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감사원법 개정안 당론 발의·최재해 감사원장 고발로 '맞불'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한 더불어민주당과 감사원의 대결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검찰이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은 '도 넘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최재해 감사원장을 고발하고 감사원 개혁을 위한 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는 등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신·구 권력 간의 전쟁이 장기화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은 정치보복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검찰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감사원을 벼르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13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와 관련한 중간 결과를 밝힌 지 5일만인 18일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 추진이 대통령실의 하명감사로 시작됐다고 보고, 검찰의 움직임도 명백한 '정치보복' 행위라고 규탄 중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감사원은 지난 금요일 공소장에 버금가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영장 청구로 극적 효과를 배가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자신들을 향해 칼날을 세우는 것에 대응해 총력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두 사람의 경우, '도주 우려'도, '증거 인멸 가능성'도 없는데 영장을 발부한 이유가 검찰이 전 정부를 망신 주기 위함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우선 다수당을 앞세워 입법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감사원 개혁방안 범국민 토론회'에서 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최재해 감사원장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에만 존재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감사원은 정치탄압의 손발이 되기로 작심하고 윤석열 정권에 맹세한 모양"이라며 대통령실의 '정치기획'으로 야당이 탄압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정부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도 "감사원은 감사의 수단과 방법,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넘어뛰는 불법적 감사방법을 동원했다"라며 "우리 수역도 아닌 대한민국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일(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첩보에 취사선택을 통한 최종 정책 판단까지 영장을 발부해 직전 장관을 구속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냐"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 감사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 중에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대책위 이름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또 오는 24일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감사원법 개정안은 감사 절차·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감사 착수 전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상·하반기 국방위원들도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 "대통령실과 감사원, 검찰로 이어지는 무리한 옭아매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준·김영배·송갑석·정성호·설훈·홍영표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은 마치 공소장을 대신 써주기라도 하듯 감사 결과에 검찰이 원하는 내용을 모두 담아 검찰에 납품했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실종 보고를 받은 후 3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문재인의 3시간' 주장에 관해 국방위원들은 "우리 군의 SI 첩보가 북한 해역을 CCTV처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군이 그 첩보를 다각도로 분석해 최종적으로 '사실'로 판단한 것은 9월 24일 아침이다. 이는 당시에도 발표된 내용이고 최근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TF'가 합참을 방문해 재확인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이외에도 윤석열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감사원을 항의 방문하는 '1인 시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고민정 의원이, 18일에는 김남국 의원이 피켓을 들고 감사원 앞에 섰다.
고 의원은 시위 당시 사진을 올리며 페이스북에 "감사원은 민간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탐오한 관리들을 장치한 암행어사의 신분증표 '마패'를 상징물로 삼았다. 그러나 지금의 감사원은 어떻나? 아무런 근거와 의결도 없이 감사원법을 위반하고 정치감사, 표적감사·편파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사원은 검찰과 대통령실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본연의 독립적인 기관으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남겼다.
김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권에 충성하는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아닌 국민에게 충실한 국민의 감사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사찰 수준의 감사권 남용과 선택적 분노에 의한 감사결정, 민생 감사 소홀은 국민이 바라는 감사원의 미래가 아니라 청산해야 할 구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을 넘어선 표적감사를 감행하며 전 정권에 '색깔론'을 펼치는 만큼, 장기전이라도 불사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감사원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영배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더팩트>와 만나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고, 현재 언급되는 것들도 다 '추정'에 기반한 것인데 사법적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진 참고 있었지만 2020년 비공개회의 당시 암기하고 있던 내용을 국방위 국감 때라도 밝힐까 생각 중이다. 대치 상황은 장기화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4일 2020년 9월 24일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을 본회의 의결로 공개하자고 당 지도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 (감사원이) 이렇게 파상공세로 나오는 것은 결국 문 전 대통령을 겨누겠다는 것 같은데, 당 차원에서 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현 정부가 거의 '레임덕' 수준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지 않나. 그걸 보면 이미 국민들이 (사정정국의) 상황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분석해 낸 결론을 가지고 문제 삼아 전 정부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긴다는 것에 동의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고 군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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