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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낭비NO <하>] 선거보전비 먹튀, '신상 공개·재출마 제한' 해법될까

  • 정치 | 2022-11-15 06:06

선관위, '무재산 통보'에 속수무책…정치권, 제도개선 나서야

이른바 '선거보전비 먹튀'로 혈세가 새고 있다.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5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4동 제 3투표소 모습. /이새롬 기자
이른바 '선거보전비 먹튀'로 혈세가 새고 있다.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5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4동 제 3투표소 모습. /이새롬 기자

공직선거법상 국가는 일정 득표율을 올린 후보의 선거비용을 국민 혈세로 보전해주고 있다. 돈이 없어서 출마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당락을 떠나 보전비용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2004년부터 현재(2022년 7월 31일 기준)까지 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고 버틴 이들은 총 121명,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혈세는 225억 원에 이른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손놓고 바라만 봐야 할까. <더팩트>는 선거비 미반환 실태를 파악하고,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안을 두 편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박숙현·조성은 기자] 선거사범은 매 선거마다 나오고 있다. 선거 보전비용을 지금처럼 제때 환수하지 못한다면 줄줄 빠져나가는 혈세 규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환금 환수 업무를 담당하는 관할 선관위는 "당사자의 재산이 없으면 강제 징수할 방법이 없다"며 손 놓고 있다. 그러나 돈 없다며 버티던 미반환자 중 '돈'이 필요한 선거에 다시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 정당도 '먹튀 이력'을 모른 채 공천을 준다. 미반환자 신상 공개와 공직선거 재출마 제한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선거사범을 양산하는 '당선 무효형'에 대한 논의부터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는 미반환자의 재산이 없으면 강제로 환수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멸시효 연장 재판청구나 징수재위탁을 안 하는 등 소극적인 업무 태도에 대해선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모습. /뉴시스
선관위는 미반환자의 재산이 없으면 강제로 환수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멸시효 연장 재판청구나 징수재위탁을 안 하는 등 소극적인 업무 태도에 대해선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모습. /뉴시스

◆관할 선관위·세무서, "강제 환수 권한 없어" 수수방관

선거보전비용 환수 절차는 단순하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돼 반납 대상이 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사자에게 보전금 반환을 고지한다. 대통령 선거와 비례때표 선거는 당이, 지방선거와 총선(지역구)는 후보자 본인이 보전금 반환의 주체다. 반환기한을 10일 남겨 두고 2차 반환명령을 내린 후, 반환 고지로부터 30일 이내에 선관위에 반환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이때부터 '껄끄러운 싸움'이 시작된다. 총선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지방선거나 교육감 선거의 경우 지자체가 징수 주체다. 이들은 당사자가 거주하는 관할 세무서에 돈을 대신 받아달라고 위탁한다. 그러면 세무서는 세금을 체납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상자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근로소득 등을 파악하고 압류나 공매 등 징수 절차에 돌입한다.

그러나 압류할 재산이 없다면 소멸시효를 더 늘리는 재판청구 외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 보전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이 없어 재산을 빼돌렸다가 반환 소멸시효가 끝날 때까지 버티면 그만인 셈이다. 보전금 미반환 체납 소멸 시효는 국세 징수법에 따라 5억 원 이상은 10년, 그 미만은 5년이다. '반환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인들은 '벌금100만 원형'으로 희비가 엇갈린다. 직을 상실할 뿐 아니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2021년 3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민에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90만 원형을 받았다. 오른쪽은 지난 1월 20일 재산 신고 축소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 /뉴시스

<더팩트>가 취재한 지역 선관위에선 하나같이 "재산이 없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A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로서는 징수 위탁하고 잘 진행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유선이나 공문으로 확인하는 것 말고는 (관련 업무를) 따로 하진 않는다. 세무서에서 가압류할 재산을 발견하지 못하면 경제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고 했다.

기한 내 환수가 되지 않으면 선관위가 내놓을 유일한 조치는 소멸시효를 늘려달라고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승소하더라도 기간만 늘 뿐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실무자 판단이다. B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소멸시효 연장 재판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압박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자기 재산은 없기 때문이다. 승소하는 이유는 채권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한 목적이고 혹시라도 재산이 생기면 다시 통지하기 위해서다. 소송비용은 상대방에 통지될 송달료로 5만 원 정도만 들어간다"고 했다.

선관위가 재판 청구마저도 하지 않아 소멸시효 완성으로 날린 혈세는 34억여 원이다. 지난 2019년 10월 감사원이 발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세무서에 징수 위탁한 172건 중 소멸시효 5년 이내에 세무서에 다시 징수위탁한 건은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실무자들은 환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미반환자 인적사항 공개 방안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팩트> 취재 결과, 지난 6·1 지방선거 전후 언론 보도 이후 자발적으로 반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C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예전부터 (반환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관공서라 강제할 수는 없고 본인이 스스로 내셔야 하는 건데, 세무서에서 징수를 해줘야 하는 건데 그것도 재산이 있어야 하는 거라 참 난감했었다. 그런데 세무서에서 조회했을 땐 재산이 없어서 강제 징수가 안 됐던 건데 언론 취재가 되니 완납하더라"라고 했다.

D지역 선관위 관계자도 "인적사항을 공개한다든지 제도적으로 명문화한다면 압박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선거비용 보전을 유예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선거가 끝나고 2개월 내로 비용을 보전하게 돼 있다.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도 길기 때문에 (보전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희도 실무적으로 좀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환수 주체인 선관위가 세무서에 위탁해 책임을 분산하면서 환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선관위 실무 관계자는 "세무서 위탁은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D지역 선관위 관계자 ㄱ씨는 "징수하는 부분은 사실 전문적인 영역이다. 당사자의 금융자산, 부동산 재산이 어디에 있는지 선관위가 찾는다는 건 국가기관의 행정 효율 측면에서 봤을 때 어불성설이다. 선관위가 징수한다면 재산이 어디에 있는지 기초 정보 접근조차 쉽지 않을 것 같다. 국세청이나 지자체 세무부서들은 등록돼 있는 부동산부터 차량 금융자산, 소득신고까지 전부 접근 권한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 선택으로 선출된 분들이 나중에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되면서 환수해야 할 금액들이 발생하는데 사전에 발생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후보자나 선거 사무 관계자들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준수를 잘해주는 게 제일 근본적인 부분일 것 같다"며 "그 뒤에 이미 발생한 부분에 대해선 현 제도를 보완해서 고의로 재산을 은닉할 경우 파악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보통 압류에 들어가면 납부를 많이 한다. 이런 분들은 제도보다 본인들의 자성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벌금100만 원형'으로 희비가 엇갈린다. 직을 상실할 뿐 아니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2021년 3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민에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90만 원형을 받았다. 오른쪽은 지난 1월 20일 재산 신고 축소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 /뉴시스

◆돈 없다더니 재출마한 미반환자, 공천 준 정당

선관위의 반환 요구에 "줄 돈이 없다"고 했던 이들이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반환자 중 총 11명이 제8회 지선에 후보 등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들(6명)이 무소속(5명)보다 더 많아 눈길을 끈다. 이전 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후, 선거보전비용을 돌려주지 않은 이들이 정당 공천을 받은 것이다.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은 재출마자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된 이기찬 강원도의원, 각각 익산시장과 화순군수, 곡성군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와 낙선한 △박경철 후보(4.04%) △전완준 후보(24.53%) △최용환 후보(12.89%) 등 총 4명이었다. 지선 후 선관위는 이 도의원에게 지급할 8회 지선 선거보전금 3000여 만 원을 공제해 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후보에 대해서도 6·1 지방선거 선거보전금으로 지급할 5500여만 원을 포함해 반환비용1억500여만 원 전액 환수했다. 최 전 의원도 2400여만 원 중 1500여 만원을 반환했다.

소멸시효 완성자 중 재출마자는 총 7명이다. 이 중 정당 소속은 △김기환 울산시의원(국민의힘, 미반환액 3700여만 원) △김한종 장성군수(더불어민주당, 미반환액 3200여만 원) △배재성 전 함안군의원(더불어민주당, 미반환액 1600만여 원) △장세호 전 칠곡군수(더불어민주당, 미반환액 8000여만 원) △정천석 전 울산동구청장(더불어민주당, 미반환액 8200여만 원) 등 5명이다. 다만 정 전 청장은 지난 2019년 7월 모 식당에서 구민과 울산 지역 정당 원로들에게 술값과 음식값 30여만 원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1심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자 중도 사퇴했다. 무소속으로는 △윤승호 전 남원시장(득표율 27.84%, 미반환액 1억1047만여 원) △이명 전 통영시의원(득표율 24.38%, 미반환액 2854여만 원) 등이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7명 중 선거보전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15% 이상 득표자는 4명,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는 10% 이상 득표자는 1명, 10% 미만은 1명이었다. 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이들이 다시 국민 혈세로 보전금을 받게 된 것이다. 윤 전 시장을 제외한 6명은 지난 7회 지선에도 출마한 바 있다.

현 공직선거법상 미반환자에 대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아 유권자는 알지 못한다. 정당 공천 심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1 지선 당시 울산시당위원장이었던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도 공소시효가 지나면 (의무가) 없어지는 걸로 당시 법이 그렇게 돼 있었다"며 미반환 이력 공천 반영 논의 여부에 대해선 "아마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장 전 군수의 경우 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을 지낸 터라 '셀프 공천' 비판도 나온다.

선거보전비용 미반환은 개인 채무 문제이기에 정당에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보전비용 미반환은) 민법적 사안이기 때문에 공천 자격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며 "정당에선 좋은 사람을 공천하는 게 아니라 될 사람을 공천한다. 정당은 권력 잡는 걸 목적으로 모인 집단인데 그걸 뭐라고 할 순 없다"고 했다. 정당이 미반환자가 제때 돈을 낼 수 있도록 압박하는 등 선관위에 협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전비용은 개별 후보자들에게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채무 관계는 돈을 받은 후보자와 선관위 사이에서 발생한다. 당이 끼어들 여지는 지극히 협소하다"고 했다.

정개특위에서 '선거보전비용 먹튀 방지법'이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8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남인순(가운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국민의힘 김상훈(오른쪽) 간사와 민주당 전재수 간사와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개특위에서 '선거보전비용 먹튀 방지법'이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8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남인순(가운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국민의힘 김상훈(오른쪽) 간사와 민주당 전재수 간사와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제도개선안 국회 계류...정치권 '나 몰라라'

선거비 환수 절차의 제도적 허점은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만큼 여러 개선안이 이미 나와 있다.

21대 국회에선 관련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5건 발의됐다. 미반환자에 대해선 공직선거 입후보를 제한하고 관보나 선관위 누리집에 인적 사항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김용판·류성걸 의원 대표발의) 등 직접적인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나, 통상 선거가 끝나고 60일 이내에 지급되는 기탁금 반환과 선거비용 보전을 선거범죄로 기소나 고발된 경우에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한병도·조은희·박성민 의원 대표발의) 등이 담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9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관련법 개정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는 개정 의견을 지난 2014년, 2016년에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고 있다. 5건의 관련 개정안도 관련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제도개선안은 지난 8월 출범한 21대 국회 후반기 정개특위에서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가 의견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때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434억 원, 이 대표도 기탁금 3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

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정치권은 항상 자기들과 관련한 사안,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이 요구해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선거 때만 잠깐 나오고 묻히겠지 하고 생각하는 게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이지 않겠나"라며 "국민 세금을 너무 낭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선거비 미반환자는) 정당이 재공천하지 말고, 무소속의 경우 당연히 출마를 제한시켜야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정말 책임 있는 정당이 되려고 한다면 자기들 주위부터 국민이 요구하는 부분들을 입법화해서 신뢰를 쌓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은 '벌금100만 원형'으로 희비가 엇갈린다. 직을 상실할 뿐 아니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2021년 3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민에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90만 원형을 받았다. 오른쪽은 지난 1월 20일 재산 신고 축소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 /뉴시스
정치인들은 '벌금100만 원형'으로 희비가 엇갈린다. 직을 상실할 뿐 아니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2021년 3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민에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90만 원형을 받았다. 오른쪽은 지난 1월 20일 재산 신고 축소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 /뉴시스

◆신상 공개·재출마 제한으로 해소?..."벌금 100만 원 당선무효형 손봐야" 의견도

'신상공개'와 '재출마 제한' 등 제도 개선안의 세부 방향을 두고 정치권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영 정개특위 위원은 신상공개와 재출마 제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공보물 외에 누리집 게재 등) 상시 공개도 해야 한다고 본다. 명확하게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선거 재출마 제한도) 그런 정도의 강력한 조항들이 제도적 장치로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반환자의 정당 공천을 통한 재출마에 대해선 "정당 공천 심사 과정에서 그런 사례가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미반환 전적)들을 좀 명시적으로 공개하고 선관위가 정당에 명확히 통지하고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같은 당 한 정개특위 위원은 "재출마 못하게 하는 것까지는 좀 심하지 않은가 싶다. 신상 공개하고 다음에 후보자 등록할 때 반드시 갚도록 한다든지 방안을 강구하는 건 있어야 할 것 같긴 하다"고 했다. 미반환자에 대해 후보자등록에서부터 제한할 경우 헌법상 보장되는 공무담임권(국가나 지자체 구성원이 돼 공무 담당할 수 있는 권리)을 제한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A 정개특위 의원은 두 방안 모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A 의원은 "선거비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돈일 수도 있다. 어디서 빌리고 나서 보전받고 그걸 다 돌려줬는데 그 돈을 다 내놓으라고 하면 경제적인 형편이 안 돼서 진짜 내고 싶어도 못 낼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그에 대해 무조건 신상 공개해버리겠다고 하고, 정치계에서 영원히 사라지라고 하는 건 잘 모르겠다. 어떤 법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개인의 권리 침해가 무한정 확장되는 것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거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9조 1항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1년 피선거권 상실기준을 '벌금 100만 원'으로 규정한 이후 3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 결과로 당선무효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 양형에 대한 판사의 개인적 편차가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았던 박석동 전 부산시의원은 "'벌금 100만 원'이 한 장 차이인데 실수로 이뤄지는 일들이 많다. 본인이 아니고 사무장이나 회계 책임자가 잘못해서 그런 것까지 보전 (반환)해야 한다면 그건 사람 하나 죽이는 거다. 완화해줘야 한다. 보전금액을 회수하는 건 심대한 부정행위가 있었을 때 명분이 선다"고 토로했다.

A 의원도 "(벌금형) 금액의 경중에 따라서 (보전금액을 반환하는 것도 아니고) 딱 100만 원만 넘으면 보전 문제가 생기는 게 좀 그렇다. (벌금형) 90만 원을 받은 사람은 선거법을 위반했지만 법원이 90만 원짜리라고 하니까 토해내지 않아도 되고, 벌금 100만 원 받으면 보전금을 반환해야 한다. 죄질의 차이를 우리가 얼마큼 개량할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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