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개한 민생투어서 尹 '검찰 정치' 맹비난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첫 국정과제점검회의가 15일 156분간 생중계로 진행됐다. 3(연금·노동·교육)+1(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했지만, 구체성은 떨어졌다. 각 부처가 선정한 국민패널들은 정부 정책 홍보 맞춤형 질문을 던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년 예산안 처리 등을 두고 여야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 투어를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검찰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검찰 정치'를 비판하는데 열을 올렸다.
-연말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더럽힌 것에 대한 반성은커녕 자신이 양심수인 것처럼 행세한다"고 꼬집었다.
◆'엄선'한 국민패널 100명과 함께한 국정과제점검회의 뒷말 무성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첫 국정과제점검회의가 지난 15일 생중계로 156분간 진행됐어.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처음으로 국민과 함께 점검하고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지. 그런데 미흡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네?
-회의에서 언급된 내용부터 말하면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임기 내 완수하겠다고 했고, 건강보험 제도도 '정의롭게' 개혁하겠다고 했어. 다만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졌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남겼어.
-윤 대통령은 연금 개혁에 대해선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는 연금 개혁의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된다"고 했어. 교육 개혁에 대해선 광역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선출 및 고등교육 권한 지방정부에 이양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어.
-그나마 노동 개혁은 '유연성', '공정성', '노동자 안전성', '노사관계 안정성' 네 방향성을 제시했고,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어. 하지만 노동계 평가는 싸늘했지.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노동 개악에 대한 큰 그림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고 혹평했어.
-3대 개혁 이행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대다수 언론의 공통된 지적이야. 또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개혁을 위해선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해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일방적인 협조를 당부할 뿐 협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어. 대통령실·여당과 야당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개혁을 어떻게 완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뚜렸한 대안도 제시되지 않았어.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앞으로 경제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며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정부와 국민 각계각층이 힘을 모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모호한 해법을 제시했어.
-국민적 관심이 큰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제시한 '다주택자 부동산 세제 완화'에 대한 설명도 의아했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처럼)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할 경우 기존 임대물량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해 영세한 임차인에게 '세금의 전가'가 일어나게 된다"며 "국민이 일견 생각할 때는 (다주택자 세금 부담 완화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경감함으로써 결국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들이 좀 더 저가의 임차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어. 이명박 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난 '낙수 효과'가 부동산 시장에 통한다는 논리지.
-다주택자 혜택 강화가 투기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나타난 일이기도 해. 전 정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임대인에게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의 혜택을 줬는데, 이 제도가 다주택자 갭 투자 수단으로 활용돼 집값 폭등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오자, 뒤늦게 되돌린 바 있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다주택자가 그 혜택을 임차인에게 돌려주려고 월세를 깎을까? 아니면 혜택받은 만큼 임대료 인상을 하지 않을까? 두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
-지난 12일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였던 고등학생 A군이 트라우마와 악플에 고통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참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야.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아직도 참사가 진행형인데, 책임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 특히 A군의 사례로 생존자에 대한 정부의 부실 관리도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 한마디도 없었던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야. 당장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희생자의 49재를 하루 앞두고 156분간 진행된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은 단 1분도 하지 않았다"며 "참사의 진상 규명과 유가족 및 생존자 지원 시스템, 재발방지 대책 및 예방대응체계 마련이 제1의 국정과제 아닌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어.
-이번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처음으로 국민패널의 질문을 직접 받고 답했는데, 민감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어. 회의에 참석한 국민패널 100명은 각 부처에서 '엄선'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엄선을 한 것인지 질문권을 얻은 14명 모두 윤석열 정부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어. 이들 모두 사실상 정부 정책 홍보 맞춤형 질문을 던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 평가'하는 국민이 과반인데 질문을 한 국민 100%가 호의적이라는 게 의아했어. 취재진 일각에선 '짜고 친 고스톱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 이와 관련해 16일 YTN에 <[돌발영상] '일부' 국민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회의 리허설 영상이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어. 해당 영상에는 질문자와 답변하는 장관이 생중계에서 말한 그대로 사전에 리허설을 한 내용이 담겨 있었어. 국민과의 소통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일방적 국정홍보 쇼'였다는 야당의 비판도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아.
◆국민의힘, 이재명 민생 투어에 "사법 리스크 물타기 방탄 투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번 주 민생 투어를 재개했어. 이름은 '민생 투어'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검찰 정치'에 비판에 더 열을 올린 것 같아.
-이 대표는 행사 이름을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라 짓고 민생 현장을 찾았어. 13일엔 천안 중앙시장, 대전 유성문화원 등을 방문하고 14일엔 청주 SK하이닉스 공장, 충북대를 방문했어. 특히 충북대 방문에서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며 당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어.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민생 투어 일정을 시작하는 이유가 "복합 경제위기와 민생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탄압 때문에 공포 정치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협상 국면이지만 복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어.
-민생 투어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민생 현장을 찾아 여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여. 하지만 속내는 이 대표가 측근 등의 검찰 수사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을 만나 검찰의 '야당 탄압'이 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여.
-이 대표는 13일 중앙시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며 당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당시 그는 주변인들의 사례를 들어 윤석열 정부의 '검찰 정치'를 비판했어. 그는 "얼마 전 어떤 교수분들을 만났는데 요즘은 말 잘못했다가 잘못되는 거 아닐까, 심지어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을까, 고발당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한다고 한다"고 전하며 "조그마한 기업을 하는 분은 세무조사를 걱정하고 공무원들은 잘못되면 감사를 해서 책임을 물으니까 일을 안 한다. 온 사회가 경직되고 불안해하는 사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어.
-시장을 방문한 이 대표는 시민들에게 "정부가 그저 강자들이 횡포를 부리고 힘을 행세하도록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해 다수의 약자가 힘겨워하고 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야 할 나라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을 거부한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어.
-또 이 대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에둘러 비판하며 "요즘 '내가 이 얘기 하다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 얘기 하다 압수수색당하지 않을까'라고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민주주의가 질식해 가고 우리 사회에 공포감이 젖어 든다"고 했어.
-14일 일정에서도 이 대표는 현 정부 비판을 이어갔어. 충북대 타운홀 미팅에선 "최근에는 대한민국 검찰이 모두 달려들고 있는 것 같다. 제 주변 온갖 것을 압수수색한다"며 자신을 향한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하기도 했어.
-당 지도부 측은 일단 매주 전국 투어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야.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예산안, 국정조사 문제 등 국회 문제를 뒤로 하고 이 대표가 자신만을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이 가운데 지난 14일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권이 이 대표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물타기를 위한 '방탄 투어'를 하고 있다며 "방탄 투어 와중에 이 대표의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끔찍한 일들을 당하고 있다. 이미 4명의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어제는 김 씨 같은 이 대표의 핵심 관계자가 끔찍한 일을 시도한 것"이라고 파상공세를 퍼부었어.
-이 대표는 다음 주엔 경상북도와 강원도로 향할 예정인데, 이와 같은 민생 행보로 당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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