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울릉도 입도, PK서 본격적인 '자기 정치' 예정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로 직무가 정지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전국을 누비며 2030 당원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징계 전 천명했던 '자기 정치'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장외에서 존재감을 과시 중인 이 대표의 '전국 일주'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이 대표의 행보가 범상치 않다. 지난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이어갔던 '잠행 모드'를 깨고 전국을 유랑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5일 포항에서 사전 만남을 신청한 당원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전날에는 포항에 머물며 해변가의 한 통닭집에서 약 100여 명의 시민들과 '치맥 번개'를 즐기기도 했다. '정치권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듯 노란색 반소매 티셔츠와 베이지색 반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당초 윤리위 징계 직후 '결백'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방향을 바꿔 전국을 돌아다니는 '방랑 정치'를 통해 우호적인 여론 확보전에 나서는 양상이다.
이틀째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울릉도·포항 역시 전통 보수층 지지자들이 밀접한 지역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곳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텃밭에 직접 방문해 비판 여론을 정면 대응하는 등 '지지자' 포섭을 위한 전략적 행보를 펼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호남 지역을 집중적으로 방문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치르며 자신이 추진했던 '서진(西進) 정책'의 일환이다. 당세가 옅은 지역에 공을 들여 당 대표 복귀에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전국 기행 시작점이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 등반이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는 당시 자신의 SNS에 무등산 등반 사진을 게시하며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후 제주-목포-순천-광주-진주-창원-부산-춘천-진도 등지를 누볐다.
급기야 진도에서 주민들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등 '춤판'을 벌이는가 하면, 23일 광주에선 당원들과 돗자리를 깔고 앉아 '치콜(치킨과 콜라)' 모임도 진행했다. 전국 유랑에 내몰렸던 여당 대표가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아 '대체 불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또 틈틈이 시도지사와의 만남을 공개하며 존재감 과시에도 나섰다. 지역 방문 기간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등 자신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지자체장들과 만나는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이 대표가 특정 지역에 갈 때쯤 인연이 있는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종종 연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징계로 인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을 역이용해 당원을 만나는 등 지금의 행보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당원 가입' 독려 외 정치적 메시지를 일절 발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역 주민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이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난조가 계속되는 반면, 이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과 청년을 기반으로 '차기 당권 주자' 항목에서 경쟁자들을 제치며 선두에 올라서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6~18일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5.2%로 가장 우세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 18.3%, 나경원 전 원내대표(9.2%) 등이 뒤를 이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에 나 전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지금은 조금 더 자숙하는 모습이 좋지 않을까, 저라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 대표에 대한 긍정 여론이 확산하자 그를 압박해왔던 윤핵관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윤리위 결정을 내린 것이 다소 성급한 결정이 돼버린 것 같다"며 "여론이 이 대표에게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에 윤핵관들은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을 떠도는 이 대표가 여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행보가 서울·수도권을 향해 북상하는 대선 후보의 유세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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