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마을 밭갈이' 한 李, 압색 당일 저녁엔 '레고랜드 사태' 尹 역공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검찰이 닷새만에 다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당은 25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맞불을 놨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불씨가 번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비통한 심정으로 침탈의 현상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말과 함께 당사 앞에서 당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24일 검찰이 다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닷새 전 시도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공간을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다.
앞서 김용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했다. 검찰은 8시 45분께 당사 8층 부원장실에 진입했고,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이 입회하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후 집행을 시작했다. 검찰은 5일 전인 지난 19일 김 부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려다 민주당 측의 저지로 당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검찰은 민주당사 내 사무실에서 변호인 입회를 기다린 뒤 오후 2시 20분부터 4시 30분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이 당사 진입을 시작할 무렵, 이 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부산 저축은행 비리 수사 봐주기 논란'을 빼더라도 '대장동 특검'의 칼날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은 빼고라도 특검을 하자"며 "대장동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특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두 특검을) 연관 짓지 말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발길을 옮겨 압수수색 시도 중인 당사를 찾아 발언을 하던 도중 '눈물'을 보였다. 이 대표가 지난 3월 대선 패배 이후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감사 도중에 야당의 '중앙당사 침탈'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정당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국민들도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울먹였다. 발언을 마친 후에도 이 대표는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
압수수색 전날인 23일 이 대표는 자신의 '마을'(팬카페)에서 이른바 '밭갈이'(지지층 확대 독려)에 나서며 자신의 지지층들과의 여론전을 도모했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글을 남겨 '범죄에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화천대유는 이재명의 대선자금을 줄 이유가 없다'며 '터무니없는 음해를 많이 알려달라. 거대한 강물도 물방울에서 시작되듯 진실을 알리는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강조했다. 또 응원 내용이 담긴 지지자들의 댓글에는 이 대표가 직접 '많이 알려달라'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다' '힘내자' 등의 답댓글을 남겨 격려하기도 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 대표 최측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입장문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며 "추가로 소환하면 언제든 당당하게 응해 성실히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구속된 김 부원장은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있다.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으며 8억 원 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1일 2의원총회' 강행군을 이어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전에는 국감 오전 일정을 잠정 연기하고 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이 대표를 제외한 당 지도부는 오전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어 오후 의원총회 이후에서는 25일 있을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불참 의사도 밝혔다.
민주당은 시정연설 거부 이외에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SPC 계열 노동자 사망·부상' 사고 등 민생 관련 사건 사고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논평을 냈다. 제1야당으로서 윤석열 정권의 '무책임·무능력'을 직격해 역공 중이다. 이 대표의 수사로 인한 리스크를 '정치탄압·보복'으로 전환하고 '적은 외부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오후 6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경제 무능'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되어가고 있다"며"'김진태(강원도지사) 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과 정부의 늦장 대응이 시장의 '돈맥경화'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라며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결사항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대응에 고심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측근 수사 관련 상황이 언론을 통해 쏟아지며 민주당에 가해지는 압력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미 국회의 손을 떠나 사법부로 떠난 이 대표 관련 의혹들에 관해 당 차원에서 낼 수 있는 묘책은 없는 상황인 탓에 내부적으로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를 엄호하는 당 움직임을 두고 쓴소리도 나온다. 이틀 전 이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민주당 '소장파' 김해영 전 의원은 이날도 이 대표를 향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단일대오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비명계를 이끌 구심점이 없어 당분간 '단일대오' 형세는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현실적으로 민주당 내에서도 '비명'(이재명계)에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없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현재로서는 이 대표를 지키려 뭉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해도 지지자들이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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