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인적 쇄신·국정 변화' 목소리엔 '침묵'…"다시 한번 힘 모아달라" 호소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첫 휴가(1~5일) 직전 2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 지지율이 또다시 하락했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휴가 중 잇달아 불거진 윤 대통령 주변 악재, 예고 없이 추진하려다 역풍을 맞은 취학연령 하향 혼선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휴가는 끝났지만, 업무에 복귀한 후에도 떠나가는 민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5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24%, 부정 평가는 4%p 상승한 66%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 평가한 이들은 '인사(23%)', '경험·자질부족·무능함(10%)',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7%)', '전반적으로 잘못한다(6%)'를 이유로 제시했다. 반면 긍정 평가한 이들의 이유 1위는 '모름·응답거절(28%)'이었다. 이어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한다(6%)', '전 정권 극복(5%)', '경제·민생(5%)', '주관·소신(5%)'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尹 휴가 중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초기보다 낮은 지지율 기록
이는 박근혜 정부를 몰락시킨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의혹이 증폭되던 2016년 10월 셋째 주보다 낮은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2016년 10월 18~20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25%', 부정 평가는 '64%'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결정적 사건 없이 지지율이 이 정도로 낮아진 것은 이미 수차례 문제 제기가 이뤄진 '인사 실패',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각종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참모 및 장관들의 대응 실패'가 반복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휴가 기간으로만 축소해서 봐도 새롭게 불거진 논란이 여러 건이다. 먼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옛 외교부 장관 공관) 공사 일부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 여사와 연관된 업체들이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무속인이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과시하며 민원 청탁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미흡했다.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당시 전시를 후원한 업체가 12억 원가량의 규모의 시공을 맡았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사에 언급된 업체는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면서도 "그 업체들은 당시 전시회를 할 때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들이고(관련성은 인정), 전부가 아니라 일부가 그런 업체들이고, 그 업체들은 공사를 했고, 그것에 대한 대금을 받았다. 후원업체로서 거기에 이름이 오른 것은 그냥 감사의 뜻에서 이름을 올린 것이지, 그 업체들이 후원을 해서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바나컨텐츠 전시 업무를 했던 업체들이 이번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맞는가'라는 질문엔 "그것을 정확하게 확인해 드릴 수가 없다"며 "어느 업체가 관저 공사를 했는지는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실 관저 공사에 김 여사의 '사적 수주'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동문서답 혹은 묵묵부답으로만 대응하고 있고, 해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의혹 전반에 대해 국정조사를 포함, 국회법이 정하는 모든 절차를 조속히 검토하고 진상규명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 씨가 대통령 부부의 친분을 과시하며 민원 청탁 등을 하고 다닌다는 세계일보 보도와 관련해선 "대통령실은 대통령실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이권에 개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계속 예방 및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풍문이 돌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사를 진행하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민간인인 전 씨를 조사하는 것은 '민간인 사찰'로 불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대통령실과 관련된 공직자 비위를 감찰하거나 조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건진법사 같은 민간인 조사는 할 수 없다"며 "현 대통령실에선 이 사안을 담당할 데가 마땅치 않다. 지금이라도 특별감찰관을 빨리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시한 이후 학부모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말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2일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취학연령 하향은 노무현 정부 등에서도 추진했었고,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것으로써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개혁 방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교육 개혁은 국회 입법사항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내각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안 수석은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들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게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고 당초 대통령 지시와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다.
◆'논란→미완의 수습→새 논란→미완의 수습' 반복
대통령실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난다'→'만남을 조율 중이다'→'최종적으로 만남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3일 밤 윤 대통령 부부가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뒤풀이를 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연극은 보면서 20년 만에 방한한 미국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은 왜 만나지 않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4일 오전 '오늘 오후에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휴가 중에도 새로운 논란이 계속 불거졌고, 대통령실이 대응을 제대로 못 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이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국정 기조에 대대적 변화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4%로 추락한 것과 관련해 "여론조사는 언론 보도와 함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자 지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담긴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채워 나가도록 하겠다"라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채 석 달이 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대한민국을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반듯한 나라로 만들어 나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또 도약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국민 지지를 호소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적 쇄신 목소리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대통령실에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 결정하실 일"이라며 "인적 쇄신과 관련해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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