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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尹 선택적 언론관' 재점화…"공정·상식 맞나?"

  • 정치 | 2022-11-19 00:00

여야, '빈곤 포르노', '이태원 명단 공개' 공방 치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특정 언론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선택적 언론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특정 언론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선택적 언론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낙엽이 지는 시기, 정치권 열기는 뜨겁다. 정치권은 예산안 심사와 여러 현안을 두고 치열하게 정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특정 언론사에 불편한 심기를 직접 드러내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른 언론에 억압적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윤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두고 '빈곤 포르노' 주장이 나온 이후 여야가 첨예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을 두고도 여야는 엇갈린 시각을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있다.

-검찰이 야당 인사를 겨냥한 수사를 확대했다. 노웅래 의원은 2020년 5차례 사업가로부터 선거 비용 명목 등으로 모두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노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총력 방어했던 것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이정미 대표 체제의 닻을 띄운 정의당이 새로운 존재감을 보일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동남을 순방을 떠나기 이틀 전인 지난 9일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이 대통령전용기에 탑승하는 것을 불허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언론 대응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동남을 순방을 떠나기 이틀 전인 지난 9일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이 대통령전용기에 탑승하는 것을 불허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언론 대응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뉴시스

◆尹대통령 내외, '순방기자단과 거리두기'…돌아와선 "MBC, 악의적 보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4박 6일간의 캄보디아 프놈펜·인도네시아 발리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했어. 출발 이틀 전 갑자기 'MBC,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하면서 시작된 언론 대응 논란이 순방 내내, 또 돌아와서도 이어지고 있지?

-맞아. 갑작스러운 통보에 MBC 취재진은 민항기를 이용해 취재 제약을 받으면서 순방 취재를 다녀왔어. 대통령실의 조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한겨레·경향신문 취재진도 자발적으로 민항기를 이용해 순방 취재를 했어.

-순방 기간에도 주요 정상회담 취재 불허, 대통령 기내 간담회 '0회', 전용기 이동 중 대통령과 특정 매체 기자 2명과의 사담, 김건희 여사 일정 비공개 등을 두고 논란이 지속됐어.

-민항기를 이용한 세 언론사 취재진을 포함해 이번 순방엔 83명의 기자가 순방 취재를 다녀왔어. 이들 중 순방 현장 풀(POOL, 대표취재)에 들어간 취재기자는 15명이야. 여기에는 실질적인 순방 현장 취재라고 보기 어려운 공항 출발·도착 스케치 취재에 투입된 4명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로 순방 현장 취재에는 11명만 들어갈 수 있었어. 다른 순방단 기자들은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만 취재를 할 수 있었다고 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프놈펜·발리 순방에 MBC 취재진을 대통령전용기에서 배제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프놈펜·발리 순방에 MBC 취재진을 대통령전용기에서 배제한 것과 관련해 "MBC가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순방기자단의 취재기자는 풀 취재로 △한·미·일 정상회의 △한·아세안 및 아세안+3 정상회의 △한·캄보디아-한·태국-한·필리핀 정상회의 △캄보디아 동포 만찬 간담회 △B20 서밋 기조연설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일정 앞부분 일부만 취재가 가능했어. 이외 일정은 모두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후에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취재진에게 순방 일정 내용 공개가 이뤄졌어.

-김 여사 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 후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진과 내용을 사후에 출입기자단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대통령의 기내 이동 중 간담회는 아예 없었어. 대신 채널A, CBS 취재기자 2명만 따로 기내에서 불러 1시간가량 사담을 나눴다고 해. 이에 기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왜 이런 방식으로 언론을 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어.

-윤 대통령은 18일 순방에서 돌아온 후 첫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채널A, CBS 기자만 따로 불러서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라고만 설명했어. 또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가 '선택적 언론관'을 보여준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답했어. 갑작스러운 MBC 배제 결정을 누가 결정했는지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함구했는데, 사실상 대통령 본인의 결정이었다고 시사한 셈이야.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MBC 한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윤 대통령의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MBC 한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윤 대통령의 "MBC, 악의적 보도 행태" 발언 등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JTBC 유튜브 갈무리

-이에 한 MBC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냐"고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그대로 집무실로 올라갔어. 당시 현장에 있던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은 해당 기자에게 '(집무실로) 들어가시는 분한테 왜 질문을 하냐'는 취지로 말하자, MBC 기자는 "뭐가 가짜뉴스냐", "아니 (기자가 도어스테핑에서) 질문도 못 하나", 뭐가 악의적인가" 등이라며 맞서며 고성까지 오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어. 또한 이 기자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이 있는데 왜 부정하는가. 저희가 뭘 조작했다는 것인가, 증거를 내놓으시라"고 말하기도 했지.

-MBC 기자 vs 이 비서관의 설전이 벌어진 후 2시간가량이 지나서 대통령실은 이재명 부대변인 명의 서면 브리핑에서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10가지 해명을 내놨어.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고,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을 했다 등의 주장을 펼쳤지. 다만 대통령실이 음성 분석을 의뢰한 전문가가 누구인지, 그 전문가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했는지, 국민 대다수가 '이XX'라고 들은 발언을 안 했다면 그 발언을 무엇이라고 했는지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어.

-대다수 언론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에서 '바이든'이라고 표기했던 부분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반박했던 것처럼, '이XX'도 하지 않았다면 뭐라고 했는지를 밝히면서 가짜뉴스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어. 또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짜뉴스라고 확정하기 위해선 지금 진행 중인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및 사법적 판단이 끝나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실은 "(누구인지 밝힐 수 없는) 음성 전문가가 불확실하다고 하고,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XX'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어. 자유, 공정, 상식은 윤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핵심 단어인데, 지금처럼 언론을 대하는 게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공정과 상식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봤으면 좋겠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최고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 순방 중 김 여사가 캄보디아 의료 취약층 아동과 사진을 찍은 것을 두고 '빈곤 포르노'라고 주장한 이후 여야 정쟁의 중심에 섰다. /이새롬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최고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 순방 중 김 여사가 캄보디아 의료 취약층 아동과 사진을 찍은 것을 두고 '빈곤 포르노'라고 주장한 이후 여야 정쟁의 중심에 섰다. /이새롬 기자

◆'빈곤 포르노'에 갇힌 국회…與, 장경태 맹공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당시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두고 여야가 '빈곤 포르노' 공방을 계속하고 있어. '빈곤 포르노'는 모금을 유도하기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말해.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인 빈곤 포르노 이슈를 다뤄볼까?

-먼저 김 여사의 행보를 알아둘 필요가 있어. 김 여사는 지난 12일 캄보디아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소년과 사진을 찍었어. 사진을 보면, 의자 없이 바닥에 앉은 김 여사가 아이를 뉘어 안고 있는 모습이 담겼어.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환아는 2018년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추가로 수술해야 한다고 해. 최근에는 뇌수술을 받아 회복 중이지만 생활고로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래. 김 여사는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앙코르와트 사원 방문)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 일정으로 이 소년의 집을 전격 방문해 건강 상태를 살피고 위로했어.

-논란의 발언은 지난 14일 나왔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어. "이번에도 여지없이 또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 행사 개최국의 공식 요청을 거절한 것도 외교적 결례이고, 의료취약 계층을 방문해 홍보 수단으로 삼은 것은 더욱 실례이다."

-국민의힘의 반응은 어때?

-장 의원을 향해 연일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어. 특히 장 의원의 성 인지 감수성을 문제 삼으며 여성 혐오라고 주장하고 있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영부인의 순수한 봉사활동을 폄훼함으로써 윤 대통령 일이라면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 보는 민주당의 비뚤어진 심보가 드러났다"며 "어떤 여성에 대해, 그것도 영부인에 대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너무나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고 비판했어.

-또 있어. 국민의힘 소속 여성의원들도 16일 성명을 내고 "여성 혐오와 아동 비하로 휴머니즘 파괴에 이른 저주와 타락의 장경태는 즉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어. 심지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장 의원이 굉장히 의도적으로 계획되고 그런 단어를 선택해서 결과적으로 유사 성희롱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어. 국민의힘은 장 의원이 김 여사를 모욕했다며 국회 윤리특별윤리위원회에 제소했어.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피고 위로하는 모습. /뉴시스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피고 위로하는 모습. /뉴시스

-반론도 상당하지 않나?

-맞아. 일단 장 의원은 "빈곤 포르노는 사전적, 학술적 용어"라고 강조하면서 사과의 뜻이 없다고 못 박았어. 여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에서 '포르노'에 꽂힌 분들은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해 한 번도 고민 안 해본 사람임을 인증한 것"이라며 "이성을 찾자"고 했어. 개인적으로 연락했던 다른 의원들이나 보좌진들은 말을 아끼더라고.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도 17일 국민의힘의 '여성 혐오'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비공개 일정이라면서 가난하고 아픈 어린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대대적으로 공개해 김 여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 이용했다면, '빈곤 포르노'라 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강조했어.

-정부의 입장은 뭐야?

-김 여사가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은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는 견해가 나왔어. 지난 14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 출석해 "저희(외교부)가 확인해봤는데, 주최 측에서 앙코르와트 방문하는 것을 배우자들에게 권고 프로그램으로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꼭 의무적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어. 김 1차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배우자가 11명인데, 그중 주최 측이 제시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우자는 5명이고, 김 여사를 포함해 나머지 6명의 배우자는 별도 일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어. 그러면서 "주최국 프로그램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결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어.

-정치권에서 '빈곤 포르노' 공방이 격해지고 있는데, 시각과 해석이 각자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하는 것은 어려워 보여. 어쨌든 여야가 정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심혈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야.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남용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남용희 기자

◆여야,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공방 가열, 유족 슬픔은 뒤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두고 국민의힘이 연일 더불어민주당을 직격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

-민주당이 참사 희생자 이름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야. 희생자 명단은 지난 14일 인터넷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가 공개했어. 문제는 유족들의 동의가 있었냐는 건데 그렇지 않았더라고. 실제로 몇몇 유족 측에서는 이 같은 공개 방식에 항의하기도 했어. 그러다 보니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유족들에 대한 2차 피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졌지.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배후설'을 제기했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며 "민주당은 공범에 가깝다"고 비판했지. 단순히 희생자 이름을 공개한 곳이 친민주당 성격을 띠고 있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희생자 명단 공개로 번졌다는 거야.

-이 대표가 뭐라고 했길래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거지?

-이 대표는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를 하느냐"며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어. 당시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문진석 의원의 핸드폰에서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하고 당 차원의 발표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메시지가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을 때였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희생자 공개 논의가 이뤄졌고, 이후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명단 공개를 밝힌 까닭에 친민주당 성향 매체들의 무리한 실명 공개로 이어졌다는 논리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두고 여당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두고 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암묵적으로 서로 명단 공개에 대해 동의한 거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남윤호 기자

-반대로 민주당은 정부 여당에 책임이 있다며 역공에 나섰던데?

-맞아.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가 희생자 명단을 먼저 공개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입장이야. 서영교 최고위원은 "과거 화재 참사에선 소방 당국이, 세월호 참사에선 해경 당국이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왜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느냐"며 "누가 이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어. 또 박홍근 원내대표는 "유족 동의를 전제로 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는 한결같은 민주당 입장"이라면서 "무능과 실정으로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이 생기면 꺼내 드는 국민의힘의 국면 전환용 음모론은 이제 일상화됐다"고 지적했지.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어.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어. 당 지도부의 섣부른 명단 공개 발언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취지야.

-희생자 명단 공개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여. 현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민들레와 더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거든. 수사 과정과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으니까. 일각에서는 우리 정치권의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해. 명단이 일방적으로 공개됐고 유족들에게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수습하려 하기보다 정치 공방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착잡하다는 거야. 이번만큼은 여야가 명단 공개 책임론을 따져들 게 아니라 고인의 죽음과 유족들의 슬픔을 더 다독여주는 쪽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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