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시간 얼마 남지 않아" 단일화 압박…강훈식 "지금은 파이 키울 때"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독주 체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강훈식·박용진 의원의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판세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 의원이 1차 국민여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강 의원에게 거듭 압박을 넣었지만, 강 의원은 '활주로의 방지턱'이라며 단일화를 거절했다.
멈춰있던 단일화 논의 재추진 움직임은 이번에도 박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오는 12일부터 국민여론조사가 시작되고 전당대회의 절반인 '반환점'을 도는 만큼 △전당대회의 낮은 투표율 극복 △전당대회 흥행을 위한 기폭제 마련 등을 위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제안했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원은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어떤 방식이든 강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경선 결과, 이 의원은 74.15%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했다. 박 의원은 20.88%, 강 의원이 4.98%로 뒤를 이었다. 1위와 격차가 큰 2위인 박 의원으로서는 이 의원을 추격하기 위해 강 의원과의 단일화가 더 간절한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는) 이번 주가 데드라인(마감기한)이냐'는 물음에 "데드라인을 정하면 또 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압박으로 보일까 봐 말씀드리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의원은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도 '모든 방안'을 언급하며 길을 최대한 열어놓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박 의원의 발언이 나온 후 약 1시간 40분 만에 단칼에 거절했다. 특별한 계기 없이 박 의원과 단일화한다고 해서 별 이득이 없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며 선거를 완주하는 것이 더 전략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강훈식이라는 사람이 민주당의 비전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비행기를 '활주로'에 띄워야 하는데, 단일화라는 '방지턱'을 설치하는 느낌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저와 박용진 의원이 지난주에 얻은 득표는 권리당원 전체의 1%가 안 된다. 지금은 파이를 키우고, 비전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단일화 무산은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현재로선 단일화하면 본인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박 의원만 유리하고, 강 의원은 무조건 손해 보는 상황이다. 얻을 게 없지 않나"라며 "두 사람이 자신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며 끝까지 가는 게 당과 본인을 위해 더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선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굳어지며 전당대회 자체의 주목도는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이 의원을 제외한 두 후보가 계속해서 단일화 접점을 찾지 못해 평행선을 그리면서 흥행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흥행과 관련해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가 이 후보의 독주 체제로 진행돼 흥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지금까지 전대를 살펴보면 흥행이 된다고 해서 그 이후 당 지지율이 올랐느냐"고 되물었다. 흥행은 부수적인 평가일 뿐이라는 게 우 위원장의 판단이다.
이어 우 위원장은 "전대가 극적으로 흥행한 것은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을 때였는데, 그분(이 대표)은 지금 잘리지 않았나. 흥행무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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