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욱일기 격파' 눈길…풍산개 반환 '와글와글'
文 전 대통령 풍산개 반환 논란에 정치권 '개싸움'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역시, 정치는 생물이다. 이번 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4박 6일간 동남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결정을 두고 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은 '자유 침해', '언론 탄압'이라며 대통령실을 질타하는 반면 여당은 다른 취재 행위에 대해 그 어떠한 제한도 없다며 방어하고 있다.
-또, 여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반환한 것을 두고서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분노가 채 가시기 전에 여야가 '개싸움'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우리 해군이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향해 경례한 것에 대해 적절성 논란이 뜨거웠던 가운데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욱일기 패널을 박살 내 화제다. 민주당 대변인 김의겸 의원의 연이은 '헛발질' 촌극도 벌어졌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남동생의 이른바 '누나 찬스'는 공분을 일으켰다.
◆대통령전용기 'MBC 배제', 더 큰 취재 제약 받는 출입기자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4박 6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인도네시아 발리로 순방을 떠나기 이틀 전 MBC 취재진에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하면서 논란이 일었어. 특정 언론사를 콕 짚어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맞아. 대통령실은 MBC의 '편파·왜곡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고 설명했는데, 특정 언론사를 지정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이번이 처음이야. 관련해 10일 도어스테핑(대통령 출근길 문답)에서 질문이 나왔는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이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어. 한마디로 MBC가 '국익'을 해치는 보도를 하기 때문에 '취재 편의 제공'을 해주지 않겠다는 거지.
-대통령실 측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지난 9월 미국 순방에서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행사장에서 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을 MBC가 먼저 앞에 부분은 '이XX'로, 뒤에 부분은 '바이든'으로 자막을 달아 보도한 것이 왜곡 보도라고 대통령실이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MBC 측이 거부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돼.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초 '이XX'는 인정을 했다가, 나중에 '불확실하다'고 말을 바꿨어. 이후 또다시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바꿨지. 그런데 국민 3명 중 2명가량이 '이XX'라고 들은(뉴스토마토 4~5일, 전국 성인남녀 1022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63.2%가 '이XX로 들었다'고 응답) 부분에 뭐라고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어. 논란의 뒤 발언은 MBC 외 대다수 언론이 보도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설명했던 것과 대조적이지.
-통상 공적인 인사가 언론사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할 때는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해. 언중위에서도 양측 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로 민·형사 소송으로 가지. 대통령실은 언론사에 대한 정정보도 신청까지만 했고, MBC는 이를 거부했지. 언중위에는 외교부가 대신 제소했어. 통상적인 절차를 봐도 MBC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확정되지는 않았는데, 대통령실이 자의적 판단으로 MBC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해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지.
-당장 대통령실 중앙풀 기자단, 주요 언론단체는 모두 대통령실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어.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한 MBC는 민항기로 10일 순방지로 출국했고, 대통령실의 결정을 부당하게 여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스스로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로 같은 날 순방지로 떠났어.
-순방 직전 대통령실이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 이 결정을 누가 내린 거야?
-관련해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나'라는 질문에 "내부 의사과정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 사안마다 누가 발제했고, 동의했고, 반대했다고 말하기가 부적절하다"고 말했어.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최종 재가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지. 일부 관계자는 해당 결정이 MBC에 통보되고, 보도가 이뤄질 때까지 '몰랐다'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 아니면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급에서 결정을 한 것으로 추측돼. 대통령실 홍보와 언론사 대응 책임자인 김은혜 홍보수석은 MBC 기자 출신이고, 그 아래 부대변인도 모두 방송 기자 출신인데, 그들이 이런 논란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야.
-일각에선 왜 대통령실 기자단이 보이콧 등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보이콧은 한 매체라도 반대하면 사실상 불가능해. 관련해 중앙풀사에서 투표를 진행했는데 보이콧 반대 의견이 30% 이상으로 나와서 무산됐다고 해. 또 대통령실 기자단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있어. 대통령 공식일정 근접 취재 및 해외순방에 동행할 수 있는 중앙풀사 49개사. 중앙풀사와 사실상 동등한 대우를 받는 지면이 있는 지역지가 모인 지방풀사 38개사. 풀 취재 및 해외순방 동행을 불허하는 비풀사 40여 개가 있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까지는 비풀 청와대 출입기자에게도 순방 동행의 길을 열어줬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이외에도 비풀사에 대한 차별이 더 있지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무튼 대통령실 기자단 내에 이번에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한 MBC보다 이미 더 심한 취재 제한, 차별을 받고 있는 매체도 많아. 애초부터 대통령실 기자단은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인 측면도 있어.
◆전용기 의원, '욱일기' 부수고 '전용기 태워줘라' 모니터 띄운 사연
-정기국회가 한창인데, 한 의원이 '퍼포먼스'로 주목받고 있다고?
-1991년생 'MZ세대' 초선 전용기 의원이 그 주인공. 우선 전 의원은 지난 7일 '욱일기 격파'로 주목받았어. 전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패널을 가지고 나와 네 동강을 냈지. 전 의원은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욱일기 경례' 논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어. 전날 한국 해군이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서 '욱일기'와 같은 자위함기가 내걸린 호위함 '이즈모'에 거수경례해 논란이었어.
-질의에서 전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될 행사에 참석하고 욱일기를 향해 우리 해군이 경례했다는 비판이 있다. 일본 해군에 대해서 우리가 거수경례를 하게 만든 자체가 국민들께 납득이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어.
-이에 이 장관은 "자위함기에 대해서 경례한 것은 욱일기에 대해서는 한 것이 아니다. 국제관례에 따라 경례한 것"이라고 해명했어. 그러자 전 의원이 "내가 한 번 뽑아왔다"며 욱일기 패널을 꺼내 들었지. 전 의원은 문제를 계속 지적하며 "아직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도 해결 안 됐다. 세계가 인정하면 자위대함에 우리가 경례해도 되냐"고 반문했지.
-전 의원은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서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한국 해군이 관함식 참석을 반대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이런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행사에 참석했느냐. 상황을 그렇게 만든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다음 패널을 두 번 접었어.
-현장에서는 패널이 네 동강 나는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예결위장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도 포착됐어. 퍼포먼스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속이 시원하다'며 전 의원에게 격려를 보내기도 했지.
-또 전 의원의 '튀는 행동'이 주목받은 건 10일 본회의장에서였어. 전날 오후 9시쯤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어.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MBC 취재진에게 발송했다고 해. 이로 인해 여야 간 공방도 거셌지. 전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용기를 태워줘라'는 문구를 쓴 핸드폰 화면을 카메라에 포착되게 모니터 상단에 고정해뒀어.
-의원실에 물어보니 해당 메시지를 써 붙여 놓자는 건 의원 본인 생각이었다고 하더라고.
-전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특정 언론만 쏙 꼽아 전용기에 못 타게 했다고 한다"라며 "참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온다. 한마디만 메모로 남긴다. '웃기고 있네'"라고 남겼어. 앞서 김은혜 홍보수석이 운영위원회 회의 도중 필담을 나눠 논란이 된 부분을 비꼰 거지.
-전 의원은 평소 SNS에 올리는 정부·여당 비판 메시지가 '매운' 편인데,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요즘 의원'다운 면모로 주목받았네. '보여주기식'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 비판을 위해 화제를 끌어모았다는 데서는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풍산개 반환 논란에 정치권 '개싸움'
-정치권에 때아닌 '풍산개' 논란이 일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아 키워오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정부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이 시끄러웠어. '이태원 참사'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이 들썩였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7일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두 마리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혔어.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하루가 지난 8일 문 전 대통령비서실과 협의를 거쳐 곰이와 송강을 인수했어. 대통령이 재임 기간 국가원수 자격으로 받은 선물은 법적으로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국가 소유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 거야?
-곰이와 송강이는 국가 소유이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잖아.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는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시설과 시스템이 없어. 때문에 행안부·대통령기록관과 문 전 대통령 사이에 풍산개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기로 협의가 이뤄졌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문 전 대통령과 회동에서 선의의 협의도 있었다고 해.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는 게 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야.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했지만, 현재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야. 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실의 반대를 의심하고 있어.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행안부 소속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 선물 중 동·식물을 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고 관리에 필요한 물품·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어. 대통령기록관이 추산한 '곰이', '송강'이 양육 예산은 월 최대 242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어.
-위탁 관리 지원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문 전 대통령은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라며 위탁을 그만두겠다고 입장을 낸 거야. 풍산개들을 반환하겠다는 것이지.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파양'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어. 국민의힘은 논평 등을 통해 반려견을 '사룟값' 때문에 물건 취급하냐며 거세게 몰아붙였어. 또한 대통령실은 '전임 대통령이 동·식물에 해당하는 기록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에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문 대통령에게 키우던 분이 데려가시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문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 다운이를 평산으로 데려갔던 것"이라며 "법령 개정이 어렵다면 현행법령대로 기록관에서 키우는 것이 맞다는 평산마을의 판단을 '사룟값' 운운하면서 비아냥대는 것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치사함을 가려보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어.
-문 전 대통령은 10일 페이스북에 "입양과 파양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다. 반려동물들이 명실상부하게 내 소유가 되어 책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에서 해제해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힌다"고 적었어.
-대통령실에선 풍산개를 맡아 기르는 방안에 부정적이지?
-맞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개가 5마리, 고양이도 4마리 키워서 거의 집이 다 찬 모양"이라며 "애완견을 더 들이기는 어려운 상황 같다"고 말했어. 현재 정부는 곰이와 송강이의 새 보금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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