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이행 속도, 당원 소통은 '5G' vs 당 인재 영입은 '2G'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 지난해 8월 28일 전당대회 당선으로 닻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호'가 해를 넘겨 2023년 항해를 떠난다.
이들이 '출마선언'을 하던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인사들은 민주당을 책임지고 혁신하겠다며 출마 당시 여러 공약을 냈다.
"패배하는 민주당과 결별하고, 이기는 민주당으로 완전히 바꾸겠다" "국민이 '그만 됐다' 할 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 (이재명 대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더불어민주당의 주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정청래 최고위원)
"민주당의 선봉장이 되어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 국민께 사랑받는 '민생 민주당'을 만들겠다." (서영교 최고위원)
"윤석열 정부의 위법적 폭거와 독주에는 법률 지원단 확대 개편 정책 역량 강화를 통해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 (고민정 최고위원)
"이재명과 함께 책임정치의 민주당을 만들겠다." (박찬대 최고위원)
"특정세대가 50%를 넘지 않는 세대균형공천제를 시작해 세대교체, 시대교체, 정치교체의 발판을 마련해 가겠다." (장경태 최고위원)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더팩트>는 민주당 지도부에 당선된 이재명 대표, 최고위원인 정청래·서영교·박찬대·고민정·장경태 의원의 출마 당시 공약이 2023년 1월 3일 기준으로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들 공약 중 비슷한 부분은 크게 △당원과의 소통 강화 및 당원 지위 향상 △민생 회복(민생경제특위, 선거 공통공약 추진 위원회 설치 등) △당내 정치개혁(세대교체·인재양성) 세 가지다.
이 대표 체제 이후 당원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인재 양성 부문에서는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총선 전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추후 '혁신위원회' 출범 이후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생 회복에 있어서도 '여야 협치'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내 기구 설립 및 관련 행보에도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중앙당사 당원존 개방'…'당원들 놀이터' 늘어났다
이 대표는 '팬덤정치'에 강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에 '입당 러시'가 일기도 했다. '재명이네 마을'(팬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 대표의 말 한 마디, 행적 하나하나를 좇는 지지자들도 여전히 많다.
'비명(이재명)'계' 고 의원을 제외하고는 최고위 구성이 '친명'인 만큼, 공약 중 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당원중심 주의' 추진 사항들은 이행률이 높은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는 △전자민주주의로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해 당원의 지위를 강화 △당대표를 포함한 당과 당원 간의 온·오프라인 소통시스템 도입 △지역위원회별 당원총회 정례화, 당원투표 상설화, 온라인 당원청원제, 직능커뮤니티 등 당원 소통창구 증대 및 당의 의사결정에 당원 집단지성을 활용(이 대표 공약) △지도부에 상설적인 소통창구 신설 △상시적인 당원연수와 교육 프로그램 강화(정 최고위원 공약) △당사 개방을 통한 당원과의 소통 활성화(서 최고위원 공약) 등이 있다.
이 대표는 당선 3일 만인 8월 31일에 △ 중앙당사 내 '당원존' 설치 △전자당원증 도입 △당직자 이름 및 업무연락처 공개를 당에 지시했다. 9월 14일엔 기존에 있던 '당원청원게시판'을 개편해 '당 국민응답센터' 홈페이지도 문을 열었다. 국민응답센터는 문재인 전 대통령 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를 본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존은 10월 5일 중앙당사 2층을 개방하며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개관식에서 "정말 당이 당원의 것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며 "여러분이 민주당의 주인"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지난 12월 기준) 당사 관리자에 따르면, 현재 당원존을 드나드는 인원은 10명 남짓이라고 들었다. 당원존과 당원과의 소통 강화는 별개의 움직임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당원존 개방 자체로 당에 '당원들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원 교육도 활성화됐다. 월 1회씩 당원존에서 강사가 강의를 진행하고 강의명은 '월간 민주당'이다. 유튜브 생중계도 지원된다. 첫 교육은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이 '신입 당원 교육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두 번째 교육 주제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으로 판사 출신이자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강사로 나섰다. 박 의원은 강의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의 전 정부 수사 내용 등을 당원들에게 설명했다. 이외에도 당은 새해를 맞이해 △당원교육 교과서 제작 △전국 순회 타운홀 미팅 정례화 등을 구상해 당원들과 당 지도부 사이의 거리를 좁힐 계획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도 '당원과 밀접한 민주당'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도부 출범 100일 당시인 지난해 12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당의 기틀을 마련 중"이라며 "정당사상 최초인 중앙당사에 '당원존' '국민응답센터'(설치)로 소통을 강화했다. 당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해가겠다"고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했다.
◆ '민생 경제 책임' 야당 외쳤지만 '대선공통공약추진' 등 좌절…"與 관심 없으니 답답해"
이 대표 체제 전환 이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유능 민생 정당'을 기치로 내건 만큼 민생 관련 의제들도 선거 당시 줄을 이었다.
전당대회 당시 후보들은 △대선공통공약추진기구 설립 추진 △민생경제위기대책기구 설립을 통한 경제위기 해법 제시(이 대표 공약) △민생 실천단 활동 강화 및 민생개혁 의제에 동의하는 정당 시민사회와 '민생정치연석회의' 구성(고 최고위원 공약) △민생우선 실천단 기능 강화 및 상설화를 통한 경제살리기 매진(서 최고위원 공약) △대선과 지방선거 정책공약 실현하기 위한 특위 바로 설치(박 최고위원 공약) 등을 약속하며 '민생에 강한 야당'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했다.
당이 민생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사법리스크' 문제를 지도부가 민생 어려움 해소를 통해 '정면 돌파' 하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또 '윤심'을 따르는 여당과 '민생'으로 차별점을 두고 2024년 총선을 대비하자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대선공통공약추진기구'의 경우, 지난해 3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제안해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진척을 보이지 못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 당시 양당 정책위의장 주도로 '대선공통공약추진단(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국정조사 진행을 두고 여야의 대립이 심해지며 대선공통공약 추진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만 지난 12월 8일 '대선후보 공통공약 1호'였던 '납품단가연동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공정경제를 위한 숙원이자 대선후보 공통공약 1호 법안이 통과돼 뜻깊다"며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여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이라고 뜻깊다는 소감을 밝혔다.
민생경제대책위원회는 전당대회 다음날(8월 29일) 이 대표의 '지시'하에 설치됐다. 또 현장 최고위를 열며 전국을 찾는 '민생투어'도 진행형이다.
당이 줄곧 '민생 최우선'을 외치며 관련 행보에 매진 중이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들은 '정부와 여당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생 관련 공약을 낸 최고위원 의원실 관계자 A씨는 "경제위기대책위원회 설치로 공약은 실현됐다고 본다"면서도 "(저희는 오히려)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상황에 야당 인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에만 골몰있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 탓에 민생 입법 추진에 여야 협의가 안 되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A 최고위원은 "사실 그동안 '협치'의 이름으로 진행된 게 없다 보니 민망할 정도"라며 "대통령실 쪽에서도, 여당도 공통 공약 이행에 대해 관심도 반응도 없는 것 같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뒤로 밀려난 '당 인재양성' '정치혁신'의제…총선 국면 본격화될까
현 지도부는 '2년'의 임기 동안 2024년 총선을 치뤄야 한다. 때문에 승리를 위해 당에 영입되는 인재들, 또 정치개혁과 관련해 중첩되는 공약들이 상당했다. 전당대회 국면 당시 나왔던 공약들을 요약하면 당 지도부가 다양한 당내 인재를 교육하고 세대교체를 이끄는 등 '새로운 민주당'을 위해 애쓰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정치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교육 참여 프로그램 마련 △비례민주주의 강화 △위성정당금지 △국민소환제, 의원특권제한, 기초의원 광역화 등 정치교체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이 대표 공약) △민주당 청년정치학교 가동 및 지원(정 최고위원 공약) △특정세대가 50%를 넘지 않는 세대균형공천제 시작을 통한 정치교체의 발판 마련 △총선 국회의원 후보 중 20대, 30대, 40대를 전체 30%까지로 육성 △더 엄격한 기준의 동일지역 3선 초과 심사 및 평가 (장 최고위원 공약) △선출직 공직에 여성 30% 이상 실현 △각급 위원회 10% 이상, 후보자 추천 30% 이상으로 '청년 정치참여'를 확대할 것(서 최고위원 공약) 등이다.
하지만 정치개혁, 공천 혁신을 위한 시계는 지난 9월부터 연말까지 '정기국회'로 멈춘 모양이다. 당이 '예산안 합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현안을 두고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어 여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A 최고위원은 "정기 국회 탓에 정치개혁 공약들을 본격화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급한 현안들을 처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다 보니 중장기적 과제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장을 맡은 '30대' 장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정치개혁 의제를 이끌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고위 관계자는 "장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최고위원들의 공약은 중앙당에 다 제출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실 관계자도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공약 중 혁신위에서 다룰만한 안건이 있다면 공약 홍보물에 적시했던 것들 위주로 먼저 챙기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선거 당시 최고위원들이 냈던 '이색 공약'들도 눈에 띄었다.
정 최고위원은 당 홍보 강화를 목적으로 △진보개혁 성향의 유튜버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각 지역위원회 별로 SNS 위원회를 상설기구화 및 SNS 동향으로 민심을 살필 것 등을 공약했다.
장 최고위원은 △당원을 위한 '메타(온라인) 정당' △민주당 24시 스트리밍 서비스인 'OTT 정당' △민주당의 민생 관련 정책, 법안, 예산을 미리 제시하고 평가받는 '마켓 정당' 구축 등을 '3대 뉴 혁신 플랜'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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