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예외 인정 불가' 결정, 민주당의 청년 여성 탄압 아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미국 여행 한 달 다녀왔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님은 만나지 않았습니다(웃음)."
1996년생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개월의 청와대 청년비서관직을 마치고 민주당에 돌아왔다. 지난 5일 복당(청와대 입성으로 인한 탈당 이후) 절차를 마쳤다는 박 전 위원은 근황을 묻자, 청와대를 나온 이후 미주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이낙연 전 당 대를 만나고 왔냐'는 질문을 엄청나게 들었다는 그는 "다들 (정치인이면) 가서 백악관이라도 보고 와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데 저는 '정치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며 워싱턴 근처에도 안 갔다. 놀다 왔어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박 전 위원은 2019년 9월 오디션을 통해 민주당 청년 대변인에 발탁되며 중앙당 정치를 시작했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20년 8월에는 이 전 대표의 지명으로 '최연소 민주당 최고위원'에, 2021년 6월에는 청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청와대 발탁 당시 이른바 '능력주의'와 맞물려 '자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 전 위원은 그때 기억을 되새겨보면 "과도한 억측이나 유언비어는 답답했지만, '저 사람이 과연 청년비서관직을 잘할 사람이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동갑내기 청년 정치인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전당대회 출마 자격 예외 인정' 여부에 대해 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당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정이라면 이번 같은 행동은 지양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은 "민주당의 (예외 인정 불가) 결정이 청년 여성을 탄압하려는 일이라는 (박 전 위원장의) 주장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웠다"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최고위원을 지냈던 그가 바라보는 8·28 전당대회 국면은 어떨까.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박 전 위원은 "우리 당 안에서 어대명 기세에 눌리지 않고 당의 문제 진단과 쇄신에 대한 신랄할 정도의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세에 눌려 '줄서기식 지지'가 이뤄지는 것은 길게 봐서 좋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재명 의원에 대해서는 "(계양을 출마로) '쿨타임(쉬는 시간)'이 없었던 게 아쉽다"며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한다면 빨리 나오셨으면 좋겠다. 당 대표에 나와 무엇을 하실 건지에 대해 밝히셔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박 전 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처음 정치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인가.
고등학생 3학년 때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그리고 대학생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그 과정을 보면서 정치에 냉소적이었던 면이 산산조각이 났다. 이후 관심을 가지고 보니, 정치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엔 2030 젊은 정치인들이 거의 없던 시기였다. 그걸 보며 '좀 더 다양한 정치가 필요하다', '평범한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어야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2018년 6월 민주당원으로 가입했다. 대학생위원회 활동, 지역 활동, 의원실 인턴 등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일했다.
-11개월간의 청와대 청년비서관 생활은 어땠나. 어떤 일을 했고, 일하며 어떤 걸 느꼈나.
청년비서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청년 정책을 총괄하는 거였고, 하나는 청년 소통을 기획하는 거였다. 청년 정책 총괄의 경우 컨트롤타워가 되어 각 부처마다 흩어져 있는 청년 정책들을 조정하고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부처랑 같이하면서 청년 정책을 만들어갔다. 청년 소통 기획은 개인적으로 청년들을 만나 의견을 듣거나 대통령과 청년 간의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었다.
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보호 종료 아동' 지원 강화 정책을 냈던 것이다. 제가 민주당 최고위원일 때 첫 모두 발언 때 했던 말이기도 하다. 당에서부터 관심 있게 챙겨오던 분야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와서) 예산을 직접 짜고, 국가 정책으로까지 만들어냈다는 거에서 의미가 컸다.
(청년비서관을 하며) 사회적 소외 계층, 자신들의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정책적으로 직접적인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뿌듯했다.
-청와대 청년비서관 발탁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국민들이 자신을 향해 아직도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
물론 당시 속상한 것도 있었다. 과도한 억측이 있을 때 답답한 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집안이 정치권과 연관이 있다더라', '인맥으로 들어간 거다'라는 유언비어도 많았고. 고려대 편입 사실을 두고도 '민주당 활동으로 들어간 거다'라고 하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저 사람이 과연 청년비서관직을 잘할 사람이냐', '경험이 부족하다'라는 비판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좀 겸허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다만 그냥 그때 왜 '나였어야 했나'라는 물음은 인제 와서 돌아보면 '청년 당사자'였던 사실이 가장 컸다고 본다. 또 당에서 정치 경험이 있다 보니 당과 정부 부처와의 협의를 정치적으로 잘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기도 했다.
당시에 입장을 내지 않았던 건 일을 하면서 갚아나가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만큼 잘났으니까 (해도) 괜찮다'는 '자기 항변'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 예외 허용'을 두고 페이스북에 반대 의견을 올렸는데.
엄밀히 말하면 박 전 위원장이 출마를 강행하는 건 아닌 거 같다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출마 강행은 박 전 위원장에게도 안 좋고 당에도 안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에 와서 기여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당내 모든 분이 말하듯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바다. 다만 글을 올린 이유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당의 '예외 자격 허용 불가' 결정이 의도적이라거나 당이 박 전 위원장에게 악의를 가지고 탄압하거나 찍어 누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이 청년 여성을 탄압하는 일이라는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박 전 위원장을 배척하자는 의견은 아니고, 제 나름대로 정치인으로서의 정견을 써서 올렸던 거다.
-관련해 박 전 위원장에게 따로 연락해 봤나.
연락한 적 없다. 그분도 정치인이고 저도 정치인이니까. 또 같은 부분에서 분명히 공감하는 것들이 있다. (반면) 서로 당이 발전해야 되고 변화해야 한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거다. 필요하면 같이 토론하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서로 입장을 존중할 거라고 생각한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도 넘은 '신상 털기'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의 경우 (유튜버가 집 앞에 찾아온) 최악의 위협적인 일이었다. 가장 편해야 할 공간이 가장 무서운 공간으로 바뀐 것이지 않나. 박 전 위원장이 당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기 시작한 건데, 당이 단호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어디 가서 보호받나 하는 생각이었다. 성희롱 댓글, 문자 폭탄, 욕설 댓글 등 저도 다 겪어봤던 문제이기에 어느 정도 짐작할 뿐이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이 많았다. 여성 정치인들에게 달리는 성희롱 댓글 부분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여성 정치인 성적으로 모욕당하는 일은 국민의힘이든 정의당이든 다른 당도 비슷한 일을 겪을 거로 생각한다.
-민주당의 '팬덤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의 팬덤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각심'이 든다. 팬덤에 속한 일부가 강하게 의견을 표명하고, 문자 테러나 욕설 등 과도한 방식의 의견이 표명되면서다. (이러면) 당에 건전한 토론은 막히고, 의원들도 (팬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건 문제가 된다. 당의 의사결정을 비판하기 위한 '의원 명단'이 돌고, 그로 인해 의원실 전화가 마비되고 보좌진들이 욕설을 듣는 게 '애정 어린 조언 수준'인가 했을 때, '폭력은 폭력으로' 규정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에서) 과연 이 의견이 얼마나 다수의 의견이고 어떤 이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경각심은 분명히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일반 국민들도 민주당이 팬덤 정치에 완전히 몰입해서 특정 집단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도 저는 민주당이 가졌던 대중 정당으로서 입지를 좁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결국 지지 기반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당이 일부의 의견이 전부인 것처럼 하는 결정을 계속 내린다면, 그건 당이 망하는 길로 가는 거라고 본다.
-대선 이후 이재명 의원의 그간 행보를 평가하자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의원이 계양을 선거에 나갔던 게 굉장히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당에도 이 의원에게도 아쉬움이 크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보인 역량이 있으니 꼭 재보궐 선거에 안 나왔어도 되지 않았을까, 당 대표 선거도 (대신) 전국적으로 국민을 만나며 자신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거나 하는 '쿨타임(쉬는 시간)'이 없었던 게 아쉽다. 쫓기듯 하지 않아도 본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남에만 있다가 계양을에 나가는 것을 두고 납득하는 국민은 없지 않았을까.
('어대명'에 관해서는) 우리 당 안에서 '어대명' 기세에 눌리지 않고 당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당의 전략과 스탠스를 총괄해 갈 사람에 대해 신랄할 정도의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세에 눌려 의견이 적게 분출되거나 줄서기식으로 지지가 이뤄지는 것은 반대한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됐을 때, 어떤 모습일까 했을 때 전 잘 안 그려지긴 하다. 지역에서 계속 정치를 해오셨던 분이니까 또 중앙에서 어떻게 정치를 할 건지에 대해서 아직 모르지 않나. 이것도 본인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빨리 나오셨으면 좋겠다. 나와서 얘기도 하시고,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단단히 각오하고 임하시면 좋을 것 같다.
-복당 이후 당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전당 대회 출마는 안 하나.
일단 이번 전당대회는 다른 분들이 좋은 경쟁을 펼치셔서 잘 되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출마 안 한다. 향후에는 민주당이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는 '대중 정당'이 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여러 시각을 제시하고 싶다. 그 역할이 당내 직책이든 다른 소통 창구를 통해서든 기회가 된다면 다 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어떤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제삼자적 입장으로 당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아닌, 정치인이자 민주당원으로서 당의 변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더 집중하고 싶다.
-향후 총선 출마 계획도 있나?
아직 한참 남아서. (웃음)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만약 당에서 나오라고 한다면 나올 건가.
민주당 정치인으로 어떤 변화를 이뤄낼 거냐에 대한 답변이 선다면 도전장을 내밀 거고, 그게 아니라면 좀 더 고민할 거다. 정치라는 게 정치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되고 뭘 할 건지가 중요하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뭘 할 건지가 분명해야 국가에도, 개인에게도 이로울 거라고 생각한다.
☞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누구? 1996년생으로 만 25세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다. 2018년 6월 민주당에 입당해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에 선발됐다. 2019년 8월 오디션을 통해 민주당 청년 대변인으로 선발됐고, 2020년 8월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당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6월에는 청와대에 입성해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까지 11개월간 청년비서관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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