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박지원 회견 옆자리 지킨 이재명…내부선 "李 의혹 당차원 대응, 상황 지켜봐야"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 인사들이 등판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이 대표의 '합석'은 본인을 포함해 '야당의 심장'인 문재인 전 대통령 두 사람이 정부·여당의 탄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지지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개인 문제' 영역으로 치부됐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당사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야당 탄압 대상'으로 격상됐다. 당 일각에서는 '대표 개인 문제에 당 전체가 끌려간다'는 우려 때문에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은 2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전 정부 인사들을 국회에 불러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 당사자인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회견은 윤석열 정부가 '서해 사건'을 재조명한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故 이대준 씨에 대한 월북 판단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전정부 지우기'용 표적 감사가 선을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전 실장은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긴박하고 제한된 여건과 상황 속에서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그럴 이유도 실익도 없다. 자료 삭제 지시도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도 "저는 대통령, 청와대 안보실로부터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 직원에게 제가 삭제를 지시한 것도 없다"며 "만약 검찰 조사에서 그런 얘기를 묻는다면 규탄하고 답변할 것"이라고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정권이 바뀌니 결론을 바꾸려는 시도일 뿐, 당시 '자진 월북' 판단 근거와 정황 등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견에는 이 대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 일정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당일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현장에는 고민정 최고위원, 홍영표·진선미 의원 등 이른바 '친문계' 의원들도 참석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깜짝 등장'을 두고 내부 결집을 다지고 지지자들에게 '단결'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사법 리스크 우려로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옛 주류였던 친문 진영의 최대 관심사인 '문재인 지키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관련 수사를 함께 묶어 '야당 탄압'이라고 외치는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은 이 대표 관련 문제에도 당 차원의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를 위해 검찰이 지난 19일, 24일 벌인 '당사 압수수색'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 26일에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의원·원외지역위원장·당직자·보좌진 등이 모여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대표도 이 자리에서 야당 탄압을 직접 언급하며 "민생 파탄과 국가적 위기를 외면하고 국가 역량을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허비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함께 지키는 방식으로 당 차원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래야 '야당 탄압' 프레임이 더 견고해지고, 지지자 결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단일대오' 행렬도 한동안 흐트러짐 없을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야당은 탄압받을수록 지지자들이 함께 싸우면서 뭉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대 전제 하에 민주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두 사람을 지키는 게 맞다"며 "당내에서도 대표의 문제와 전 정권의 문제를 분리해 봐야 한다는 시각은 지금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문 정부를 향한 정치보복용과 달리 '개인 비리' 성격이 짙은 탓이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로선 검찰의 증거도 명확하지 않으니 대표에 대한 대응 트랙을 달리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는 힘들다. (다만) 지금 당이 무리하고 있다고는 느낀다"며 "압수수색에 당 차원 대응을 하니 우리가 스스로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 버린 거다. 개인 비리 (관련이다)로 툭 치고 (넘어) 갔어야 되는데 당 차원에서 못하게 한 건 좀 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 대표와 관련한 문제에 관해 "앞으로 상황을 좀 봐야 될 것 같다. 정 부실장까지 검찰이 치고 들어온다면 당에서도 대응 차원이 꼭대기를 찍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수사에서) 개인 비리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 나오게되면 '언제까지 당하고 상관 없는 문제에 끌려다닐 것이냐'하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행 상황을 유심히 보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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