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기자회견에도 중진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당내 '이재명의 민주당' 우려…"정치탄압 기준이 뭐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4선 중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당하자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 중진을 비롯한 당내 윤석열정권 정치보복 대책기구는 노 의원 압수수색에 관해 '모른다'며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 측근들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당시 당력을 총동원해 대응했던 것에 비해 싸늘한 반응이다. 이 때문에 향후 '정치탄압'을 외치는 목소리의 방향이 친명계에만 한정되는 것 아니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노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전날 압수수색에 대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노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마포구 지역구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2020년 노 의원이 사업가 박모 씨 측에게서 각종 청탁과 함께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는 구속기소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노 의원은 "윤석열‧한동훈 검찰이 실시한 사무실 압수수색은 단지 야당 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뤄진 정치 보복 수사, 기획 수사, 공작 수사"라며 "이권 청탁이나 무엇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검찰이 뇌물 공여자로 지목한 박아무개씨와 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다.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수천만원 금품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의 절절한 '야당 탄압' 외침에도 함께 한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압수수색 당일 노 의원의 입장문을 공유한 것 이외에 다음날인 17일 오전까지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 정책조정회의에서도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동료 의원은 물론 당내 '정치탄압' 대책을 총괄하는 당 '윤석열정권 정치보복대책위원회'의 반응도 싸늘했다.
이날 오전 김상희·안민석·우상호·윤호중·이인영 등 노 의원과 같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촉구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나온 자리에서 노 의원 관련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자리를 뜨는 사이 중진들은 "노웅래 의원은 무슨 일이냐" "모른다" 등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노 의원의 압수수색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내 '윤석열정권 정치보복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도 이날 오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건을 몰라 본인한테 얘기를 들어봐야 안다"라며 "(당 차원 대응도) 아직까진 계획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당시에도 사무실에는 보좌진 외 당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 당 사무총장인 김병기 의원, 설훈 의원 등만 자리를 함께 지켰다.
이는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민주당 중앙당사 내 김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당에는 의원들 비상동원령이 내려오는 등 당력이 총동원돼 야당과 검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 지도부는 비상의원총회까지 열고 "야당에 대한 검찰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정책의원총회에서는 PPT 화면을 동원해 정 실장 관련 의혹 설명에 나서면서 당내에선 '대장동(개발특혜) 수사 대응 특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특혜' 등 이 대표 관련 수사는 이전부터 알려져 충분한 준비가 가능했으나, 노 의원의 경우 '예상치 못한 수사'이기 때문에 당 차원 대응에는 고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이 노 의원의 수사에 관해 공식 성명을 낸 것은 이날 1시 40분께였다. 임오경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관해 "물불 안 가리고 수사의 칼날을 내지르는 검찰의 정치탄압 수사에 민의의 정당이 멍들고 있다"며 "정치, 기획, 조작 수사 의혹을 지울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노 의원의 수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곧이어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노 의원 관련한 내용은 없었으며, 정 실장 관련 수사가 '신빙성 없는 진술'에 따른 조작이 의심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는 데 그쳤다. 이날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영장에 기재한 내용 중 정 실장 이력과 관련해 인터넷 백과사전인 '나무위키'를 차용해 허위 정보를 기재했다며 "(검찰이) '이재명과 정진상은 정치공동체'라는 결론에 끼워 맞출 여러 근거를 찾다가 무리하게 나무위키의 허위 정보까지 갖다 붙이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노 의원 수사와 관련해 당 차원 대응을 묻자 "일단 갑작스럽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이뤄진 일이라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며 당 차원의 대응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대표 측근들과 노 의원 사이 온도차를 보이자 민주당 일각에선 '이재명의 사당화' 우려가 더 강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누군가에게 돈을 줬다'는 증언만 가지고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건 김 부원장과 정 실장, 그리고 노 의원이 같은 경우 아닌가. 당사자들은 모두 '나는 안 받았다. 이건 정치탄압이다' 외치고 있는 상황인 것"이라며 "오늘 하루만 봐도 정치탄압 대책위는 정 실장 엄호 보도자료만 내고 노 의원 관련 자료는 하나도 없더라. 누가 봐도 '이재명 방탄'만 하고 있다는 당 분위기가 느껴져서 씁쓸하다"라고 토로했다.
당이 이 대표 관련 검찰 수사를 이미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노 의원 수사까지 정치 보복이라고 엮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노 의원 사건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경우 당사와 측근을 검찰이 수사할 당시 명백하게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겠지만, 당 입장에서도 노 의원까지 야당 탄압이라고 연결시키는 것은 중도층에게는 '과잉'으로 느껴질 수 있다"라며 "지금 상황에서 노 의원 수사까지 당이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면 여론은 '민주당은 개인 비리도 다 야당 탄압이라고 하냐'라며 오히려 이 의원 측근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던 목소리 자체도 설득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의원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부총장 수사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이 엮이면서 '야당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노 의원에 대해 "'대장동 형제들'로부터 촉발한 이재명 대표의 불법 리스크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친문 게이트'마저 비화하며 민주당에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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