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 의원 수사, 불공정 없는지 적극적으로 해달라" 주문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취임 초기 검찰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는 '정치 탄압'이라고 규탄하면서 당의 단결을 이끌었지만, 자신과 측근을 향한 검찰 압박이 이어지면서 당내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여기에 '4선 중진' 노웅래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사법리스크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각 사안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할 경우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노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첫 압수수색 당시 "예상치 못했다"라며 당 차원 대응 마련에 시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내 '야당 탄압'으로 기조를 조율한 분위기다. 김의겸 대변인은 노 의원 자택 두 번째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 18일 오후 논평을 통해 "유동규의 진술에만 의존해, 야당 당대표에 대한 수사를 옥죄어 오더니, 노 의원을 시작으로 소속 의원들에게까지 탄압수사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노 의원의 무고함을 믿고, 검찰의 정치탄압수사에 맞서 노 의원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당 지도부 회의 결과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8일 당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당 법률위원회 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에게 노 의원 수사를 포함해 "검찰의 공정하지 못한 수사를 잘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현재 검찰 관련 대응은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위원회는 박범계 의원이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를, 박찬대 의원이 이 대표 관련 검찰 공세에 대응하고, 개별 의원 관련 수사는 김 의원이 맡는 것으로 세분된 상황이다.
김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책위가) 분과별로 나눈 것에 대해 '그렇게 돼 가고 있냐'고 확인했고, 좀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주문을 한 번 더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초기 단계라 노 의원의 말을 믿고 같이 방어해야 하고, 검찰이 '집에서 돈다발이 발견됐다'는 둥 자꾸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했다.
다만 문 정부 인사와 이 대표 관련 수사 때 '야당 탄압'이라고 명확히 했던 때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A 최고위원은 이 대표 요청에 대해 "그 사건을 '야당 탄압이냐 아니냐' 이것까지는 규정하지 않은 것 같다. 일단은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이 있거나 예를 들어 검찰의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수사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요청은 노 의원을 시작으로 야권 주요 인사들에게까지 '이정근 게이트' 불이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2020년 사업가 박 모 씨로부터 각종 청탁 명목으로 6000만 원가량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도 약 10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검찰의 이 전 부총장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비서실장, 송영길 민주당 대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 것으로 알려졌다.
A 최고위원은 다른 야권 인사 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검찰은 '어떻게 해서든 많이 털면 털수록 좋겠다. 털어서 먼지 안 나겠냐' 라는 마음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은 그렇게 할 거고 저희는 거기에 대해서 사소한 문제라도 없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최측근 수사 대응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측근들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되거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사자 입장문을 공보국을 통해 전하고, 다수의 논평을 내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결백을 전달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노 의원 수사에 대해선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당내에선 "정치탄압의 기준이 뭔가"라며 '이재명의 사당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당대표 경선 경쟁자였던 박용진 의원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에서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의 혐의는 시기도 내용도 당과 무관한 사안이며, 대장동 사건도 민주당 정책 노선과 관계가 없다"며 "당 대변인이 일개 당직자의 개인 비리에 과민하게 대응하는 데에 이견이 있다"고 했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사안별로 사법 리스크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당 전체 리스크로 커질 수 있어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민주당의 '야당 탄압' 기조는 문재인 정부 인사가 수사망에 오르면서 옛 친문이 다수인 당내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가 수사망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뒤이어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을 때도 당내에서 '야당 탄압'에 수긍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근의 비리 혐의가 검찰발로 연이어 보도되고, 당력을 동원해 대응하면서 불만이 응축되는 모양새다. 노 의원의 경우는 검찰이 노 의원 자택 두 번째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뭉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2020년 출판기념회 때 받은 후원금을 모아뒀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 의원의 지난 2년간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는 '현금 자산'이 신고되지 않았다. 자금 출처와 관계 없이 재산 축소 신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상황에도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는 기존 입장을 적용할 경우 당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집에 돈다발을 둔 국민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겠나. 이런 상황 속에서 이걸 야당 탄압이라고 하면 진짜 야당 탄압일 때 국민은 안 믿는다. 그러니 이 대표가 노 의원 본인에게 진상을 밝히라고 하면서 명확히 해야 한다. 당은 비리가 있다면 끊어내야지, 감싸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건 제1야당의 리더십으로 적절하지 않다. 좀 더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할 때다. (측근에 대해서도) 국민 전체의 민심을 얻기 위해선 팔다리를 잘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결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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