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갈등 깊어질 전망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청년 정치인들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연일 이 전 대표를 비롯한 그의 측근들을 겨냥해 맹비판을 쏟아내면서다. SNS를 통한 비방전의 수위가 높아지자 당원들도 입장이 엇갈려 분열할 조짐을 보인다. 관련 논쟁이 세력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에 여권의 이전투구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장 이사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와 친이계 청년이라 불리는 이들을 꼬집어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정치 말고는 사회생활 해 본 적 없는,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세금 한 푼 내본 적 없는 일군의 청년 정치인들이 바로 '여의도 2시 청년'"이라며 "이 전 대표 편에 서는 청년들은 '여의도 2시 청년' 그 자체"라고 힐난했다.
'여의도 2시 청년'은 직업 없이 낮 시간대에 열리는 정치권 행사에 참석하며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 유지에 집중하는 청년 정치인들을 낮잡아 부르는 비하 표현이다. 이 과정에서 장 이사장은 '나는 국대다' 출신 대변인들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을 거론했다.
이 지점은 '진짜 청년' 논쟁에 불을 붙였다. 김 전 최고위원을 향해 '2년 만에 20억대 재산 신고를 해 돈 걱정 없는 정치인'이라고 비꼬았기 때문이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일반 청년들의 '대표성'을 그들이 띠고 있는지 성찰해보라는 의미로 읽힌다.
장 이사장은 지난 대선 시즌부터 이 전 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의 청년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호형호제' 사이로 알려졌으나, 이번 '저격' 사건을 통해 본격적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전날에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를 저격했다. 윤리위 징계 결정 이후 이 전 대표가 대처를 잘못해 당과 정부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골자다. 당과 정부에 대한 일방적 비난으로 국정 동력이 상실됐으니, 집권 여당 당 대표로서 '자기 정치'를 멈추라고 촉구한 것이다.
장 이사장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이 전 대표와 청년 정치인들은 오히려 장 이사장이 '여의도 10시 청년'이자 '꼰대'라며 역공에 나섰다. 가장 먼저 이 전 대표는 "정치적 위상이나 정치를 할 수 있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용태한테 뭐라고 하면 안 되지. 방송국과 작가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변인단에게 그들의 신분에 대해 아무리 지적해봐야 안 먹힌다"라고 비꼬았다.
김 전 최고위원과 '나국대' 출신 대변인들은 당원들의 선택과 자신들의 실력으로 정당한 지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장 이사장으로부터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 전 최고위원도 "어처구니없는 트집조차도 정치인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 생각한다"며 말을 보탰고, '나국대' 1기 우승자인 임승호 전 대변인은 장 이사장의 행보를 '추태'라고 진단하며 "청년팔이 그만하고 남들 밟고 올라갈 생각 말고 본인 힘으로 올라가라"고 일갈했다.
청년 정치인 간 내홍이 깊어지자 일각에선 양측을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장 먼저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그는 "안 그래도 폭염에 폭우에 짜증 난 국민들을 조잡스럽고 구질구질하게 지엽말단적인 건수만 붙잡고 같은 편끼리 서로 손가락질에만 열중한다"며 "한쪽은 오래된 성 추문으로 공격하고 한쪽은 되지도 않은 응석과 칭얼거림으로 대응한다. 구질구질하게 살지들 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내부 분열이 점입가경에 이르자 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깊은 한숨이 나온다. 한때 보수정당의 '미래'라고 불렸던 그들이 '기성세대'의 구태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양상을 보이면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와 관련 <더팩트>에 "청년 정치인들에게 기대되는 모습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지리멸렬해 싸우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면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 초선 의원은 "언론에 어떻게 비칠지 뻔히 알면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고 있다"며 "애들 장난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속화하는 청년 그룹의 분열이 뇌관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할 말 있어요'에는 이 전 대표를 옹호하는 측과 장 이사장의 발언을 두둔하는 지지자들이 극렬히 대치 중이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결과가 다음 주쯤 나올 전망이어서 이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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