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초동대응·보고체계 미흡 질타
이임재 "너무 밀집돼 통화 잘 안 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선 경찰 등의 부실 대응에 대한 정치권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화살의 방향은 여야가 미묘하게 달랐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의 '정무적 책임'을 부각하며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참사 당일 경찰 대응과 지휘체계가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전 서장이 밤 10시 32분경 용산서 112 상황실장과 통화해 상황을 파악하고 가용경력을 보내라고 무전지시했음에도 현장에는 11시에 뒤늦게 도착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전 서장은 10시 35분경 무전으로 3~4회 경력 요청 무전을 통해 사태를 처음으로 파악했지만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알지 못했고, 대신 직원이 요청한 지점에 가용 경력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차 안에 있던 오후 10시 32분경의 용산서 112 상황실장과 통화했다. 그러면 11시 이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지 않나"라며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차에 타고 계속 이동한 것, 이거 너무 느긋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112 실장과는 그때 당시 인구가 너무 밀집돼서 통화 분량으로 통화가 안 됐었다"면서 "(지시를 내린 후) 수행했던 직원한테 상황실에 한번 무슨 상황인지 확인을 해봐라라고 지시를 했는데 특별사항이 없다라고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제가 일상적인 핼러윈 축제 현장의 그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알았으면 당연히 제가 뛰어가든 무전으로 다른 경력 지원 지시를 하지, 어느 서장이 그냥 차에 앉아서 그렇게 있겠나. 당연히 상황을 파악 못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해명했다.
전주혜 의원은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와중에 증인이 파출소 옥상에 올라갔다. 국민은 이해 못 한다. 왜 올라갔나"라며 "국민은 서장이 구경하러 갔나 비난한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전 서장은 "당시에 제가 가면서 상황을 보면서 다중이 운집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높은 곳에서 전체를 보면서 교통 관리나 인파 해산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전체를 보면서 지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옥상이 적당한 위치이기 때문에 거기서 지휘를 하게 됐다"며 "(사태 구경은) 상당히 큰 오해"라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 장관을 비롯해 윗선의 자진사퇴 등 책임론을 부각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로 총리도 그만두실 수도 있겠다라고 짐작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고 총리는 몰라도 주무장관과 적어도 경찰청장 정도는 정무적인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고 봤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경찰을 혼내신 다음에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먼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무적 책임은 정치적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향해 "조직 재정비하고 지금 제대로 시스템 갖추려면 증인 책임져야 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윤 청장은 "위원님 말씀 취지를 충분히 고민하겠다"며 자진사퇴를 시사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이번 참사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라고 묻고, "두 분 중에 누가 더 낫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면서도 "시스템 책임은 (기동대 동원을 못했던) 바로 서울청장 김광호 증인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지난 12월 28일자 경찰 인사에서도 유임됐다. 윤석열 정권이 사실상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확관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이어 김 청장에게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다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서울청 정보라인의 구속 그리고 용산서 정보계장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 자리 보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마약류 범죄에 대응하느라 초동대응에 미흡했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찰청이 이번 사태와 관련돼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김광호 청장이 핼러윈 행사 관련 형사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 등 일대에서 50여명 형사가 마약류 범죄단속 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을 실시중이었던 것을 안전을 위한 인력 배치라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담당 형사는 '인파관리와 관련해서 지침이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는 것 아닌가'라는 거듭된 물음에 "인파 관리가 주된 임무는 아니다"라면서도 "주된 업무가 범죄 가시적 예방적 형사활동이라서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부수적으로 인파관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천 의원은 "김광호 증인이 서울청장으로서 지휘라인에 그대로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휘라인에 있으니까 당연히 거기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은폐 의혹에 대해 김 청장은 "저는 사고 직후부터 우리 직원들한테 모든 이 참사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은폐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수도 없이 했다"면서 "11월 7일부터 서울청은 이번 핼러윈과 관련해서 범죄 예방 목적으로 전체적으로 배치했다고 그걸 일관되게 진술했다. 인파관리 목적으로, 인파관리를 위해서 배치한 것은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반박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경찰에서는 예로부터, 몇 년 전부터 이태원 지역에 핼러윈데이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나"라는 물음에는 "압사라든지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관련해서는 특별히 그동안 위험성에 대한 제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장 의원이 경찰에서 작성한 2019년부터 2021년 헬러윈데이 생활안전계획 자료에 '이태원 일대 대규모 인파 운집으로 인한 파출소 가용 근무경력 최대 확보' 내용이 담겼다고 지적하자, 김 청장은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60% 이상이 전부 다 핼러윈과 관련해서는 축제성 홍보성 기사이고 또 나머지 한 19% 내지는 전부 다 마약과 관련한 범죄 예방이 필요하다는 기사"라며 마약류 범죄 예방 목적으로 기동대를 배치했었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경비기동대를 요청했다는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서장의 증언이 충돌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 전 서장은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김 청장은 교통기동대 20명을 요청받은 것 외에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윤 의원이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 나온 내용이라면서 "서울경찰청 경비과에서는 경비기동대 투입 요청을 받았으나 사건 당일 경찰청 전체 경력이 집회에 동원됨에 따라 핼러윈 대비 경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밑에 보고 계통을 거쳐 서울경찰청 김광호에게 보고되어 승인되었다라고 나와 있다"고 지적하자, 김 청장은 "저는 정확하게 이 내용은 보지 못했다"면서 "그런 보고되고 승인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보고체계 미흡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규석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장이 참사 사실을 22시 59분경 파악했다고 하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말이 안 된다. 22시 18분 전에 11건의 신고가 있었고 코드제로 발령한 대형사고 위험방지건 신고가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22시 18분에는 참사를 인지했을 수밖에 없다. 22시 18분에 소방이 서울청 상황실에 공동요청을 했다. 이때 상황팀장이 인지 못했을 리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신고가 한 번에 빗발치고 소방에서 공동대응을 해도 지금 112 서울청 상황실은 이런 참사가 참사라는 것조차 인지할 능력이 없다는 말씀"이라고 질타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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