG 가격이 상승해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 주택용 가스요금이 미국 218%, 영국 318%, 독일 292% 상승했는데 우리나라는 38.5%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가스요금을 동결했다가 그것도 선거가 끝난 후에 겨우 12%를 인상했다"며 "10배 이상 원가가 올랐는데, 공급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바람에, 우리가 가스를 산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 차액이 무려 9조 원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가계 난방비 지원을 위해 7조2000억 원 규모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소득 하위 80% 가구(4인 기준)에 40만~100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선 '횡재세' 성격의 출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 등의 초과분에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오늘 중앙정부에 약 7조2000억 원 정도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존 핀셋 물가지원금 5조 원을 바꿔서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난방비 폭등에 국민 고통을 줄여드리는 방안을 정부 여당과 협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에너지·고물가 지원금은 구체적으로 소득 하위 30~80%까지 1인당 최대 15만 원씩(하위 60~80%는 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는 게 골자다.
이 대표는 횡재세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려는 노력의 일부라도 관심을 돌렸다면 이 문제는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전 정부 책임론'을 펼치는 것에 대해선 "남 탓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대체로 예상된 일이었는데 현 정부에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재 생긴 문제를 스스로의 책임이 아니라 남 탓을 하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여야가 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선 "시급한 형국에도 전 정부 탓하기에만 급급한 채 정작 중요한 대책 마련은 뒷전"이라며 "전 정부 탓할 시간에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도 난방비 인상으로 인한 민생고를 지적하며, 신속한 국가적 차원의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상무집행위원회에 "오늘이라도 (여야가) 당장 만나서 난방비 폭탄 '원포인트 대책'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반 가정 에너지 가격 보조금 지원', '에너지 취약계층 바우처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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