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여당, '국조 보이콧' 시동…野 일각선 예산안 처리 걱정도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도 윤석열 정부 인사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이상민 파면'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면 다음 주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개시도 전에 이 장관을 해임하는 것은 정쟁 유발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마무리와 본격적인 국정조사를 앞두고 정국이 급속히 냉각하면서 민주당 일각에선 대여 전략이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오는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간) 대통령의 (이 장관) 파면 결단이나 자진사퇴를 마지막으로 촉구했지만, 끝내 묵묵부답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민심과 맞서지 말고 이 장관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169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전날(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해임건의안 처리 시점을 두고 속도조절론도 나왔으나, 기존 원내지도부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해임건의안 처리에도 이 장관의 거취가 여전할 경우 민주당이 다음으로 내놓을 카드는 탄핵소추안이다. 박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본회의) 가결 이후에도 본인이 자진사퇴하지 않거나 윤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부득이 내주 중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가결시켜 이 장관 문책을 매듭짓겠다"며 대통령실과 여당에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 내에선 해임건의안에 대해 처리 시점에 대한 이견이 있을 뿐 대다수 공감하고 있지만, 탄핵소추안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건의안과 달리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법적 판단을 받게 돼 결과에 따라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탄핵소추안 카드를 시한까지 못 박은 것은 압박 수위를 높여 '파면론'을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더팩트>에 "이번 정기국회 내에 이상민 파면으로 거취 문제는 끝을 보겠다는 게 당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자간담회 후 위성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의안과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해임건의안에 기재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 사유는 △이태원 참사 당일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경찰·소방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 참사 당일 재난 안전 관리 사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점 △참사를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한 점 △경찰 지휘 감독권자로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일선 경찰 소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 등이다.
민주당의 이 장관 사퇴 압박에 정부와 여당은 '국정조사 반대'로 맞대응했다. 국정조사에 이 장관이 기관 증인으로 참석하는데 해임건의안을 내는 것은 야당이 참사의 '결론을 정해놓고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정쟁만 유발한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계획서에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조사 대상으로 사실상 명시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이 장관 해임이 '선(先) 조사 후(後) 징계'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에 반한다는 것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 합의 이틀 만에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은 어렵게 복원한 정치를 없애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며 "국정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파면하라고 요구한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국민의힘이 덜컥 받으니 더 소리 지를 게 없었나"라며 "애절한 척 주장했던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은 그냥 했던 시끄러운 소음이었을 뿐"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장관 해임건의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 합의, 원활한 국정조사 진행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도 전에 민주당에서 '해임건의' 카드를 던지며 시작하는 것이 예산안 합의도 그렇고 국정조사 진행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당이 야당 탓하며 떠넘길 빌미를 준 것"이라며 "이 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높으니 여당에서도 국정조사에 합의한 건데,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 장관의 잘못이 드러난다면) 해임 말고도 전술적 활용이 가능한데 그런 면에서 아쉬운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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