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화-계파갈등 불식 행보…지명직 최고위 '호남' 인사 거론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신임 당대표로서의 첫 날 행보를 마쳤다. 당 지도부는 첫날 '민생과 통합'을 중점에 두고 분주히 움직였다. 첫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민생'을 11번 외친 반면, 최고위원들은 '김건희 특검법'을 거론했다. 당 내부로는 '원팀'을, 외부로는 '강한 야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도부 대부분이 친명계 의원들로 채워진 것을 두고 제기되는 '사당(私黨)화' '계파 갈등'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지도부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생'을 11번 언급하며 전날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물가상승, 경제위기 등의 상황 속에서 정부와 협력해 정국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야당 지도부의 우선적 태도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장에 '국회의원 배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배지'를 차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물가, 환율, 또 금리 등등을 포함한 이 어려운 경제 현실, 민생의 위기 앞에서 우리 민생의 후퇴를 막고 민생의 개선을 위해서 총력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첫 지시 사항으로 당대표 산하의 '민생경제위기 대책기구' '민주주의위기 대책기구'를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고위에서는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건희 특별법'이 거론됐다. '배우자 리스크'를 정조준해 윤석열 정부를 향한 압박에 수위를 높이겠단 의도로 보인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과 경찰이 계속 김건희 여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뜻과 법에 따라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서영교 최고위원도 "특검을 통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와 함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리모델링 특혜 이권 개입에 관한 국정조사가 확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장경태 최고위원도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회의에서 협치와 민생을 강조하면서도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협하는 퇴행과 독주에 대해서는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후에는 당 지도부의 양산 방문 행이 이어졌다. 당내 친문계 등에서는 대선 패배 당시부터 꾸준한 이 대표의 '비토론'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당선과 함께 계파 갈등이 또 한번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도부가 이러한 당 분위기를 의식해 전 대통령 예방으로 '당내 통합'의 첫걸음을 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는 평산 마을에 도착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당 지도부와 덕담을 나누며 민주당 내 통합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에게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민주당이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이기는 정당으로 가려면 혁신하고 통합하고 확장해야 한다' '요즘 정부와 여당이 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따라서 민주당이 나서서 희망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등의 덕담을 전했다.
박 대변인은 "최고위원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친명' '반명' 같은 지지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지지하는 그룹이 같다'고 먼저 말씀하셨다"며 "이 대표도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과 저를 지지하는 그룹이 같다'고 했고, 최고 위원들도 '우리는 모두 친문이다'라는 덕담을 얘기했다"고 예방 중 주고받은 대화를 전했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날 지도부의 양산 행보를 두고 "문 전 대통령이 직전 대통령이었고 우리 당 대표도 하셨지 않나. 당 지도부의 그런 노력을 형식적으로라고는 보지 않고, 통합의 노력을 보인 것이고 마땅히 그랬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선출직 외 지도부 추가 인선을 두고도 이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남은 인선은 지명직 최고위원 2명·당대표 비서실장· 원내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이다. 이 대표는 28일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혹여 송갑석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다면, 호남 지역을 포함해 지역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있어 특별히 고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며 지역 균형 보완을 염두에 둔 인사를 거론한 바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당선 직후 당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에 각각 초선인 천준호 의원과 박성준 의원을 내정했다. 두 의원은 모두 대선 당시 이 대표를 도우며 '친명계'로 분류됐다. 천 의원은 대선 당시 선대위 비서실 수석 부실장 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추진단장을, 박 의원은 대선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현재로서는 지명직 최고위원 중 '당내 통합'을 고려한 호남 인사 영입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지도부가 '친명계 싹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련해 이 대표는 당선 후 기자들과 만나 "신임 최고위원 중 상당수가 이재명계라고 불리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제가 사실 고민정 의원과 친하다"며 "다 민주당을 사랑하니까 모여 있는 것 아니겠나. 우리는 뜻을 같이하는 동지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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