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XX' 재차 번복...'한국 국회→기억 못 해→한 적 없어'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변호사들이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가 하면, 민주당은 적반하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순방 과정에서 국회를 향해 '이XX'라는 논란의 발언이 다시 소환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 사과 요구에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문제의 발언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대통령이 기억을 못 한다'고 뒤집었다. 이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재차 번복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에 불참했다. 검찰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를 위한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따른 항의 차원에서다. 야당 의원 전원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한 건 헌정사 최초다.
-하반기 여당 몫 국회부의장 선거에서 정우택 의원이 2표 차이로 당선됐다. 다만 여야 대치가 심화하면서 정 의원을 선출하는 일정은 다음 달 10일로 미뤄졌다. 검찰의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따른 정국 경색의 여파로 분석된다.
◆'尹·韓 심야 술자리 의혹' 후폭풍...진위 여부에 여야 공방 점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유명 로펌 변호사들이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지?
-맞아. 불씨를 지핀 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어. 김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7월 19일 밤 술자리를 기억하느냐"고 물었어. 김 의원은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 30명가량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고급스러운 바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어.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한 녹취록을 공개했지.
-녹취록에는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과 유튜브 채널 '더탐사' 기자 간 대화가 담겨있었어. 당시 이 전 권한대행은 '7월 20일 청담동 갤러리아 인근 카페에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김앤장 변호사들의 모임은 어떤 취지였나'라는 질문에 "제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말할 순 없죠"라고 답했지. 또 '그때가 밤 굉장히 늦은 시간이었는데'라는 물음에는 "뭐 늦지도 않았다"고 말했어.
-이 전 권한대행 말만 보면 그날 문제의 술자리가 있기는 있었다는 거 같은데?
-그렇지. 술자리가 없었다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잘 못 알고 있다' '그런 일 없다' 정도의 말이 나와야 할 텐데,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대답을 했으니까. 김 의원도 여기에 근거해 국감장에서 관련 의혹을 질의했다고 봐. 하지만 이 전 권한대행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의적 편집에 의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데 이어 27일에는 서울지방검찰청에 김 의원과 더탐사 기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어. 이 전 권한대행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오해라고 했어. 이 전 권한대행은 보통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게 '예, 예' 하는 등 넋두리 비슷하게 말하는데 그걸 교묘하게 짜깁기했다는 거야.
-그래도 녹취록만 두고 봤을 때 이 전 권한대행이 자기 말을 뒤집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공개된 여러 녹취록 가운데 여성 첼리스트와 전 남자친구의 대화가 많은 주목을 받았어. 첼리스트는 자신이 문제의 술자리에 있었다면서 이 전 권한대행을 언급했거든. 첼리스트는 이 전 권한대행의 보좌관을 통해 연주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받았다는 것과 이 전 권한대행에게 술자리에서 수고했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해. 첼리스트와 이 전 권한대행이 적어도 일면식은 있는 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 그런데 이 전 권한대행은 첼리스트에게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더라고. 이 전 권한대행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난 첼리스트를 모르고 본 적도 없다"면서 "어디 술집 같은 데를 보면 첼로나 뭐 밴드 같은 것이 있지 않느냐. 자기가 가던 집에서 내 이름을 주워들었나 싶다"고 말했거든. 연주비 200만 원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이 계속 안 맞는 것 같네. 혹시 술자리가 있었다는 장소는 어딘지 알아?
-공개된 녹취록 등을 보면 술자리는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뒤쪽 골목으로 차량이 들어오기 쉽지 않은 곳에서 이뤄졌다고 해. 그래서 실제로 한 번 가봤는데 백화점 뒤쪽은 아닌 것 같아. 곧바로 아파트 단지가 크게 있고,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거든. 아파트 단지 뒤로는 산책길과 올림픽대로가 있어서 상가가 들어오기에는 불가능해 보여. 그렇다고 해서 아파트 단지 내에 술집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 백화점 뒤쪽이 아닌 인근이라면 말이 되기는 해. 백화점 기준 오른쪽 청담동 방면으로 향하면 복잡한 골목길에 술집이나 바가 보이긴 하거든.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장소가 특정된 건 아니야.
-당사자들은 어떤 입장이야?
-윤 대통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어. 윤 대통령은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관련 질문을 다 듣지도 않고 "다른 질문 없습니까"라며 "그런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어. 또 "솔직히 말해서 입에 담기도..."라면서 "대통령 입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는 것 자체도 국격에 관계된 문제 아니겠나"라고 했지. 한 장관도 같은 날 제77주년 교정의날 기념식이 열린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저질 가짜뉴스를 뿌리고 다닌 김 의원은 (민주당) 대변인인데도 언론을 피해 도망다닌다"며 "청와대 대변인을 하셨는데 청와대에서는 이래도 되는 분위기였는지 묻고 싶다. 이성을 찾으라는 말씀 드린다"고 꼬집었지. 김앤장에도 따로 입장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별다른 답이 돌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은 그 다음에 추가 증거를 내놓은 게 있어? 한동훈 장관이나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며 반박하면 뭔가 다음 내용을 내놓아야 의혹 제기의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조용하네.
-그게 좀 내부적으로도 말이 나오는 모양이야. 좀 더 검증을 거쳐 의혹을 제기했거나, 녹취록 이상의 물증을 바로 제시하면 될 텐데 지난 일주일 동안 정국을 뒤집어놓고 지금까지 조용한 것은 여러가지 해석을 낳게하는 대목이지.
-정치권에서는 여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며?
-맞아. 국민의힘은 28일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어. 국회의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과 모욕 등 발언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지. 여당 지도부에서도 김 의원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어.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정감사 후속 조치 점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지. 반면 민주당은 김 의원을 감쌌어. 박홍근 원내대표는 28일 "김 의원 입장에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싶었을 것이고 상세 녹취가 있어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대통령이 입에 담아선 안 될 표현을 쓴 게 국격 훼손"이라고 말했지. 여야 공방이 더 격화하기 전에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가 분명하게 가려지면 좋겠어.
-그런데 이게 민생보다 더 중요한 정치 사안인가? 지금 국민들은 경제 불안에 밤잠을 이루지 못 하고 있는데. 정말 좀 정치인들이 사안의 경중을 가렸으면 좋겠어. 늘어나는 건 국민의 한숨뿐이야.
◆尹대통령, '이XX' 발언 논란 끝내 '사과'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순방 중 우리나라 국회를 향해 '이XX'라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이번 주 다시 소환됐어. 의문점이 여전한데 사과 없이 이대로 넘기려는 모습이네?
-맞아. 25일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는데,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지도부와 가진 사전 환담에서 해당 발언이 또다시 거론됐어.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미국 순방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어. 하지만 윤 대통령은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거절했다고 해.
-이 비대위원장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도 여당 지도부에 윤 대통령의 사과를 설득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어. 특히 시정연설 전날에는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직접 "윤 대통령이 사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어.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이XX'라고 들은 그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당초 해당 발언이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3시간 만에 뉴욕 현지에서 언론 앞에 나서 "'이XX'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라고 설명했어. 한국 국회를 향한 말이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과는 없었지. 이후 대통령실 해명은 "'이XX' 발언을 했는지는 대통령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로 바뀌었어. 그러면서 윤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자막까지 넣어서 처음 보도한 MBC를 향해 '가짜뉴스' 공세를 펼쳤지. 이후 새로운 이슈가 계속 터지다 보니 비속어 논란은 정리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 이슈에서 다소 밀려났어.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기억을 못 한다"에서 "그런 말을 안 했다"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아.
-영상 자료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이 '이XX'라고 듣지 않았나? 그런 말을 안 했다면 그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어떤 말을 썼다는 거야?
-일단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하나 소개하면 10월 4~5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XX로 들었다"는 응답이 63.2%였어. "다른 말로 들었다"는 응답은 20%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고 답을 유보한 층은 16.8%였어. '이XX'로 들은 국민이 '다른 말'로 들었다는 국민보다 3배 이상 많은 셈이지. 대통령실은 '다른 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어. 대통령실 한 관계자에게 "'윤 대통령의 사과할 만한 일이 없었다'는 말은 미국 순방 중에 '이XX'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확인해보고 말하겠다"더니 3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을 주지 않더라고.
-윤 대통령의 말대로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최소한 대다수 국민이 '이XX'라고 들은 단어가 '실제로는 OOO이다'라고 밝혀야 하지 않나. 그래야 상식적으로 국민이 납득하고 이 논란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 텐데, 같은 사안에 말을 여러 번 바꾸면서 제대로 된 설명도 사과도 없어서 이 사안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