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행사 첫 사전 공지…비공개 위주 봉사활동 이어질 듯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소외된 이웃을 찾는 외부 활동을 조금씩 늘려가는 모양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세 건의 일정이 공개됐다. 특히 이 중 한 건은 처음으로 대통령실이 사전에 출입기자단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전제로 공지하기도 했다. 비공개 행보 이후 사후 공개와 사전 공개를 오가는 김 여사의 외부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대한적십자사 바자행사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적십자사는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부인을 매년 바자행사, 사랑의 선물 제작 등 이웃 사랑을 위한 행사에 초대하고 있으며, 역대 대통령 부인 다수가 참여했다. 이번 행사 참석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다는 게 대통령실 측의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통령실이 전날(17일) 출입기자단에 이 행사를 사전 공지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공개 일정에 참석한 것은 지난 6월 1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예방 일정이 미리 알려지면서 공개 일정으로 전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적십자 행사가 사실상 공식적인 첫 단독 공개 일정이다.
김 여사는 적십자 바자행사장에 마련된 59개 부스를 일일이 둘러보며 행사에 참석한 봉사자들을 격려했으며, 특히 기증품 및 재활용품 부스와 주한 외교사절단 부인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넥타이, 코트, 니트 그리고 공예품과 고추장, 새우젓 등을 구매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지난 117년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인도주의 사업을 선도해오신 대한적십자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계신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 위원과 수요봉사회원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8월 31일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가 운영하는 '안나의집'에서 2시간가량 배식 및 설거지 봉사활동을 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안나의집'은 노숙자와 청소년 등 소외계층 400~500명에게 매일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자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김 여사의 안나의집 봉사활동은 김 신부가 15일 본인의 SNS에 관련 내용과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고, 사후에 대통령실이 관련한 언론의 문의에 '맞다'고 확인해주면서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신부가 8월 말에 있었던 일을 두 달가량 지나서야 SNS에 공개한 것은 '정인이 사건' 2주기(10월 13일)를 앞두고 고인을 추모한 김 여사의 소식을 접하고 당시 봉사활동이 떠올라서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안나의집 봉사활동 소식을 알리면서 "김 여사는 미혼모와 장애아동,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와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위한 비공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의 정인이(입양 후 안율하로 개명) 묘소 방문은 지난 12일 이뤄졌는데, 대통령실은 다음 날 해당 사실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2주기를 하루 앞두고 묘소를 찾은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 본인에게 쏠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도 김 여사가 비공개 봉사활동을 지속한다는 게 대외활동을 확대한다는 뜻으로 봐야 되는지, 아니면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 메시지 관리에 나선다는 뜻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김 여사 봉사활동과 관련해 홍보수석실 차원에서는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거의 전부"라며 "미혼모나 장애아동 그리고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가 자연재해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지속적으로 비공개 봉사활동을 통해서 관심을 표명하고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것을 대외활동으로 하기보다는 김 여사 본인의 의지와 뜻이기 때문에 저희가 이것은 계속 지켜보고, 또 필요시에 기자 문의가 있으면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 행보와 관련한 대통령실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처음으로 공개한 적십자 행사 참석은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큰 행사여서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공개될 수밖에 없어서 사전에 공개한 것이고, 큰 행사 외의 봉사활동과 같은 외부 일정은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 없이 본인의 결정에 따라 비공개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의 일정관리를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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