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잠행 이어갈 듯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성 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준석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재기를 노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중징계를 받은 이후부터 자취를 감췄다. 이따금 '온라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전부다.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주 무등산에 오른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그는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을 풀어내려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며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는 글도 덧붙였다.
이 대표가 광주행을 공개한 것을 두고 장외 투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지속해서 호남을 공약하는 서진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다. 즉, 6개월 뒤 복귀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실제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는데, 자 자신의 지지기반인 2030 세대 당원을 끌어모아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 반격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광주에서 청년 당원·지지자와 만나 소통한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일에도 SNS에 "국민의힘의 당원이 되는 빠르고 쉬운 길, 온라인 당원가입"이라며 "한 달에 당비 1000원 납부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되어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3분이면 된다"는 당원 모집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상 '잠수'를 탄 이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처분으로 직무정지 상태다. 따라서 당대표로서 당무나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다.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위기 극복을 위해 당력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내며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내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대표 한 측근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리위의 징계 결정 이후 이 대표의 근황은 거의 모른다.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겠나. 한 번은 전화로 안부 정도만 물었다"며 "아마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상황에서는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어떤 조치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는 대응 카드를 세밀하게 따져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윤리위 재심 청구나 법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카드를 꺼내 든다면 적잖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윤리위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은 다루지 않고 품위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만 판단했다는 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 희박하고,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되면 정치적 타격이 크다.
때문에 이 대표가 지역 순회와 당원들 모집에 주력하며 6개월을 기다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갈등을 빚은 이후 당무를 내려놓고 여수, 제주 등 기약 없는 잠행에 들어갔던 사례가 있다. 사실상 징계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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