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 65세 미만 장애인도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 가능
'신분증 위·변조' 청소년 노래방 출입, 업주 구제 가능
지난 2022년은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를 연이어 치르면서 정치권 대립이 어느 때보다 팽팽했다. 표심을 잡기 위한 입법 신경전도 뜨거웠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회기 기준 393회부터 401회까지) '입법 공장' 국회가 내놓은 의원·상임위원장 대표발의 법률안은 총345건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따끈따끈한 민생 법안들을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올해부터 시행될 민생 입법은 일상생활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가게에 진열된 식품 등에 앞으로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받아 크게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기한' 역사 속으로...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올해 1월 1일부터 식품 날짜 표시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1985년 유통기한이 도입된 이후 38년 만이다. 지난 2021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 올해 말까지 계도 기간을 운영해왔다.
'소비기한'이란 식품에 표시된 보관 조건을 지킬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을 말한다.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에서 소비자 관점의 사용 기간인 셈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고,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을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한 바 있다. 통상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기 때문에 '소비기한'으로 식품 날짜 표시 제도를 바꿔 불필요한 식품 폐기와 처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 국민이 그동안 유통기한이 표시가 지나면 '먹어야 되나 버려야 하나' 찝찝한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그로 인해 낭비되는 식품들도 상당하다.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으로 식품 등에 표시된다면 국민이 혼란에 빠지는 일도 없고 버려지는 식품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서 식품업계 콜드체인(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발달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더 식품을 안심하고 사 먹을 수 있는 등 국민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65세 미만 장애인, 노인성 질환·장애인 서비스 골라 신청 가능
또, 1월 1일부터는 노인성 질환을 가진 65세 미만 장애인도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장애등록과 노인성 질병의 발생 순서에 따라 수급할 수 있는 활동지원급여를 제한했다. 때문에 65세 미만 장애인이 치매나 뇌혈관성질환, 파킨슨 등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어도 장기요양급여 대상자로 등록됐다면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지난 2020년 12월 헌법재판소는 65세 미만 장애인 가운데 노인성 질환이 있는 자의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제외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의사 출신' 이용빈 민주당 의원 등이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은 65세 미만 노인정 질환을 가진 장애인이 장기요양급여 수급이력 여부와 상관없이 (장애인)활동지원급여와 장기요양급여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분증 위·변조' 청소년 노래방 출입해도 업주 영업정지 '면제'
3월(공포일 9월 27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부터는 신분증을 위조 또는 변조해 노래연습장을 이용하는 청소년들로 인해 업주들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청소년이 위·변조된 신분증을 사용해 노래방을 출입하는 경우 업주에게 영업정지 등 처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변조했을 때 술과 담배를 판매한 경우에만 해당 업주에게 행정처분을 면제하고 있다. 때문에 업주들이 신분증 확인을 했음에도 청소년들의 신분증 위변조 행위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사례가 이어져 영세업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래방 업주가 출입시간 외 청소년 출입을 허용한 경우에는 3000만 원 이하 과징금이나 최대 영업 폐쇄 조치까지 감당해야 한다.
다만 업계에선 체감되는 입법은 아니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승민 전국노래연습장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런 부분에서 규제가 완화됐어도 어차피 청소년들은 코인 노래방을 많이 가기 때문에 일반 노래연습장에선 별로 상관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로선 '주류 판매 금지'가 애로사항이다. 주류 반입이 아예 안 되는데 손님들이 자기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소주 같은 걸 가져와서 먹다 적발되면 업주들만 처벌받는다. 그런데 이걸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뒤져볼 수가 없다. 그런데 업주들이 관리 감독을 못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50만 원을 내고 있다. 일반 국민은 노래방에서 주류 판매 금지 자체를 잘 모르고 있는데, 이걸 잘 아는 상습범들은 와서 술 먹고 신고한다고 협박도 많이 한다. 야구장에서도 치맥하는데 노래 부르면서 어떻게 음료수만 마실 수 있겠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음악산업진흥법상 노래방 업주는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 시설의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노래연습장 주류판매 관련 법안은 과거에도 발의됐지만 유사업종인 단란주점 등 단체들이 청소년음주 조장, 영업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이 이사장은 오는 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관련 입법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부터 '만 나이'로 통일
6월부터는 사법(私法)과 행정 분야에서 나이 계산이 '만 나이' 사용으로 통일된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규정이 담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다.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은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 살로 여겨 매해 한 살씩 증가하는 '세는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 만 나이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이었다. 그러나 방식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사회복지·의료 등 행정서비스 제공 당시 혼선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관련법은 나이를 계산할 때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생일을 포함해 만 나이로 계산·표시하도록 했다. 다만 출생 후 1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는 월수(月數·개월 수)로 표시할 수 있다.
◆6월부터 '강원도' 아닌 '강원특별자치도'
6월 11일 0시부터는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로 탈바꿈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18대, 19대 때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되다가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제주도, 세종시에 이어 세 번째 '특별자치 지역'이 됐다. 이에 따라 각종 규제 완화와 특례가 뒷받침될 전망이다. 올해 강원도 국비도 9조183억 원으로 지난해(8조1177억 원)보다 11%가량 늘었다. 도는 현재 △반도체 대기업 유치 △기업혁신파크 등 전략산업 특례 444건을 발굴해 준비 중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특별자치도 원년'을 기점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허영 민주당 의원(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은 통화에서 "그동안 강원도는 수십 년간 각종 규제로 인해 도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제 특별자치도가 되면 어느 정도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정부 지원을 받아서 더 나은 도민의 삶을 위한 환경도 구축하고 자체적인 발전 전략들을 실행해나갈 수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면서 "올해 6월에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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