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 의원 국조특위 대상 검토 및 윤리위 회부
민주당 내부서도 "진정성 아쉽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이었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 대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닥터카 현장 도착을 지연시켰다는 의혹과 관련해 신 의원을 국조특위 조사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본질을 왜곡하려는 정치공세"라고 맞서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신 의원의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국회의원이 현장에 가면 오히려 현장에 방해가 될까 이런 걱정을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의 팀원으로서 조용히 역할을 하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매우 겸손한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中
신 의원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이태원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재난 현장에 방해될 것을 우려해 의료진 차량에 탑승해 중간 합류하는 방법을 택했다. 도착 후 현장 상황을 정리해 '이태원 핼러윈 사고, 재난의료지원팀(DMAT)으로 현장 지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이어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을 방문해 상황을 공유했다. 신 의원은 "사고 원인 분석 및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신 의원은 참사 발생 후 여의도에서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서울경찰청 등을 방문한 뒤 "신고 이후 현장 대응(일방통행 지시 및 이태원 1번 출구의 유입 인구 이동 경로에 대한 통제)이 원활하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100% 예방 가능한 대형참사였다"고 평가하고 연일 윤석열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다. 참사 국정조사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에는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그러나 신 의원이 참사 현장으로 출동하는 닥터카를 불러 자택 인근에서 남편과 함께 이용, 현장 도착 시간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의료 도움을 위해서"라던 해명과 달리 15분 만에 현장을 뜬 데다, 긴박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은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은 악화했다. 신 의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20일 이태원 참사 국조 특위 위원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신 의원을 향해 "국정조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조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신 의원의 잘못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 의원에게 대국민 사과와 의원직 사퇴, 민주당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신 의원을 23일 국회 윤리위원회에도 회부할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누가 먼저 연락해서 닥터카를 불렀고, 그 때문에 얼마의 시간이 허비됐는지 등을 국정조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신 의원은 물론 닥터카를 제공한 명지병원까지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지나치게 정쟁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신 의원이 '의료 도움'을 위해 간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국정조사 정국에서 정부 책임론을 벗어내기 위해 과하게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건수 하나 잡은 듯한 여당의 태도가 실망스럽다"며 "정략적인 접근으로 신 의원에 대해 마타도어식 공격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신 의원은 국조 위원 사퇴에 이어 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자리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쟁화'라며 엄호하는 겉모습과 달리 야권 내부에선 신 의원의 '닥터카 호출'이 부적절했다며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근무하던 병원 의사들과 같이 가서 손발을 맞춰서 하려고 생각한 게 잘못"이라며 "그때 택시를 불러 타고 ‘거기서 보자’ 이렇게 했어야 맞다.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다"고 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상당히 미담 사례로 이야기됐는데 지적할 만한 소지가 있겠구나를 알게 됐다. 나름대로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자기 홍보에 너무 꽂혀서 한 게 아닌가 라고 행위 자체에 대해 평이 조금 갈린다. 인천 사는 비서를 오게 했다는 건 조금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민의힘에서) 이걸 가지고 너무 정략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정치인도 그런 오해가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도와주려고 했던 선한 의도는 맞는데 페이스북에 사진을 안 올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런 일이 생겨서 좀 아쉽다. 국민의힘 막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민주당은 사소한 것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이번 논란으로 국정조사 주도권을 내준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후 '윤석열 정부 실세'로 꼽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윗선의 책임 소재를 파헤쳐 이 장관 탄핵을 거부할 수 없는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거듭 자당 의원들에게 "민주당 9명 국조특위 위원뿐만 아니라 당 소속 169명 모두가 함께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호소해왔다.
민주당 국조 특위 한 위원은 "(국정조사에선) 진상 규명을 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하는데 자꾸 이렇게 본질과 다르게 흐려놓아서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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