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시 당직 정지' 李는 '야당 탄압' 예외될 듯
'방탄 프레임' 걱정하는 당내 시선 여전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혐의 검찰 소환 조사에 임했다. 관련해 이 대표가 기소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당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되면 당직이 정지된다'는 민주당 당헌 80조를 두고 당내에서 다시 한번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당화' 논란이나 '방탄 정당' 논란이 공고해진다는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약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당시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들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이 대표가 구단주로 있는 성남FC에 18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의혹이다.
정치권은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사자인 이 대표조차 조사 종료 직후 "어차피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벌써 당헌 80조를 둘러싼 당 내부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 당헌 80조를 개정하며 당직자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직무정지 요건에 처했을 경우 정치탄압 여부를 판단해 구제를 결정하는 기구를 '중앙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꿨다. 당무위는 당대표를 의장으로 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당이 '방탄용 당헌 개정'에 나선 것이라는 논란이 일며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 논쟁이 붙기도 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에 앞장서 문제를 제기했던 박용진 의원은 이번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 80조를 언급하며 '이재명도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리스크에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의 사법 리스크의 불길이 당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바로 당한 80조"라며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이 모든 수사가 '다 정권의 정치 탄압이고 조작이다' '정치공세다, 정적 죽이기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분리 대응하고 또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날 당헌 80조와 관련해 "기소가 되면 과연 적용할 건가 말 건가가 문제가 되기는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이 대표 당직이 정지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못을 박았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최고위 의결을 거쳐 당무위에서 논의한다면 '예외 조항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당은 지금도 분열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 총선이 다가올 수록 하나로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헌 80조'에 따라 이 대표가 '당직 직무정지' 예외적용을 받게 되면 비명계를 중심으로 '사법 리스크' 불만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일련의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내년 22대 총선을 위해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기소 후 '당헌 80조' 예외적용을 기점으로 여권의 '방탄 프레임' 공세가 거세지면 당내 이 같은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예외조항의 경우, 무엇을 정치탄압인가의 기준의 일례를 '여론조사'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일 발표된 코리아리서치-M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적법하니 문제가 없다'는 50.6%, '표적수사여서 부적절하다'는 비율은 43.2%였다"라며 "민주당이 '정치탄압'을 주장하며 이 대표가 당헌 80조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을 때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대표의 수사가 속도를 낼수록 하락세를 겪는 민주당 지지율도 당내 고민거리다. 지난 12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 9~11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전보다 1%포인트 떨어진 27%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2주 전보다 3%포인트 늘었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28~30일 조사에서 34%를 기록한 뒤 30%(12월 12~14일)→28%(12월 26~28일)→27%(1월 9~11일)로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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