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정치권, 해결할 다른 문제 많은데"
'정치의 사법화' 우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통령실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현지 사진 촬영을 위해 조명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1호 고발인'이 된 장 의원은 '윤(尹)신정권'이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민주당도 당 차원 대응을 고려 중이다. 이른바 '빈곤 포르노'로 촉발된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사법적 문제로까지 번지자 일각에선 여·야·정의 정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3일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장 최고위원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전날(2일) 대통령실은 장 의원을 김건희 여사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은 장 의원 고발이 처음이다.
김 여사가 동남아 순방 중 캄보디아의 환아를 만나 촬영한 사진에 대한 장 의원의 최고위 회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그는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된다. 가난과 고통은 절대 구경거리가 아니고 그 누구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돼서도 안 된다" "최소 2~3개의 조명 등 현장 스튜디오를 동원한 콘셉트 촬영" 등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장 의원이 허위 발언을 한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본인의 사과와 발언 철회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고발 이유에 관해 "(장 의원은) 인터넷 게시판의 출처 불명 허위 글을 토대로 가짜뉴스를 공당의 최고로 권위 있는 회의에서 퍼뜨렸다. '조명이 없었다'는 대통령실 설명 뒤에도 글을 내리거나 사과하기는커녕 외신에 근거가 있다며 허위사실을 계속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이 외교 국익을 침해하고 국민 권익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대통령실 고발 다음 날(23일) 최고위 회의에서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실 고발 1호 국회의원'이 됐다"며 1974년 시행된 유신정권 긴급조치 1호 내용을 소환했다. 장 의원은 "국회의원의 의혹 제기에 고발로 대응하는 대통령실의 사상 초유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가 국익일 수 없고, 국민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그 권위를 부여한 적도 없다"고 일갈했다. 장 의원은 오히려 대통령실 측이 김 여사 순방 사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김 여사 수행원 △순방 촬영팀 인원 △촬영 장비 목록 등의 자료를 운영위원회 예결위에 제출하라고 쏘아붙였다.
당 지도부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법적 조치 예고'에 이재명 대표도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실의 장 의원 고발에 관해 "야당 지도부의 합리적 의혹 제기마저 정치보복 수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대통령실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누구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노골적 겁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찬대 최고위원도"참으로 졸렬하고 쪼잔한 정권이다. 대통령 영부인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신성불가침 영역'이라고 믿지 않고서야 이렇게 치졸하게 굴 수 있나"라며 "대통령실은 즉시 천공(윤 대통령 측근)을 고발하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은 향후 장 의원 고발 건과 관련해 당내 대책기구인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차원의 총괄적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더팩트>와 만나 "(장 의원 고발 건은) 당연히 당 차원 문제이다. 우리 최고위원이 하는 말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수사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장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탄압'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당은 지난 16일 장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 데 이어, 장 의원에 대한 규탄을 이어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장 의원을 향해 "벼락출세하자 제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다" "'개딸'(개혁의 딸)들의 응원에 도취해 거짓말도 불사하는 선천성 구제 불능 '관종'(관심 종자)인 것인지, 아니면 공천받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버리고 후천성 아부 근성을 발휘하는 '아첨꾼'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길은 죽음으로 들어가는 계곡 입구일 뿐" 등 페이스북을 통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 사진 문제를 두고 여야를 비롯 대통령실까지 뛰어들어 정쟁화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앞으로 며칠간 우리는 1)기자가 도어스테핑 장소에서 쓰레빠(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끼는 것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 2)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는가 아닌가라는 문제를 풀게 될 것"이라며 "설사 정답을 낸다 한들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들일까"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의 '빈곤 포르노' 발언 당시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쓴소리'가 나온 바 있다. '5선 중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장 의원의 '빈곤 포르노' 발언 논란 당시 "표현이나 비판을 하더라도 공적인 부분에서, 그리고 공적으로 국회의원의 품격에 맞게끔 하는 게 맞는다"며 "장 의원이 그렇게 표현한 건 본인의 뜻이 어떻든 간에 '포르노'라는 말이 들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선정적으로 대중들이 받아들일 염려가 있다"고 부적절 의견을 낸 바 있다.
또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빈곤 포르노 발언과 김건희 조명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경태 최고위원은 '함구령'을 내려야 한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사실 여부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의원을 향해 고발을 한 것은 '정치의 사법화'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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