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지지자 결집…'SNS 여론전' 직접 나선 李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에 출석한다. '개인의 비리 의혹에 왜 당이 동원되어야 하느냐'는 '비명(이재명)계' 시선을 뒤로한 채, 당 지도부는 이 대표와 동행해 '단일대오'를 연출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도 소환 조사 현장에 함께 할 예정이어서 당일 성남지청에는 이 대표를 엄호하는 '푸른 물결'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9일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에서는 검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 대표 본인은 검찰 수사 문제를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최근 정부의 안보·민생 문제 등을 거론하며 '가히 참사 정권'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날 '내일 어떤 입장을 밝히실 예정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변인에게 설명을 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당 지도부와 현장에 동행하는 것을 만류한 이유'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정부를 향해 '참 나쁜 정권'이라고 직격했다. 정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적 제거, 정적 숙청하려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라며 날 선 비판을 던졌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최고위 회의에서 검찰이 '성남FC' 관련으로 "더 이상 우려먹을 것도 없는데 계속 우려먹겠다고 불만 잔뜩 때고 있다"며 "대장동 사건으로 1년 넘게 탈탈 털어도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자, 이제 와서 성남FC로 소환한단다. 정말 뻔뻔하지 않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 대책기구인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적법 광고를 뇌물성 후원금으로 해석한다면 대다수 프로구단이 위법 행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기업 자유를 운운하고 친기업 정부를 표방할 자격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전직 기초단체장들도 국회에서 당시 성남시가 '성남FC'를 후원한 일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이로운 일'이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모든 시민프로축구단은 독자적으로 자생할 수 없기 때문에 연고를 둔 지방정부를 통해 운영상 부족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며 "성남시민프로축구단도 성남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시민구단으로, 구단이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더 받을수록 결과적으로 시민의 혈세를 더 아끼는 순기능이 있음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을 포함한 당 지도부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 동행할 예정이다. 당초 민주당이 이 대표를 향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한 만큼, 단일대오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동행 여부에 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이 대표는 (동행을) 만류하는 분위기인데 당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많이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성준 대변인도 8일 "(이 대표 소환 때) 지도부가 함께 현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지청에 도착해 공개적으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안 수석대변인은 '내일 이 대표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선다고 보면 되나'하는 기자의 질문에 "'포토라인'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지만,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출석하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필요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주말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공식 일정 없이 변호인단과 함께 소환조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에도 '깜짝 등판'해 지지자들을 향한 결집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유튜브 '이큐채널' 실시간 방송에 등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댓글을 남겼다. 8일 새벽 '김성수TV 성수대로' 생방송 중에도 이 대표는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 반갑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모두 한번 같이해주세요 총구는 밖으로…"라는 내용의 댓글을 적었다. 정치권의 비판 대상(총구)이 안(민주당)이 아니라 밖(정부·여당)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또 이 대표는 "격려 의미로 (채널에) 슈퍼챗(후원) 한 번씩 쏴주자"며 해당 채널을 격려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이 대표는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길고 깊은 겨울이 시작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 대표 호소에 응답하듯 지지자들도 10일 성남으로 향한다. 최근 이 대표 지지자들의 커뮤니티 등 각종 SNS상에는 이 대표 출석 당일 성남지청 앞에서 모이자는 내용의 포스터가 다수 올라와 있다. 해당 포스터에는 '모두 모이자! 힘을 모으자! 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재명 곁에 동지가 있다고! 함께 이겨 내자고! 응원하려 합니다' 등 현장 행을 독려하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 대표 측은 이번 검찰 출석을 '사법 리스크' 분수령으로 보고 지지층 결집과 여론 대응을 위한 행보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다음 날인 오는 11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을 찾아 민생 행보를 보이고, 12일엔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특히 기자회견에서는 이 대표가 현안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어서 정치계의 이목이 쏠린다. 안 수석대변인은 "12일 오전 10시 30분에 신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장소는 정하지 않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두고 '성남시장 시절 개인의 비리 의혹에 당 전체가 들썩이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는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지도부와 동행할 경우 '방탄 정당' 인식이 박히게 된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도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다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당이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개인의 비리 의혹으로 인한 검찰 소환에 당 지도부가 다 같이 가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본인도 당당하게 조사받고 오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성남지청에 의원들이 함께 출석한 그림이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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