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25일 '순방 성과 강조' 및 결과물 후속 조치 당부
이란 측 문제제기 지속…野 "실수 사과하고, 특사 파견해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중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나서 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는 발언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라는 해명만 되풀이하는 가운데 이란 측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순방 성과 부각'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도 'UAE 적은 이란' 발언 여진이 이어졌다.
이란 정부는 23일(현지시간)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노력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우리가 이란 측에 지급해야 하는 70억 달러가량의 자금이 동결돼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양국의 다른 현안과 관계없이 반환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동결자금 반환 약속을 이행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란 "한국 정부 조치 충분하지 않아"…동결자금 반환도 거론
이에 대해 외교부는 24일 "윤 대통령이 아크부대 장병들이 UAE가 직면한 안보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재차 같은 해명을 내놨다. 국방부도 이날 "대통령께서 UAE에 근무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현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직시하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같은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같은 날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에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할 책임,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책임을 대통령은 행동하는 연대로 구현하고 있다. UAE와 다보스 순방이 그렇다"며 '300억 달러 투자 유치', '61억 달러에 이르는 양해각서(MOU) 체결' 등 성과 홍보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도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순방 성과를 강조하는 한편 결과물에 대한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이번 순방에서 확인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바라카 원전 외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모색을 예고했으며, 이번 순방 결과가 한-UAE 간의 두터운 신뢰 위에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날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의 최종 목표는 국익 추구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의 끔찍한 '외교적 실언'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됐다"며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고 수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최고위원은 1962년 한 이란 수교 이래 지금까지 쌓아온 양국의 우호 친선 관계를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은 하루빨리 고위급 인사를 특사로 이란에 파견해서 사태를 수습하기 바란다"며 "가뜩이나 석유 대금 70억 달러를 (이란이) 못 받아 골치 아픈 한국과 이란 관계를 조속히 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외교부가 전날 같은 해명을 반복한 것을 거론하면서 "왜 우리 대통령이 타국의 안보현실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나. '바이든'이 '날리면'으로, '남방한계선'은 '전술조치선'으로, '자체 핵무장'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준수'로, 'UAE의 적은 이란'은 'UAE의 안보현실 직시'로, 그동안 수없이 변명하고 수습하기에 급급한 대통령을 보며 국민은 답답하다"며 "참모들과 여당이 무조건 잘못을 감싸고도니 대통령이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께 고한다. 부디 이제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외교 참사를 수습하십시오"라고 꼬집었다.
◆與 "사실관계 맞는 발언…민주당, 순방 성과 폄훼·이간질"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엄청난 순방 성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집요하게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UAE의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기본적으로 사실관계가 맞다"고 문제없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주 원내대표는 "이란은 지금까지 우리 언론 보도에 대해 반박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실관계에 기인하지도 않으면서 순방 성과를 폄훼하기 위해 집요하게 이간질하고 있다"며 "국익 외교 앞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민주당이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자꾸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제발 그만 좀 하라"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윤 대통령 발언 논란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론은 성과보다 논란에 좀 더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0.6%포인트(p) 떨어진 38.7%를 기록했으며, 부정 평가는 0.4%p 오른 58.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에 대해 리얼미터 측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UAE·다보스포럼 순방에 대한 평가"라며 "300억 달러 투자 유치 등 성과에도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이 한-이란 외교 갈등, 여야 정치 갈등으로 비화하며 순방 성과가 희석·잠식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여론조사 결과 등을 언급하면서 "(통상적인) 순방 효과에 따르면 3~5%p 올라갈 수 있는 (대통령) 지지율이 결국 중도층이나 MZ세대가 추가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며 "순방 효과가 결국 이란 관련 발언 때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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