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현실화에 "이 대표 취임 전후 분리해야" 불만 수면 위로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들이 연달아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면서 당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정진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짜맞추기 조작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일각에선 "당직자 개인 혐의에 당력을 동원해야 하나"라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측근을 향한 검찰의 칼날을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한 뒤 일찌감치 방어전선을 치고 엄호하고 있다.
16일 이 대표 '오른팔'로 불리는 정 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도 즉시 반발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명백한 물증 하나 없이 죄인으로 몰아가려 한 야당탄압 조작수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짜맞추기 조작 수사로 우기지 말고 증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위원장 박찬대)가 전날(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근거를 거론했다.
정 실장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억40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영장에는 "유동규가 성남시 분당구 A아파트에 있는 정진상의 주거지 앞에 이르러, 엘리베이터에 설치되어 있는 CCTV에 녹화되지 않기 위해 계단을 이용해 5층에 있는 정진상의 주거지까지 이동했다"는 진술이 있는데, 정치탄압대책위는 현장 검증 결과 해당 진술이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이 2019년 당시 살았던 아파트 출입구 곳곳에 CCTV가 설치된 점을 근거를 제시했다. 관련 사진은 대책위 관계자가 직접 촬영했다고 한다. 검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당직자가 증거수집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정 실장과 지난 8일 기소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반박 논평을 내고 정정 보도를 요청을 하는 것은 물론, 의원총회에서도 이들의 '결백'을 소속 의원들에게 거듭 알리고 있다. 지난 15일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입법과 예산 등 정책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 대표 측근 수사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이 있었다. 정치탄압대책위가 확인한 '정 실장 자택 CCTV 설치' 증거를 설명하는 등 사실관계를 전달했다고 한다. 정책 의총에서 예기치 않게 '사법리스크 대응 교육'을 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내에선 정 실장 등 이 대표 측근 수사에 당력을 동원해 맞서야 하는지를 두고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해당 혐의는 이 대표 취임 전 있었던 일로 당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대표 사법 리스크를 최전선에서 방어하는 일부 소속 의원들이 엄호에 몰두하다가 본연의 의정활동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요즘에 너무 김 부원장이나 정 실장에 대해서 당이 총력을 들여서 방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데, 당이 여기에 깊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본인들이 법률적으로 대응해서 무고함을 밝혀야 될 문제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여서 엄호한다거나 이런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실장에 대해 사법처리가 이루어지면 그다음 수순은 바로 이재명 대표에게 칼날이 들어온다고 예상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어선을 쳐야 되겠다는 심정에서 그렇게 하는 건 이해는 간다"면서도 이 대표 취임 전과 후의 사건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취임 후 관련 수사에 '야당탄압 조작수사' 기조를 굳히고 당내 혼란을 잠재웠지만, 검찰과의 대결 국면이 지속되면서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이 나오는 모습이다.
반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 이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연적일 것이란 관측이 높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당 차원의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특히 검찰은 '성남 FC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의혹은 성남시가 2015년 두산건설의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해주는 대가로 성남 FC에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내용이다. 정 실장 영장에는 이 대표가 '정치적 공동체'라고도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해 그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노 의원도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 의원은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해 회기 중에 현역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이며 야당 탄압"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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