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文 정부 탈원전 비리'·'이재명 사법리스크' 역공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야가 올해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대정부질문 첫날부터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파상 공세하며 '윤석열 정부 무능론'을 들고나왔다. 특히 대통령실이 영빈관 신축을 계획 관련 800억 넘는 예산을 책정한 점을 파고들며 '군 장병 예산 삭감'과 대조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재명 당대표 사법 리스크로 반격했다.
◆野 "영빈관 신축, 누가 추진했는지 밝혀야" vs 與 "영빈관 필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대통령실의 '영빈관 신축 계획 번복'이 뜨거운 쟁점이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용산 용빈관 신축 계획을 철회했지만 막대한 예산 편성에 대한 추진 경위 등을 밝혀야 한다며 추궁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영빈관을 짓는 예산 878억 원을 알고 있었나"라며 "도대체 누가 추진한 건가.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런 예산을 만들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개된 한 언론인과 김 여사 간 통화 녹취록 내용을 인용하며 "김 여사가 '(영빈관) 옮길거야'라고 답했다. 정말 놀랍지 않나. 이 내용으로 영빈관은 옮기기 시작하는 것이고, 영빈관 예산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 이렇게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영빈관 신축 계획에 김 여사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영빈관 사용은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냈던 사안인데, 그 문제를 밑에 있던 참모들이 전혀 대통령에 보고하지 않는다. 수석들도 모르고 있다"며 "지금 많은 국민들은 영빈관 신축 문제에 대해 김 여사가 관련돼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다. 김 여사 문제는 지금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낮엔 추진하겠다고 하고 저녁엔 철회하겠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해 일어나나"라며 계획 철회에 따른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영빈관 예산 문제는 '군 장병 팬티값'도 소환했다. 서 의원이 법인세 감세를 지적하며 "군인들 팬티값까지 깎아버린 비정한 정부다. 전투화 310억, 팬티 5억, 양말 4억.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아이들을 군대에 보내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한겨울에 내의 좀 입겠다는데 이 예산을 깎았다"고 주장하면서다. 군 장병 의복 예산과 대조해 영빈관 신축에 대한 혈세 낭비를 지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한 총리는 "이렇게 투명한 나라에서 군인에게 제대로 된 팬티를 안 입히고 어떻게 군을 유지하겠나"라며 "충분히 우리 군인들이 입을 수 있는 걸 공급하는, 적합한 예산"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품목별 단가 하락에 따라 예산이 감액 편성된 것으로, 해당 품목은 장병들에게 기준 수량만큼 정상적으로 보급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여당은 영빈관 신축이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필요한 사업이라고 엄호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겼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부대시설을 또 지어야 한다"며 "주요 10개국(G10) 국가인 한국 온 외빈들이 영빈관 없이 이 호텔, 저 호텔로 떠돌이처럼 다녀야 하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시대를 연다고 했다. 광화문 시대를 열면 영빈관은 어디에 두나"라며 "문 전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광화문 시대를 열면 이런 문제가 없었겠나"라고 지적했다.
◆野 '김건희 특검법' 압박...한덕수·한동훈의 대응법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진상조사를 위한 '김건희 특검법' 관련 정부 입장도 추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차분한 말투로 대응하며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대표 수사를 언급하는 등 강하게 맞받아쳤다.
서 의원은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높다"면서 "국회에서 특검을 진행하면 정부에서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한 총리는 "국회의원들이 어떤 의사를 결정하실 때 이렇게 여론조사만 보고 하시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도 검토할 텐데 총리도 의견을 내야하지 않겠나"라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의 압박에도 한 총리는 "그런 상황이 되면 검토를 하겠다"고만 했다.
한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 정권에 임명된 기관장들이 그만둬야 하는 게 맞느냐'는 김회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모든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자진 사퇴가 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감사 기간이 2주 연장됐다는 지적에는 "감사원은 독립적이고 중립으로 그런 일들을 하는 헌법기관"이라며 "공공기관의 운영자나 일하는 분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기본적인 하나의 요건이 있는데 그런 것을 상식적으로 봤을 때 본인들이 판단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했다.
한 장관을 향해선 김 여사 수사 공정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김회재 의원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지휘를 했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한 장관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하지 말도록 해서 수사지휘가 나와 있는 상황이지 않나. 저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검찰이 (수사를) 안 하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묻자, 한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동원해서 2년 동안 (수사를) 한 사안이다. 그렇게 해줬으면 그때 기소를 하지 않았겠나. 갑자기 김 여사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지휘를 하라고 하는 건 정파적인 것 아닌가. 제가 이재명 사건에 대해 이렇게 하라고 하면 되겠나"라고 되받아쳤다.
한 장관은 '이 대표 기소에 대해 야당 측이 정치보복,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동의하는지'라는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서도 "저는 범죄수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검찰의 공소내용이 거짓으로 판명된다면 엄청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거기에 대해선 대한민국 국민과 똑같은 방식으로 시스템 안에서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거기서 충분히 방어하시면 될 일"이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장관은 '검찰공화국'이라는 야당 비판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회재 의원이 "검찰 출신들이 사정 정국을 조성하고 정치 탄압을 감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자 한 장관은 김 의원이 검사장 출신인 점을 들며 "검찰 출신들이 사정 정국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라고 맞섰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 잘못됐다는 결정이 나오면 장관직을 내놓겠느냐는 압박 질의에는 "공직을 도박하듯이 거는 것은 안 된다. 책임을 가지고 법을 만들고 재판에 임할 것"이라며 "승소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與 '문재인 정부 때리기'로 역공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비리 의혹 등 탈원전 정책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공격 포인트로 잡았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즉시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하면서 시작된 '원전 경제성 조작'은 이미 7277억 원의 국민 혈세 낭비를 가져왔고, 그렇게 만들어진 태양광 이권 카르텔은 5%만 조사했는데도 보조금 부당 집행, 입찰 담합, 특정대출 등 2616억 원 규모의 비리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이랍시고 일자리가 떠나는 나라, 기업 규제 대못질로 자본이 떠나는 나라, 집값 잡는다더니 집 없는 서민만 잡아서 전세 난민을 만들고 집 한 칸 마련한 사람에게 세금 폭탄을 때렸다"고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미국 캘리포니아는 수명이 다한 태양광 패널계획도 세우지 않고 보조금을 무차별로 지급해 쓰레기매립지에 폐패널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독성은 물론 원료 재처리 비용도 비싸다"며 "외국 사례가 분명한데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하면서 이런 일을 몰랐다면 무지요 무능이고, 그들만의 리그에 돈을 나누기 위해 뿌렸다면 미필적 고의"라고 지적했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로 검찰에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용호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 기소에 대해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법은 만인에 평등한 것 아닌가"라며 "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당선자 2명이 의원직을 상실했는데 모두 민주당이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로 의원직을 잃은 게 정치탄압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도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는 소속을 가리고 블라인드로 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 단순한 범죄수사의 영역"이라며 "판단의 기초가 되는 여러 사실을, 국민이 왜곡된 사실에 맞춰 판단하지 않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사범을) 엄벌하는 게 정착된 게 아닌가"라고 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