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동료 의원 대동 없이 출석
'방탄' 공세 차단·'결백' 여론 호소 의도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응답했다. 주말인 오는 28일 홀로 출석한다. 이전 두 번의 소환 통보 때 "일방적"이라고 반발하고, 일주일 넘게 출석 여부를 숙고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여당의 '방탄·사당화' 공세에 맞서는 동시에, 당내에서 제기된 '분리대응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세 번째 소환 통보에 대한 이 대표 입장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18일 오후 이 대표는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검찰 소환 통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가겠다"며 검찰이 요구한 27일이 아닌 주말 28일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정치보복 사건, 조작, 정적 제거하느라고 일반 형사사건 처리도 못 해서 미제 사건 쌓여도 아무 상관 없겠지만"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없이 많은 현안들이 있는 이 상황에서 (저는) 주중에는 일을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출석 당시 당 지도부가 동행했던 것과 달리 홀로 가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방탄' 프레임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표의 입장 발표에 국민의힘은 '방탄' 표현을 쓰지 않는 대신 "선당후사하라"며 이 대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지방 권력을 이용해 토착 비리 세력과 결탁했던 자신의 범죄혐의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오늘도 궤변을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홀로 출석' 입장을 두고는 "이제 민주당도 이 대표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며 "이 대표도 민주당을 버리고 '선사후당' 하라"고 비꼬았다.
이전에 비해 눈길을 끄는 모습은 또 있었다. 이 대표는 이날 지지자 100여 명이 집결한 전통시장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열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가게에서 장을 보는 내내 따라다니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응원을 받은 그는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 의혹'에 대해선 검찰로부터 지난해 12월 21일 소환 통보받고, 닷새 후인 26일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일시와 조사 방식은 추후 협의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후 해를 넘겨 지난 6일에서야 대변인의 '입'을 통해 일정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9월 당대표 취임 직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았을 때는 의원총회를 거쳐 서면답변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출석 입장은 이 대표가 전격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장에 동행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오전) 비공개 최고위 때는 이야기가 없었다. 저도 갑작스럽게 옆에 있다가 들었다. 혼자 고독한 결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에게 "(최고위에서는) 검찰의 소환 요구는 정치탄압을 위한 부당한 망신 주기 출석 요구이기 때문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소환조사,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귀국 등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것에 맞춰 '방탄' 프레임 공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이 대표가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중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18일)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출석에 응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당이 합세해서 정치적으로 대항할,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이 대표가 오로지 감당해야 될 개인적 명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장동 의혹은 지난 대선 과정 내내 이 대표를 발목 잡아 왔고, 본인이 '결백'을 주장하며 특검까지 주장했던 사안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 관련 소환 통보를 예견하고 측근들과 철저히 대응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사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을 때 출석 통보하고 설 밥상 위에 올리기 위해 연휴 끝난 직후로 (일정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 검찰에겐 오히려 기회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넘겨 이슈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다"면서 "이 대표도 검찰에 혼자 가는 모습을 국민에 보여주면서 결의를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보았다.
이어 "이번 대장동 건은 이 대표도 할 말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준비를 많이 해왔고 특검까지 하자고 했던 사안"이라며 "이번에는 이전 소환 건과는 조금 차별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최근 당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화로 새해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조된 사법 리스크로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자 스킨십을 넓혀 내부 결속을 다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설 선물을 하지 않은 대신 전화로 인사드린 것"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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