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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출입기자보다 빠른 '건희사랑' 정보력에 '허탈'

  • 정치 | 2022-08-27 00:00

국회 운영위,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 특혜 등 난타전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에 노출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에 노출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실은 "어떻게 이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해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정치권이 버라이어티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김건희 여사의 팬카페에 공개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경호상 보안이 생명인 현직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노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이 파행된 가운데 지난 2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여야가 거친 설전을 벌였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오락가락 해명과 김은혜 홍보수석의 답변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25일부터 이틀간 연찬회를 열고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결속을 다졌다. 하지만 연찬회 과정에서 말실수와 술자리 참석 논란 등 옥에 티를 남겼다. 운명의 장난일까. 법원은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일부 인용해 당 내부가 시끄럽다. 반전 계기를 마련한 이 전 대표는 당원 모집에 적극 나서며 우군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계파 간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 내 친이재명(친명)·비이재명(비명) 간 이견이 있었던 '기소 시 당직 정지' 관련 당헌 개정 수정안이 26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 사랑'에 유출돼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윤 대통령은 팬클럽에 유출된 날 시간만 조금 늦춰서 대구 서문시장 방문 일정을 강행했다. /SNS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 사랑'에 유출돼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윤 대통령은 팬클럽에 유출된 날 시간만 조금 늦춰서 대구 서문시장 방문 일정을 강행했다. /SNS 갈무리

◆尹 일정 '김건희 팬카페' 유출에 대통령실 내부 '부글부글'

-경호상의 이유로 대외비에 해당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사전에 김건희 여사 팬클럽을 통해 유출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네?

-맞아.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사전에 유출되는 경우도 드문 일인데, 그게 대통령 부인 팬클럽에 유출이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야. 물론 팬클럽을 가진 대통령 부인도 김 여사가 처음이지.

-김 여사의 페이스북 팬클럽 '건희 사랑'에 24일 올라온 댓글을 보면 "윤 대통령이 26일 12시에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다"며 참석, 홍보를 독려했어. '건희 사랑' SNS 관리자는 "가서 응원해 드립시다"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사전에 이 일정을 알았나?

-몰랐어. 통상 대통령실에선 참고용으로 윤 대통령의 1~2주 일정을 사전에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를 해줘. 다만 외부 일정은 경호상의 이유로 해당 행사가 끝날 때까지 엠바고(시한부 보도 중지)가 걸려서 보도할 수는 없어. 엠바고 파기는 제재 사유여서 출입기자들이 엠바고를 알면서 파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런데 사전에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된 윤 대통령의 26일 대구 일정은 오전 10시 규제혁신전략회의뿐이었어. 김 여사 팬클럽에 윤 대통령의 서문시장 일정을 올린 사람은 대통령실 기자들보다 정보가 빠른 사람인 셈이지. 허탈한 상황이었지.

-이후 김 여사 팬클럽에 올라온 윤 대통령 일정 관련 내용을 인용한 기사가 쏟아졌는데, 대통령실에선 부랴부랴 출입기자들에게 "서문시장 일정은 경호엠바고 사항이니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어. 하지만 출입기자단은 "김 여사 팬클럽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을 기자단이 상관할 이유가 없고, (팬클럽을 통해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는 신변 안전을 이유로 대통령실이 기자들에게 경호엠바고를 요청할 명분이 없다"고 엠바고 요청을 받지 않았어.

-이에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김 여사 팬클럽이 정말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답답하다"고 토로하더라고. 특히 이 관계자는 "강신업 변호사가 팬클럽 회장직을 그만둔 후 직접적으로 팬클럽에 연락할 대상도 없다"며 난감해하더라고.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일정을 취소하고, 유출한 사람도 찾아서 엄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바구니를 들고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바구니를 들고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대외비인 대통령 일정이 팬클럽에 올라온 것을 두고 팬클럽 자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는데, 그러자 팬클럽 관리자 일동은 "건희 사랑 댓글에 윤 대통령 대구 방문 글을 올린 사람은 본 카페 회원이 아니다"라며 "경호처 조사로 곧 밝혀질 것"이라고 해명했어.

-대통령실과 팬클럽 측 해명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일정을 아는 사람 중 누군가가 국민의힘 대구시당 쪽에 해당 일정을 전달했고, 이를 들은 대구시당 관계자 중 누군가가 서문시장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사전에 김 여사 팬클럽에 관련 글을 올린 것으로 보여.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보수 정치인이 대구에 가서 이벤트를 할 때 소위 집객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미리 집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어. 또 대통령실 측이 대구시당에서 해당 일정이 유출됐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왜 책임을 당에 떠넘기나. 그러면 당에 말해준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대통령 일정인데 당에 얘기한 것은 모이라는 것"이라고 대통령실 측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어.

-그런데 결국 해당 일정은 취소하지 않고 진행이 됐네?

-맞아.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팬클럽에 사전에 일정이 공지된 날 시간만 1시간가량 늦춰서 서문시장을 방문했어. 김 여사 팬클럽에 이미 공지한 내용을 바꿀 수가 없어서인지, 사전에 일정이 공지되고도 경호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취임 초 이례적으로 낮은 지지율 기록하는 상황에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 민심부터 잡고 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어. 다만 이번에는 사전에 일정이 유출되고도 별일이 없었지만, 다음에도 이런다는 보장은 없어. 또다시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사전에 외부에 유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으로 보여.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수석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수석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김은혜, 이유 있는 모르쇠…김대기, 음주 여부 '번복'

-지난 23일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가 있었지. 오후에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출석해 여야 의원들이 그들을 향해 질의를 했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어?

-김 비서실장의 답변을 듣는 내내 물 없이 고구마 10개는 먹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답답했어. 또, 야당 의원들은 주로 대통령실 사적 채용·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전국 폭우 당시 대통령실 대응 등을 거론하며 대정부 총공세를 펼쳤어. 이날 회의는 약 12시간 동안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는데, 질의가 계속될수록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여야 간의 고성도 오가기도 했어. 그러다 보니 결국 운영위원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국정 운영 점검'의 본 취지와는 상관없는 공방을 하느라 시간을 과소비했다는 지적이 나왔어.

-이날 특히 김 홍보수석을 향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많았는데.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홍보수석의 '재산 축소 신고'로 인한 고발 문제를 거론했어. 강 의원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재산 축소 신고 때문에 선관위로부터 고발됐다. 그렇죠?"라며 김 홍보수석에게 물었지. 김 홍보수석은 "선관위로부터 고발됐다는 사실을 제가 알고 있지 못한다"고 답했어. 김 홍보수석은 관련해 이달 내 경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어.

-강 의원은 김 홍보수석의 모르쇠에 "선관위가 재산 축소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날 투표하는 유권자에게 공지한 것이다. 그게 어떻게 당사자 후보로서 모르실 수 있냐" "너무 심각하다"며 목소리를 높였어. 김 홍보수석은 "선관위 고발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확인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선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어.

-알고 보니 김 홍보수석이 진짜 고발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 강 의원은 질의 이후 "질문하는 과정에서 고발의 주체가 선거관리위원회인 것처럼 발언했는데 정정하겠다"면서 "현재 분당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정정했어. 강 의원이 '고발 주체'를 잘못 안 거지. 고발로 인해 김 홍보수석이 경찰 수사를 앞둔 건 맞지만, 그를 고발한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민주당 경기도당이거든. 이를 두고 김 홍보수석이 강 의원을 향해 역공을 펼친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어.

-또 우파 유튜버,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연루자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아들 등이 초청돼 논란이 된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파기한 것을 두고도 야당 의원들의 규탄이 이어졌어. 김 비서실장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회의에서 "모른다" "저희도 참석자 명단을 좀 알려고 했지만, 확인하려고 했는데 자료가 없었다"며 해명했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폭우가 내렸던 지난 8일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맥주 조금 마셨다고 말을 바꿨다. /남윤호 기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폭우가 내렸던 지난 8일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맥주 조금 마셨다고 말을 바꿨다. /남윤호 기자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이 아직 보관되어 있음을 지적했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취임식 초청 명단도 대통령 기록물인데, 인수위 때 일이라 잘 모른다는 김 비서실장의 해명이 적절치 않다는 거지. 오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인수위에서 생산한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그렇게 임의로 월권적으로 파기했는데, 대통령 기록관 홈페이지 확인하면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초청대상자 명단은 여전히 보관되는 걸 볼 수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다른 게 뭔가?"라고 따져 물었어. 이에 김대기 비서실장은 "음..."이라며 답을 피했어.

- 지난 8일 폭우 당시 김 비서실장이 기자단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셨는가'를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김 비서실장에게 '폭우가 내린 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술을 포함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되었고, 실장도 인정한 바 있는데, 맞느냐'는 물었고 "그때 우리 대통령실 기자단과 오래전 약속이라 식사했다"는 게 답변이었어. 이어 김 비서실장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비가 내렸고, 1907년 이후 최고치라는데, 이렇게 내릴 줄은 상상을 못 했다"며 "사람이 죽고 다치고 재해가 났는데, 어떻게 화기애애하게 술을 먹겠느냐. 술 먹지도 않았고, 중국집에서 같이 식사했고, 1시간 30분 있었다"고 답했어.

-그러나 김 비서실장의 '술 마시지 않았다'는 답변은 이후 질문에 '맥주 조금'으로 바뀌었어.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그날) 약주 하셨나"라고 물었고 김 비서실장이 "식사하면서 맥주를 조금 마셨다"고 답했어. 순간 회의장에는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도 벌어졌지. 아까는 안 마셨다며... (웃음)

-김 비서실장이 그럼에도 "전혀 예상하지 않은 비였다"며 해명하자 전 의원은 "재난이 예상하고 오느냐. 예상하면 다 막죠. 그렇게 말씀하면 안 된다"고 따지기도 했어.

-공방이 길어지며 회의가 날을 넘기자 차수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어. 그런데 운영위원장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수 변경을 거부했지. 야당이 항의하자 권 원내대표는 "(과방위 회의를 파행한) 정청래 과방위원장부터 시정시켜라"고 쏘아붙이며 장내 소란이 불거지기도 했어.

-상임위 회의가 속속들이 시작하면서 '일하는 국회' 혹은 '싸우는 국회'가 고개를 든 모양이네. 법사위 회의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신경전이, 과방위는 파행이 벌어지는 등 여러모로 시끄러워. 지켜보며 바라는 게 있다면 회의의 본 목적을 과하게 탈선한 의원들의 뜬금없는 질문들이 눈살 찌푸려지더라. 또 자료 제출을 전혀 하지 않아 국정 상황을 점검할 수 없는 경우, 모르쇠로 답변을 일관해 회의 진행이 정체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어. 이런 건 좀 바뀌는 게 좋지 않을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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