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현안질의' 두고 줄다리기…의장 결단 주목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1월 임시국회가 더불어민주당 단독 소집으로 9일 막을 열었지만 여야의 팽팽한 주도권 다툼 속에 격렬한 공방만 오갔다. 특히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논란과 관련해 이번 주 내에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하자며 여당과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겨냥해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제안을 거부했다. 본회의 개최의 열쇠를 쥔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검찰 출석과 맞물려 정치권 내 신경전이 덩달아 고조되면서, 1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임시국회를 '이재명 방탄 국회'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요구한 긴급현안질의에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16일 이후 계속 국회를 열고 있는데, 민주당이 회기 중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막기 위한 도구로 국회 소집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내일(10일) 이후 법원이 체포동의서를 국회에 보내오면 즉각 부결시킬 태세"라며 "지금까지 민주당이 이 대표에게 인질로 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이쯤 되면 민주당도 이 대표와 국회, 민생을 인질로 삼은 공범"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민주당은 직전 임시회 종료를 이틀 앞두고, 지난 6일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30일간 1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됐다. 민주당은 또 9일에는 북한 무인기 침범 관련 안보참사, 10일에는 경제 위기에 대한 점검을 안건으로 한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 요구서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방탄 국회라는 비판이 두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인기 침범 논란 관련 긴급현안질의 요구가 1월 임시국회 소집 명분을 쌓기 위한 정쟁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라면 설 연휴 이후에 임시국회를 소집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또 "필요하다면 국방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충분히 따져보고 파악할 수 있음에도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긴급현안 질의를 하자는 것은 무인기 방어에 관한 우리의 무기 체제와 시스템을, 중요한 군사기밀을 그대로 공개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무인기 침범 관련 본회의 긴급현안질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무인기 사태를 '안보 참사'로 규정하며 연초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민주당 전략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야당 협조 가능성이 낮아지자, 여론전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후속조치 △안보 참사 및 복합 경제위기 상황 점검을 위한 긴급현안질문 △무인기 침범 관련 북한 규탄결의문 채택 △일몰법 포함 민생입법 처리 등 1월 임시국회 소집이 필요한 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여당의 '이재명 방탄 국회'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윤석열 정부의 '안보 무능'을 집중 질타하며 군 당국의 사실 왜곡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주 내에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위 차원의 현안 질의로 대체하면 된다는 여당 주장에 "지난 주에 한번 현안 보고 했다. 그 이후에 새로운 사실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나. 국방위 차원 문제로 이미 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방부 외에 통일부와 외교부, 대통령실 경호처까지 질의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 본회의 긴급현안질의가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만약 군사 보안 문제 때문이라면 본인들이 법령에 근거에 답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국방위에서 비공개로 하자는 건 또 뭘 숨기려고 하는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 검찰 출석일에 긴급 현안질의를 실시하려는 것은 여론 분산 의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모레나 글피에는 해준다고 하나. 그것도 좋다"며 일축했다.
긴급현안질문의 실시 여부는 국회의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와 의사일정을 협의해 정하고 있다. 통상 여야 합의로 진행된다. 다만 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긴급현안질문 실시 여부를 본회의 표결에 부쳐 정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기대하는 것은 자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이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 본인이 보기에도 무인기 문제와 관련해선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서 긴급하게 다뤄야 하는 사안 아니냐고 생각하는 뉘앙스다. 국민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끝내 합의되지 않더라도 의장이 본회의를 열 명분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장이 현재로선 여전히 여야 간 합의를 강조하고 있어 이번 주 내 본회의 개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장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야 간에 협의할 시간을 좀 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 현재로선 여야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에서 입장이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오늘 내일 상황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여야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고 있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안보 참사·경제 위기'로 방어 전선을 치고 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김병주 의원이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북한 내통설을 주장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이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보 참사를 부른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거짓 보고로 감추는 것도 부족해, 색깔론으로 대한민국을 둘로 쪼개겠다니 정말 비겁하다"면서 신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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