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후원자는 친윤·친명… 출신 단체 후원도 多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에 없어선 안 될 토양이다. 동시에 정치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최근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치자금으로 개인 차량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약식기소했다. 정치자금의 대부분은 지지자들의 후원금, 선거보전비용으로 채워진다는 측면에서 '네돈내쓴(네 돈으로 내가 쓴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정치활동을 위해서만 쓴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21대 국회에서 이 조건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더팩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2020년 후반기, 2021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집중분석했다. 나아가 공정한 정치자금 사용을 위한 개선 방향을 모색한 '네돈내쓴 정치자금' 기획 5편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박숙현·김정수 기자] 국회의원 정치자금 수입에서 후원금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지출 내역에서 기관이나 단체 등 후원 비용이 적지 않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지지자들에게 받은 후원금을 다른 이들에게 재분배하는 '후원금 플랫폼' 역할도 하는 셈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지지 후보들에게 후원하거나, 각종 기관·단체에 많게는 수백만 원씩 기부한다.
정치자금은 사적 모임 회비 등 사적 경비로 지출해선 안 된다.(정치자금법 2조) 또 국회의원은 기간 제한 없이 선거구 안에 있거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할 수 없다.(공직선거법113조) 선거에서 후보자의 인물, 정책보다 경제력이 좌우해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왜곡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치활동의 일환'이라는 명목으로 의원들의 기부 행위가 넓은 범위에서 허용되고 있다. 21대 국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출신 학교와 단체 등에 지출하는 후원금들이 눈길을 끌었다.
◆모교에 1300만 원 기부한 野 의원..."위법 소지 없어"
김경만 민주당 의원(초선, 비례)은 지난해 3월 3일 산수초등학교와 살레시오 고등학교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각각 300만 원, 100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 이들 학교는 김 의원의 모교다. 살레시오고 누리집에는 후원자 예우에 대해 "시설과 기자재 등에 기부자 명의를 표시해 후원자의 소중한 뜻을 널리 알리고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쓰여 있다.
의원실과 중앙선관위 모두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은 '법령 규정에 근거한' 기부행위는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는데, 김 의원의 모교 기부도 초중등교육법(제33조 학교발전기금)을 근거로 했기에 법 저촉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적 경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동창회가 아니라 학교에 낸 것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면서 "학교 측도 그렇겠지만 의원 입장에서도 (기부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그때 생각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도 "정치자금이라는 건 광범위하게 정치활동을 위해서 지출하는 것인데 (김 의원의 지출은)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기부 행위에 있어서도 관련 법에 의해서 기부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자금법에서 허용하는 후원금 지출 기준에 대해선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은 다 가능하다. (쉽게 말해) '정치인이 아니라면 그런 활동을 했을까'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자체가 지역을 대표하는 지위이기 때문에 그 지위에서 하는 활동이면 정치활동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치자금으로 단체 회원이 되는 경우나 정해진 회비를 납부하거나 정해진 규약에 의한 기금을 내는 것을 다 허용해주고 있다. 다만 기부 행위에 속해선 안 되기 때문에 (기부 금지 예외 조항을) 교차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교 후원금 고액 기부는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행위로도 해석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김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지난 6월 사무소를 개소한 바 있다. 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현재 비례대표이긴 하지만 (모교 발전기금 기부가) 지역구를 다지는 차원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추후에 세밀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며 "(사적 경비인지 아닌지) 기준이 모호하다. 선관위가 이런 부분은 강력하게 제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허용 기준이 느슨한 만큼 국회의원들은 사적 인연이 있는 곳에도 후원금을 다수 지출하고 있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초선, 경기 안산시단원을)은 천주교 살레시오회에 200만 원의 후원금을, 민주당 전해철 의원(3선, 경기 안산시상록갑)과 박홍근 의원(3선, 서울 중랑을)은 출신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각각 15만 원, 30만 원의 회비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
경찰대학교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초선, 대전 중구)도 경찰대학교육진흥재단에 10만 원을 기부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재선, 부산 북구강서갑)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3선, 부산 북구강서을)은 지역구가 있는 부산시 북구 배드민턴협회에 분담금으로 각각 425만 원, 175만 원을 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초선, 광주 북구갑)도 이사를 역임했던 광주지역 해외의료봉사·다문화가족 지원 단체 '아시아희망나무'에 50만 원을 지출했다.
김대중·노무현·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단체에 후원한 의원들도 많았는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단체인 청년김대중, 김대중이희호글로벌평화포럼, 김대중 도서관, 김대중이희호글로벌평화스쿨 등에는 민주당 의원 9명이 총 1050만 원을 후원했고, 노무현재단에는 의원 21명이 총 1747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채익 의원(3선, 울산 남구갑)이 김영삼민주센터에 50만 원 후원한 것 외에 박정희·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관련 단체 후원은 별도로 없었다.
통일 관련 단체인 사단법인 '겨레하나'에도 '북한주민 쌀 지원'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 10명이 총 440만 원을 기부했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 관련 '미얀마 유학생 돕기 운동'에는 민주당 의원 42명, 정의당 의원 2명이 총 2680만 원을 후원했다.
◆윤석열 후원 3명·이재명 후원 20명...친윤·친명 '눈도장'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자후원회, 당내 경선 후보자후원회에서 모금액 한도(25억6545만 원, 선거비용 한도액의 5%)를 이른 시일 내 채운 바 있다. 동료 의원들도 여기에 한몫했다.
윤 대통령에게 후원한 이들은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원내대표(4선, 강원 강릉)를 비롯해 정진석(5선, 충남 공주시부여청양군)·윤한홍(재선, 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 의원이다. 이들은 각각 500만 원씩 후원했다. 권 원내대표는 경선 캠프에서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아 당내 '친윤 그룹'을 이끌어 왔고, 대선 후에는 원내대표에 선출돼 당과 대통령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의원 역시 대선 경선 초반부터 '충청대망론'을 띄우며 윤 대통령을 도왔고, 윤 의원도 경선 캠프에서 상황부실장을 맡으며 일찍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외에 홍준표 후보에게는 배현진(초선, 서울 송파을)·조명희 의원(초선, 비례)이 각각 500만 원, 300만 원씩 지출했고, 최재형 후보에게는 조해진(3선, 경남 밀양시의령함안창녕군)·조명희 의원이 500만 원, 300만 원씩 후원했다. 원희룡 후보에게는 조명희 의원이 300만 원, 조해진 의원이 10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후원했다.
이 의원도 대선 후보 가운데 같은 당 의원들에게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았다. 예상대로 '친명계' 핵심인 정성호(4선, 경기 양주)·김병욱(재선, 경기 성남시분당을)·박찬대 의원(재선, 인천 연수갑)이 각각 개인이 후원할 수 있는 최고 한도인 1000만 원을 지원했다. 정 의원은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 인건비와 선거인단 투표 지원 인건비로 24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뒤를 이어 박성준(초선, 서울 중구서동을)·이해식(초선, 서울 강동을)·서영석(초선, 경기 부천정)·이수진(초선, 비례)·윤후덕(3선, 경기 파주갑)·강준현(초선, 세종을)·김병기(재선, 서울 동작갑)·안민석(5선, 경기 오산)·조정식(5선, 경기 시흥을)·이학영(3선, 경기 군포)·남인순(3선, 서울 송파병)·이형석(초선, 광주 북구을) 의원 등이 자신의 정치자금에서 500만 원씩 후원했다.
홍정민 의원(초선, 경기 고양병)은 470만 원을 냈고, 김승원(초선, 경기 수원갑)·김남국·양이원영(초선, 비례) 의원(300만 원), 박홍근·최혜영(초선, 비례) 의원(200만 원), 이수진(초선, 서울 동작을)·이규민(초선, 경기 안성)·김성환(재선, 서울 노원병)·황운하 의원(100만 원)도 후원금을 통해 경선 때부터 이 의원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다만 이들 후원금은 '모금한도액 초과'로 모두 반환됐다. 이 의원의 경선 후원금 모금액은 최종적으로 25억5366만 원으로 한도액에는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일부 후원금을 반환한 결과라는 게 이 의원 측 설명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대선 경선 후원 모금은 당초 모두 채워진 게 맞다. 다만 모금 후 후원자들 중 후원 불가능한자들에게 반환했다"라고 답했다. 과거 이 의원을 변호했던 변호사 등의 고액 후원 등을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동료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은 반면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의원은 홍성국 의원(초선, 세종갑) 1명에게서 500만 원 후원금을 받는 것에 그쳤다. 이 외에 정세균 후보에 후원한 이들은 김교흥(재선, 인천 서구갑, 1000만 원) 의원과 송옥주(재선, 경기 화성갑)·서영교(3선, 서울 중랑갑, 500만 원), 김경만(300만 원)·김회재(초선, 전남 여수을, 200만 원)·강득구(초선, 경기 안양시만안구, 100만 원) 의원 등이다. 박용진 의원도 기동민(재선, 서울 성북을, 300만 원) 의원과 유동수(재선, 인천 계양갑)·정춘숙(재선, 경기 용인병, 100만 원), 장경태(초선, 서울 동대문을), 50만 원) 의원으로부터 후원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진성준(재선, 서울 강서을)500만 원)·김승원·김남국(100만 원)·장경태(50만 원) 의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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