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국감 보이콧' 후 당사앞 집결…당 대응 딜레마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 기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에 이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이 보인 반응이다. 민주당은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당 내부는 이 대표와 측근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두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19일 오전 김 부원장 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내에선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대선 국면이었던 지난해 4~8월 '대장동 사업' 민간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체포했다.
김 부원장은 11시 20분경 기자단 공지를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소문으로 떠돌던 검찰의 조작의혹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시각, 이 대표는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자서전 출판기념회 참석 후 김 부원장 체포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검찰이 민주당 중앙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검찰 수사관이 이날 3시 5분께 당사 출입을 시도하자 민주당이 "김 부원장 측 변호인 입회하에 진행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검찰과 당직자간 대치 국면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먼저 '국정감사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시께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당사로 집결할 것을 요청했다. 당의 '국감 보이콧' 방침으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국감 도중 자리를 뜨고 당사로 모여들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위, 교육위, 보건복지위 등 일부 상임위 국감이 중지됐다. 의원들은 각 상임위별로 조를 구성해 오후 6시부터 당사 앞에서 '윤석열정부 정치탄압 규탄 피케팅'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대치 국면에 접어든 지 6시간 넘은 9시 50분께 모습을 보였다.
국감 중단 방침과 함께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당초 민주당은 김 부원장 변호인이 도착하면 압수수색 허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변호인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압수수색 거부' 방침을 밝혔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오후 5시 30분께 "윤석열 정치검찰이 제1야당 당사에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나왔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1야당에 대한 무도한 정치탄압"이라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은 이곳 민주당사에 단 한 발자국도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부원장이 지난 11일 처음 임명장을 받고 민주연구원에는 3시간 정도만 머무른 점, 개인 사무실이 아닌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보이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임의제출 방식의 압수를 제안했으나 검찰이 거절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압수수색 저지에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8억 원이 넘는 거액의 금품을 챙긴 부패 사범에 대한 영장이다. 민주당사 전체도 아니고 부패 사범의 사무실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겠다는데,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자신들이 부패 사범과 한통속, ‘더불어부패옹호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며 영장 집행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김 부위원장을 향한 칼날이 조만간 이 대표를 겨냥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부위원장이 받았다는 돈이 이 대표 대선 자금으로 흘러갔는지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제 분신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측근이라고 꼽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부원장 외에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도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그룹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망에 오른 상태다. 이에 이번 당사 압수수색을 계기로 '국감 중단' 등 결사 항전하면서 검찰에 경고하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선 대표의 '사법리스크' 대응을 두고 이견이 있는 분위기다. 당대표 취임 전 의혹들을 당력을 활용해 대응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그동안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8일 재판이 시작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만 하더라도 최종심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이 선거비용 약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 때문에 총력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10시 긴급 최고위를 열고 당 대응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20일 오전 9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검찰은 7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오후 10시 46분께 현장에서 철수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사 압수수색에 대해 "보기에 따라 긴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 대표의 여러 의혹 관련해 사법적 조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건 예견됐던 것이다. 그래서 뜻밖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당으로선 상당히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당대표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 또한 법치주의나 법의 일반 원칙에 맞지 않아서 상당히 곤혹스럽고 딜레마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릴레이 피케팅도) 과연 바람직한 모습일까라는 점에 대해 당내에서도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며 "이 문제를 우리가 완강히 거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고 이 대표나 주변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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