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보호 대상 '北 출신 남한 주민' 포함해야"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 기자] "북한 내부 변화를 야기하고 인권 증진을 위해선 평화와 인권이 투트랙으로 같이 가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인사가 눈에 띈다. 당 차원의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에 정책 제안하는 핵심 집행 기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에 '북한 인권' 분야에서 15년 넘게 몸담아온 전수미 변호사를 임명한 것이다.
전 부의장은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하다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법조인으로 진로를 틀 정도로 '북한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인물이다. 2년 전 국회에서 북한 인권단체의 방만 운영 실태를 고발하는가 하면, 지난해 4월에는 미국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여해 대북전단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이들을 배려해 '탈북민' 대신 북한이 고향인 국민이라는 의미로 '북향민'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쓴다. 특히 관심을 두는 분야는 인권 사각지대 끝자락에 놓인 '탈북민 여성'이다. 탈북민 신변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간부가 탈북민 여성을 오랜 기간 성폭행한 사건의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기도 했다.
전 부의장은 현장에서 부딪히다 한계를 느끼고 당에 직접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의 화해평화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전 부의장은 정계 입문 이유에 대해 "필드(현장)에서 많은 한계를 느꼈고 당 안에서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에 들어가서 정책적으로 제안하고 입안하고 정부와 협상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 인권 의제는 보수의 전유물이 됐다. 진보 진영이 교류와 협력에 중점을 두며 거리를 두는 동안 보수는 '뉴라이트' 중심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적하고 북한의 '인권 유린' 현실을 맹폭했다.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 피살로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故 이대준 씨 사건이 정쟁화된 현재 상황이 대표적이다.
전 부의장은 '북 인권'을 앞세운 북한 망신 주기는 실제 북한 인권 증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교류·협력'과 '인권 문제 제기'는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종 목표가 국제사회에서 보통 국가, 정상 국가로 인정받는 것인 만큼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여해 인권 개선을 촉구하면 어느 정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부의장은 "북한 내부 변화를 야기하고 인권 증진을 위해선 남북한 평화를 위한 교류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권 결의안에 참여해서 평화와 인권이 투트랙으로 같이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권이 '북 인권 증진'을 명분으로 강조하고 있는 '대북 전단' 문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부원장은 "남조선 문화가 굉장히 많이 투입돼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전단만으로 정보 유입을 한다는 건 정말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얘기"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북한이 외부 유입 물품을 모두 소각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효용성은 더 떨어졌다고 봤다. 접경지역 한국 국민의 생명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제정된 후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는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보호 대상을 '북한 출신 남한 거주자'까지 확대하는 개정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인권법에 기반한 북한인권재단은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미루면서 6년 넘게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전 부의장은 "'북한 인권'의 범위를 북한 영토 안에 사는 북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남한 영토 안에 사는 북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하고 싶다. 여권이 북한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민주당이 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안 하는 측면이 있다. 정말 북한 주민 인권 증진에 관심이 있다면 (보호 대상) 범위를 넓혀야 민주당도 재단 이사를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전 부의장은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이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방식이든 보수나 진보 상관없이,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켜야 하는 대북 정책을 확립해서 추진해나가는 평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수미 민주당 정책위부의장과의 일문일답.
-민주당은 북한 인권과 탈북민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정책위부의장직을 맡게 된 이유는.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정책의 핵심 집행 기관이다. 당 자체의 정책을 입안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와 소통을 통해 그 정책이 실효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들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집행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또 의원이나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에 대해 내용을 조사하고 심의하는 기능도 정책위에서 수행한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 정책에 대해 당 차원의 입장을 정리하고 정부에 정책적 제안을 할 수 있는 기구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NGO활동가나 변호사로 활동했는데 당에 들어오게 된 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나.
어느 북향민(탈북민)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우리를 버렸죠"라고 한 말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또 변호사로서 북향민을 실무적으로 소송 지원을 해드리고 있는데 (성폭행 사건 등과 관련해) 의원들에게 관련 법을 만들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어느 당이든 (관심이 없었다). 그전까지는 정치권에서 제안이 와도 '정치인들이 알아서 하시라'라는 생각이었다. 한 번은 제가 여성 인권단체분들에게 '정치권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도 거절했다. 인권변호사로 계속 열심히 활동하겠다'라고 자랑하듯 얘기했더니 그분들이 화를 내시면서 '당신이 10년 넘게 북한 사람들을 위해 일했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 들어가서 관련 법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고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면 (북향민) 3만4000명 전체가 혜택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 필드에서 도와주는 건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당에 들어가서 정책적으로 제안하고 입안하고 정부와 협상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겠다 싶었다.
-정책위에서 '북한 인권' 분야에 집중할 예정인가.
당에서 저를 임명한 이유에는 북한 인권과 외교·안보도 있겠다. 다만 제 자신이 여성이고 청년이고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정책 전반에 걸쳐) 공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책을 제대로 제안해달라는 취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유엔 인권이사국 낙선을 두고 여야 원인 진단이 엇갈린다. 어떻게 보나.
'외교 참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거야말로 객관적인 외교 참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여권이 주장하는대로) 문재인 정부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문 정부 때부터 (연임에) 실패했을 텐데 지금 정부에 들어와서 실패한 건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한 한계적인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해명)하는데, 그렇다면 주위 참모진을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이런 구멍이 나지 않도록 외교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메워가야 한다. 소통의 과정에서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에 인권이사회에서 안 좋은 결과를 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제일 마음 아픈 건 결과가 나왔으면 연임하지 못한 평가가 남 탓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끝나는 거다. 2024년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여와 야가 미래를 어떻게 나아갈지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 낙선의 교훈은 지금 윤석열 정부에게는 한미 동맹 등 외교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정하고, 그에 따라 정부 공무원이나 국민을 설득하고, 그대로 정책적으로 나아가는 세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정부 지난 5년,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우리가 쌀이나 뭔가를 지원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일 거라고들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예를 들어 남포항을 통해 들어온 쌀이 1kg에 1000원인데 장마당에서 남조선 쌀이 들어오면 300원~400원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 쌀 지원 같은 게 북한 주민 실생활,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필요한데 보수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측면 때문에 잘 안 하고 진보에선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 교류 협력은 적극적으로 하는데 혹시라도 북한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북한 인권 문제를 자제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이 안타깝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평화와 북한 인권 두 가치가 같이 굴러가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각 정권에서 하나의 바퀴로만 굴러가는 외발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평화와 인권 두 개의 바퀴가 같이 굴러가는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과 대화·교류를 하는 것과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게 병행이 될까.
가능하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서 2016년에 북한 인권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서 북한 인권이 개선됐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니다'라고.
북한 사람들은 자신감이 엄청 세고 반발감이 심하다. 제가 20년 동안 북한에서 온 분들을 만나고 깨달은 건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개선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공격하면 안 된다는 거다. 다만 국제사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을 얘기하는 건 통한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한 사람이라 인권 개념이 할아버지, 아버지와 다르다. 김정은의 최종 꿈은 국제사회에서 보통 국가, 정상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건 미국과의 수교다. 핵과 미사일 개발도 "제발 우리 좀 봐주세요" 얘기하는 거다. 그러니 정말 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하려면 개별 국가가 아닌 국제사회 일원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최근 온 분들의 증언을 들으면 북한이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은 삼시 세끼 밥을 다 주고, 북한에서 제일 좋은 옷인 나일론 옷도 무료로 줘서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불만일 정도라고 한다. 또 예전만 해도 장애인을 '불구자'로 불렀는데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장애인 인권 개선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식으로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북한에서 인권 개선을 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남북한 교류를 계속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다니면 (북한) 사람들도 피부나 옷 색깔을 보고 남한이 잘 사는 게 느껴진다고 아는 거다. 결국 접촉을 해야 '남한 사람이 잘 사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긴다. 북한 내부 변화를 야기하고 인권 증진을 위해선 남북한 평화를 위한 교류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권 결의안에 참여해서 평화와 인권이 투트랙으로 같이 갈 필요가 있다.
-'북향민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등 여권에선 '대북 전단금지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했을 때 미국 공화당 한 분이 '북한은 대북 전단 아니면 아무런 정보 유입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도 유일한 정보 유입원인 대북 전단을 해야 한다'라고 얘기해서 깜짝 놀랐다. 90년대에는 그럴 수 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이어폰으로 남조선 노래를 듣는다. (북향민과) 노래방에 갔는데 이선희나 조용필, 거북이의 "비행기"까지 다 알고 계시더라. 온 지 얼마 안 된 청년들이었는데 남한 유명한 노래를 저보다 더 많이 안다. 오죽하면 북한 상류층이 쓰는 가장 세련된 언어가 남조선 서울어다. 우리나라 재벌이 영어나 프랑스로 자기네들의 특권 의식을 표방하듯 북한에서 특정 계층 평양 시민들이 남조선 언어를 구사한다. 이런 식으로 남조선 문화가 굉장히 많이 투입돼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전단만으로 정보 유입을 한다는 건 정말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얘기다.
대북 전단이 과연 효용이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코로나 상황 특수성. 어떤 북향민이 (대북 전단에) 코로나 확진자의 마스크나 손수건, 휴지 같은 걸 전단에 넣어서 보낸다는 내용의 글이 한 커뮤니티 안에서 공유되는 걸 캡처해서 보내주더라. 북한 사람들은 면역력이 진짜 약하고 의료 상태도 구축이 너무 안 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품이 유입된다면 정권 레짐 차원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이 다 죽는 거다. 코로나 때문에 북한이 비상방역법도 만들었다. 외부에서 온 물품은 즉각적으로 소각 조치하지 않으면 사형당하는 거다. '서해 공무원 사건'이 이것과 연결돼 있다. 북한 현실을 좀 알면 좋겠다.
또 예전에는 국가 차원에서 국방부가 대북 전단을 관리할 때 풍향, 날씨, 타이머를 작동해서 언제 터트릴지 등 모든 것들을 과학기술적으로 집약해서 대북 전단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 민간에서 보내는 건 풍향이나 위치도 계산하지 않고 타이머도 없다. 대부분 DMZ(비무장지대) 근처에 떨어져서 환경 오염을 야기할 뿐이다. 지금은 날리는 퍼포먼스만 하고 실질적으로 북한에 도달하지도 않는 거다.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대북 전단을 보내는 건 한계가 있다.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권을 위해서라도 대북 전단은 신중해야 한다. 2014년에 대북 전단 때문에 북한이 고사포를 발사했다. 그때 그 지역 주민들이 다들 지하 벙커에 들어가야 해서 본인들의 생업을 중지하고 학교도 전면 휴업됐다. 대북 전단은 심리전의 도구이지 않나. 그래서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대북 전단 하나하나가 북으로 던지는 하나의 총알 같은 거다. 접경지역 주민의 인권도 생각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북한인권재단은 출범도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먼저 국민의힘에 '북한 인권'의 범위를 북한 영토 안에 사는 북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남한 영토 안에 사는 북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여권이 북한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만 바라보는 것 때문에 인권재단 이사 추진이라든가 적극적으로 협조를 안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말 북한 주민 인권 증진에 관심이 있는 거라면 인권 범위를 넓혀야 민주당도 재단 이사를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북향민은 사회적 약자다. 예를 들어 재판받을 때 외국인은 무조건 통역사가 붙지만, 북한 사람들은 안 붙는다. 하지만 무시당할까 봐 모른다고 절대 얘기 안 하고 다 '네네' 답한다. 그러면 재판 결과는 굉장히 불리해진다. 북한 인권의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넓히면 상징적 의미도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좋은 인상을 줄 거라고 본다. 국민의힘이 그런 것들을 먼저 제안해주고, 그다음에 민주당도 당연히 (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해야 할 것이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본질은 뭐라고 보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과거에 대한 평가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다 사법, 검찰로 넘겨서 수사하고 조사하고 다 감옥에 보내려고 한다. 정말 인권적 측면에서 문제 제기하는 거라면 이렇게 사법적인 프로세스로 할 게 아니라 여야가 진상조사위원회를 초당적으로 꾸려서 정치적 차원에서 충분히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부가 잘못한 게 있으면 분명히 사죄하고, 진상조사위에서 향후 정부는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성명을 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사법 프로세스로 바로 넘겨서 처벌로 응징으로 가니 민주당에서는 당연히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반도 평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 사람들도 인간이다.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게 제일 아쉽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았어도 연결점을 놔뒀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이라는 접점이 있었기에 대화는 계속했는데 철수해서 접점을 잃어버렸다.
대화를 해야 이해할 수 있고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독일도 동독과 서독 같은 경우는 30년 동안 사이가 좋든 안 좋든 인적 물적 교류는 무조건 해왔다. 우리도 어떠한 방식이든 보수나 진보 상관없이 인적·물적 교류는 하면서, 민간 차원에서 하는 것들은 계속하게 하는, 초당적인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여야가 합의해서 최소한 마지노선의 대북정책,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켜야 하는 대북 외교 정책을 확립해서 추진해나가는 평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정말 원한다면 주변국과의 관계도 잘 해내야 한다. 외교 안보는 누구 하나라도 반대하면 안 된다. 일본이 한국을 잘 되게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발목은 잡을 수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 그 결과물이라고 본다.
-여권은 북한 도발에 대해 전술핵 배치 검토도 주장하고 있다.
전술핵을 미국이 공짜로 주는 게 아니고 1년에 약 3조 원 든다. 강 대 강 구조는 안 된다. 북한이 왜 저렇게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지를 봐야 한다. 우선 핵과 미사일 개발은 이미 법제화돼 있는 거다. 북한을 잘 모르는 분들은 갑자기 도발한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국가 개발 5개년 계획대로 하는 것뿐이다. 다만 주기가 짧아진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전력을 분산시켜주는 차원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린 측면이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북한의 핵무기 핵심 기술이 러시아에서 가져온 것들이라 비핵화한다면 미국이 러시아 핵 기술의 정수를 다 가져온다는 의미이니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핵을 가지지 않는 한 전술핵은 의미가 없다. 미국이 (우리의 핵 보유를) 허용할지도 불투명하다. 핵확산 자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이 수용을 안 할 거다. 국무부 관계자에 물어본 적이 있는데 북한에 핵을 용인하는 순간 한국도, 일본도 용인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최후의 보루로 북한 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 예정인가.
코로나19나 외교 안보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힘들다. 민주당이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더 만들어갈지, 정부와 어떻게 싸워나갈지 정책을 수립하는 게 제 역할이 아닌가 싶다. 또 그동안 국민의힘이 북한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만 활용했는데 정말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이야기를 한다면 민주당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저도 제 역할을 다하겠다. 더 이상 '선택적 인권' '선택적 정의'가 돼선 안 된다.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은 누구? 1982년생. 전북 군산 출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부터 북한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에 몸담았다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2014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정치학 박사로 북한이탈주민 관련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통일법무지원단 자문위원, 통일부 북한인권조사자문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탈북여성 성범죄 피해자 지원 TF위원장, 한반도 평화 실현을 논의하는 화해평화연대 이사장도 맡고 있다. 2019년 탈북 여성의 인권문제, 2020년 대북전단과 북한 인권단체의 운영 실태를 폭로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에 임명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지난 10월 민주당 정책위부의장에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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