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출석에 지지자들 출동…'당 차원 대응 분리' 의견 계속될 듯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0일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관련 검찰 소환 조사에 출석한다. 제1야당 대표가 검찰 소환 요구를 받고 출석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앞서 "당당히 출석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 있어서도 정면 돌파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반명(이재명)'계는 물론 '친명'계에서도 대표 개인의 사법 문제를 당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가 검찰에 공개 출석할 경우에 낼 '메시지'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과 관련해 오는 10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검 성남시청에서 하는 검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기로 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성남 시민 프로축구단 광고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오는 10일 일정이 합의됐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이 대표는 지난달 말한 것처럼 당당하게 출석해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 출석 여부는 미정이다. 안 대변인은 이 대표가 검찰에 공개적으로 출석하느냐는 질문에는 "이 대표는 당당히 출석해서 입장을 말씀하신다고 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과 갈지,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지난해 12월 21일 이 대표에게 28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당시 이 대표는 현장 최고위 광주 행을 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통보에 불응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일정 조율을 통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임할 것이라며 검찰과 10~12일 사이로 출석 날짜를 조정해 왔다.
이 대표는 이날 '포토라인에 설 계획이 있나' '혼자 출석하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소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미 잘 아는 것처럼 무혐의로 종결됐던 사건"이라며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연임 당시이자 구단주를 지냈던 2014~2017년 두산건설, NH농협은행 성남시지부, 네이버, 분당차병원,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 기업 등 6곳에서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170억여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조사는 10일 늦은 밤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출석 일정이 알려져 당일에는 취재진을 포함한 많은 인파가 성남지청 일대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명이네마을'(팬카페) 등 이 대표의 지지자들도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성남지청에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튜브를 비롯한 SNS상에서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오는 12일 오전 9시에 검찰에 출두한다'며 성남지청으로 모이자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 대표 측과 검찰 모두 '정해진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당초 알려진 날짜보다 이틀 앞당겨졌지만 출석 일정이 공개된 만큼 지지자들은 이 대표와 자리를 함께 지키며 '사정정국 본격화'를 규탄할 예정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떠밀려 받는 것'이라며 힐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의 심판은 이제 시작'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현란한 언변으로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이 대표는) 수사에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떠밀려 검찰 조사에 끌려가면서 (본인은)'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일갈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관련해 "출석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다 필요에 의해 절차상 출석을 요구하면 응하는 게 법체계"라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적인 문제를 당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이 대표 본인은 해당 문제에 관해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친명(이재명)계 좌장이라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보탰다. 이 때문에 친명계 내에서도 이 대표 수사 문제를 두고 변화의 조짐이 생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 의원은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과 국회의원은 민생에 집중하고,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걱정하지 말라는 입장을 취하는 게 맞겠다"며 "검찰 출석을 의도적으로 연기하는 게 아니고 당과 대표직을 분리하는 게 애매하긴 하지만, 사법리스크는 자신이 맞서겠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찌 됐건 당이 대표 문제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사실인 만큼, 당과 대표 개인의 문제는 철저히 분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출석 전에라도) 대표 본인이 '당은 내 문제에 신경 쓰지 말라'라고 더 명확히 밝혀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가 검찰 출석에 임하는 만큼 '방탄' 프레임에 갇혔던 당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검찰 출석에 당당하게 임하는 모습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방탄'이라는 여론은 조금 더 해소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며 "또 그날 이 대표가 그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면 여권에서 했던 공격과 비판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회복적인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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