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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주사파' 논란 촉발 尹의 정치 셈법, '차악 선택' 유도?

  • 정치 | 2022-10-22 00:00

법사위, '김정은 최고존엄' 설전…조정훈, '비교섭단체' 서러움 토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에서 "주사파와는 협치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찬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또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주사파' 논란이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사파와는 '협치'할 수 없다"고 했다. 특정 대상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인사 지칭 해석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주사파와 협치 불가" 발언이 나온 날 검찰은 민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위한 조치였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을 멈추고 당사로 달려가 몸으로 압수수색을 저지했다.

-윤석열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여야가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선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여야가 언쟁을 벌이다 파행되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병역 이행을 더는 미루지 않고 입대할 의사를 내비친 게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됐다. "대한민국 청년의 애국심을 보여줬다"는 호평과 함께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야당 문제 제기 이해 어렵다"는데…맥락은 민주당 겨냥?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한 발언에 대한 논란이 제대로 수습되기도 전에 또다른 발언 논란이 일고 있어. 이번엔 '주사파'에 대한 언급이 문제가 됐지.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에 한 "주사파와는 협치할 수 없다"는 발언과 이후 해명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 커지는 모양새야.

-윤 대통령은 1980년대 중반~9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졌던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은 대한민국의 반체제 운동 세력인 주사파가 아직도 정치권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특정인, 특정 세력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야당의 문제 제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맥락상 이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와.

-우선 윤 대통령이 쓴 '협치'라는 말은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뜻의 정치적 용어야. 현재 정치권 지형상 실질적인 협치의 대상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소수야당인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뿐이지. 특히 국회 의석의 과반을 점한 민주당과 협치를 하지 않고선 윤 대통령 뜻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사파가 민주당을 지칭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야.

-이 해석엔 최근 윤 대통령 주변 고위 인사의 발언도 영향을 끼쳤어. 윤 대통령이 최근 장관급 보직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김문수 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수령님께 충성하는 사람"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지만,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어. 윤 대통령도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자신에 대한 과거 발언을 들으며 실소를 터뜨렸다. /이새롬 기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자신에 대한 과거 발언을 들으며 실소를 터뜨렸다. /이새롬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주류인 586 세력을 "친북·자주 주사파적 생각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어. 김 위원장, 정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나온 윤 대통령의 주사파 발언은 비록 특정인, 특정 세력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민주당을 지칭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야. 여기에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민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시도하면서, 야당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난 대선 전까지 주요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한 자유한국당 시절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당시 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연패를 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강경 보수층만 바라본 언행이었어. 일례로 2019년 4월 20일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광화문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한결같이 좌파 독재의 길을 걸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천국을 만들어왔다", "종북 굴욕 외교 포기하라" 등 극우가 좋아할 법한 이념 논쟁에 적극 나섰어. 그 결과 중도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획득했지.

-극우라는 '집토끼'만 잡으려는 정치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극우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메시지를 내놓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취임 초 이례적인 낮은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일단 지지층을 결집해 바닥을 공고히 다지는 한편 중도층 흡수는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전략으로 "그래도 저쪽(민주당) 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냐"는 차악 선택을 유도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 다만 이러한 대응이 그들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원외당협위원장 오찬에 대해 브리핑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원외당협위원장 오찬에 대해 브리핑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희의 베이스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도 확장성이 더 중요한 국면에서 어떻게 보면 저희 콘크리트 지지층에 더 호소하고 지지층 결집만 이뤄내려고 하는 메시지들이 너무 과잉되는 것은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도로 한국당보다 못하다고 본다"고 우려했어.

-천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도로 한국당 때는 기대도, 관심도 없었는데 저희가 (2021년) 4·7 재·보궐부터 대선, 지방선거를 연달아 이기면서 중도 유권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드렸고 많은 약속을 했다"며 "저희가 중도층 유권자들이 보기에 배신의 정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반감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지점을 굉장히 잘 읽고 정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어.

-윤 대통령의 주사파 발언을 계기로 가뜩이나 갈등이 심했던 여야 관계는 더 악화되는 모양새야. 점점 더 멀어지는 협치에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 갈등을 주도하는 정치인 모두가 "국민을 대신해 정치를 잘해 달라는 뜻으로 국민을 위해 한시적으로 선출됐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국민을 위한 협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18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등 수도권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성을 높였다. /남윤호 기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18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등 수도권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성을 높였다. /남윤호 기자

◆기동민 vs 조정훈, "김정은 최고 존엄" 표현 설전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의원들이 언쟁을 벌이다 한때 파행됐지?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군사법원 법사위 국감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사람 한 분이 북한군에 의해 무참하게 피해를 당해 (북한의)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고 발언했어. 이에 같은 상임위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발언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를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했어. 기 의원은 당시에는 조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속기록 문구를 수정했는데, 다음 날 갑자기 입장을 바꿨어.

-기 의원은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이 "일종의 조롱이자 야유였다"며 조 의원의 사과 요구가 지나친 것이고 오히려 '허위사실 유포'라며 조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어. 이에 조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웃자고 한 농담이라고 했는데, 그 농담은 웃을 수 없는 농담"이라며 "최고 존엄이라는 단어는 북한 체제를 상징하고 북한 체제 정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는 소리다. 북한은 우리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우리는 김 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기 의원을 재차 질타했어.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중재에도 두 사람의 설전이 지속되며 장내가 시끌벅적해졌고, 민주당 소속 박범계·김남국 민주당 의원까지 설전에 끼어들면서 공방은 과열됐어. 기 의원은 "그런 쓰레기 같은 얘기를 들으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마치 기동민을 김정은의 꼬붕으로 만들어놓은 것과 뭐가 다르냐"라고 했고, 조 의원은 "제 신상 발언에 이렇게 끼어드는 것이 민주당 간사님다운 발언이냐", "NL(민족해방파) 아니냐"고 맞받아쳤어. 마치 랩퍼들이 일 대 일로 '디스 랩' 하는 것 같았달까. 보다 못한 김도읍 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포했어.

17일 '최고 존엄' 발언으로 사과를 요청한 조정훈 의원과 관련해 18일 신상발언하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윤호 기자
17일 '최고 존엄' 발언으로 사과를 요청한 조정훈 의원과 관련해 18일 신상발언하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윤호 기자

-조 의원은 다음 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적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어. 18일 국감 당시 기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 여럿이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말을 방해했다며 박범계 의원의 경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라며 반말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지.

-이어 조 의원은 국감 이후 '콜센터' 수준으로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고. "너무 심한 욕설을 퍼부어 전화를 받은 의원실 20대 인턴이 통화 뒤 펑펑 울었다"고도 전했어.

-해당 인터뷰에서 1인 정당 '비교섭단체'인 조 의원이 상임위 참석 시 설움도 밝혔다고?

-조 의원은 자신이 비교섭단체 의원이라 상임위 휴게실이 없어 상임위가 열리면 국민의힘 휴게실과 민주당 휴게실을 교대로 들어가 의원들과 차를 마셨다고 해. 그런데 조 의원이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할 당시 민주당 의원이 '조정훈이 국민의힘 방에서 쉬는 걸 봤다'고 말해 논란이 대상이 됐었다고도 했어. 조 의원은 지금은 국회 행정실의 배려로 휴게실이 따로 생겼다고 해.

-21일 CBS 라디오에서도 조 의원은 최고 존엄 사건을 두고 "169대 1로 싸우기가 버거운 상태"라며 의원실에 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덧붙였어.

-법사위는 현재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을 둘러싼 수사로 중앙당사를 압수수색을 하는 등의 문제까지 더해져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의 '야당 탄압'을 중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 마지막 주 국감에서도 법사위는 여전히 시끄러울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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