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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고발 또 고발'...실효성 없어도 하는 속내

  • 정치 | 2022-10-19 00:00

지지층 결집·국감 막말 제재...'정치의 사법화' 우려

국정감사 말미에 또 '고발전쟁'이다. 정치권에서는 국감 진행자들의 지나친 정치적 공세를 막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 없어 고발을 '제재 수단'으로 삼으나, 오히려 실효성 없이 고발을 오·남용해 여야 간 설전과 정쟁만 심화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새롬 기자
국정감사 말미에 또 '고발전쟁'이다. 정치권에서는 국감 진행자들의 지나친 정치적 공세를 막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 없어 고발을 '제재 수단'으로 삼으나, 오히려 실효성 없이 고발을 오·남용해 여야 간 설전과 정쟁만 심화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022년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들어섰다. 또 '고발 전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도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이른바 '대감(대통령실-감사원) 게이트 문자'로 논란이 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을 고발하는 등 '고발 세례'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국감 진행자들의 지나친 정치적 공세를 막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 없어 고발을 '제재 수단'으로 삼으나, 오히려 실효성 없이 고발을 오·남용해 여야 간 설전과 정쟁만 심화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 환노위에서 김 위원장 고발 건을 재석 15인 중 민주당 의원 9명과 정의당 의원 1명 찬성으로 사실상 단독 의결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상 국회모욕죄와 위증죄 혐의다. 앞서 김 위원장은 환노위 국감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의원은 수령님께 충성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민주노총 산별 위원장과 만찬을 했다"는 김 위원장 발언도 명백한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환노위는 고발 건 의결 이후, 환노위원장인 전 의원과 고발당하는 당사자인 김 위원장이 내용을 확인한 이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고발 리스트'에는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한 감사원이 일찌감치 포함됐다. 박범계·기동민 등 법제사법위원 소속 의원들은 지난 12일 과천정부종합청사를 직접 찾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위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당초 최재해 감사원장도 고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표적 감사'의 실질적 주체가 유 총장이라고 판단해 제외했다. 지난 17일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 감사원장에 대한 공수처 추가고발도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나눈 문자 내용이 '대감게이트' 의 증거라며 두 사람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진은 유 사무총장이 문자 내용을 보고 있는 법사위 국감 당시 사진. /이새롬 기자
민주당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나눈 문자 내용이 '대감게이트' 의 증거라며 두 사람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진은 유 사무총장이 문자 내용을 보고 있는 법사위 국감 당시 사진. /이새롬 기자

여당은 민주당이 연일 여당과 정부 인사들을 향한 고발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다수당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국감 대책회의에서 "김문수가 몇차례 만약에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한 마당에 자신이 질문한 것에 마음에 안든다고 고발하기 시작하면 아무나 불러놓고 소신에 따른 발언하면 다 처벌하는 악선례를 남겼다"며 "지금이라도 환노위 민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다시 돌아보고 잘못 있으면 잘못을 푸는 절차를 밟아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에선 고발 조치 이외에는 현실적인 제재 수단이 없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고발에 따른 실효성에 관해 "(여권의 정치적 공세가) 너무 심하니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고 야당 입장에선 최대치의 경고를 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보니 (고발이라도) 안 하면 정쟁만 너무 심해진다"라면서 "국감에서는 '이슈는 이슈로 덮어버리는' 행태가 심한 것 같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얘기도 (당시에는 뜨거운 감자였지만) 지금은 쏙 들어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연이은 상대 진영 고발 행위는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를 가속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임영무 기자
연이은 상대 진영 고발 행위는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를 가속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임영무 기자

국감이 이어지며 상대 진영을 고발하는 행위를 두고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를 가속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18일) 경기도 대상 국감에서 국민의힘은 김동연 경기지사가 전임 지사인 이재명 대표 관련 자료 제출을 자의적으로 거부한다며 고발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이 증감법으로 고발됐는데, 김 지사도 반드시 고발조치해야 한다. 이유 없이 자료제출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촉구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 통화에서 "고발의 실효성은 없다. 하지만 고발장이 '지지층의 결집'을 촉발하는 점, 국회에서 (막말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점 등 때문에 고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고발의 경우, 수사당국의 소환조사나 (기소 시) 재판 등을 거치며 '1타 N피'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여론전을 위해 국회의 문제들을 사법기관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정치의 사법화'에 관해 "정치인들이 상대 진영을 때리면서 '지지층만 결속하면 내년 총선 공천은 괜찮을 것'이라는 마인드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고 (국민들 입장에는) 손해 보는 게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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