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청년 정치인 "이대로는 안 돼...민주당과 다를 게 뭐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이후 드러난 여러 의혹들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대통령 부부의 '사적 인연'이 공적 영역 곳곳에 포착되면서 '비선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참모들의 어설픈 수행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실각했다. 국민의힘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다. 이 대표는 '징계 처분 보류' 뜻을 밝히며 불복 의사를 명확히 했다.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을 같은 날 동시에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국정원의 고발 시점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국면 전환용'이라는 등의 여러 해석이 나온다.
◆'또 지인' 등장에 '어설픈 B컷 설정'…계속되는 '나토 순방' 논란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첫 해외 순방을 다녀온 후 관련해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네?
-맞아.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먼저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윤 대통령 내외의 첫 순방에 동행한 게 논란이 됐어. 신 씨는 '민간인'임에도 이번 순방에 사전답사 때부터 참여하고, 대통령 내외와 같은 숙소에 머물다가,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로 함께 귀국했어.
-신 씨의 행보를 두고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신 씨는 전체 마드리드 순방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기 위해 간 것"이라며 "출장에 필수적인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가서 '무보수'로 일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어.
-신 씨는 유명 한방 의료재단 이사장의 차녀로, 해당 의료재단의 가족사인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 기업 대표를 역임했어. 또 대한한방병원협회 국제이사를 한 경험이 있어. 과연 그가 외교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전문가를 능가하는 대통령 순방 행사 기획 역량을 갖춘 전문가인지 논란은 이어졌지.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 씨는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어 의중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행사에 잘 반영시킬 분이라 판단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명했어. 사적인 인연이 작용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지.
-대통령실이 신 씨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자 해명했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 키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야.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데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은 '이게 뭐가 문제야?'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이게 만약에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어도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지 궁금할 따름이야. 사실 지난 정부를 비판할 때 '선민의식'이 대표적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맞아, 문제가 있어서 지적하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는데 '뭐가 문젠데?'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처음도 아닌데 말이야. 이제라도 제2부속실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게 낫지 싶어.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그리고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정'과 '상식'을 가장 중요하게 거론했는데, 과연 이번 문제가 부합한다고 판단하는지 궁금하네.
-윤 대통령 외가 6촌인 최모 씨가 대통령실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어. 국회의원은 4촌 이내의 친척의 보좌직원 임용을 금지하고 있고, 8촌 이내 친인척을 채용할 때는 반드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에 발맞춰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직원을 채용할 때 가족이나 친족이 근무하는지를 묻도록 내부 지침을 만들었어. 하지만 새 정부 대통령실은 전 정부 청와대와 국회의 규정에 못 미치는 친인척 채용 규정을 갖고 있는 듯해.
-대통령실은 "업무 문제가 아니라 먼 친인척이란 이유만으로 배제되면 그게 또 차별"이라며 "외가 6촌 채용이 국민 정서에 반한다면 그건 법을 정비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어. 윤 대통령도 8일 도어 스테핑에서 "친척 (최 씨는)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캠프에서 그리고 당사에서 공식적으로 열심히 함께 선거운동을 해 온 동지"라고 말했어.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문제없다는 거지.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 국민 정서에 반하게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이에 앞서 순방 직후 대통령 대변인실 공개한 윤 대통령 내외 순방 비하인드 사진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핵심으로 한 중요한 순방 중 윤 대통령 내외가 숙소 인근을 다정한 모습으로 산책하거나, 윤 대통령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진 등이었어. 특히 윤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사진도 공개했는데 바라보는 모니터는 백지 상태였고,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A4 용지를 서류를 살피듯이 바라보는 모습도 있었어.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설정 사진촬영도 어설프다", "국가 세금으로 간 순방 중 대통령 내외가 데이트하는 사진을 굳이 왜 공개한 것인가" 등이 비판이 쏟아졌지. 결국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쓴소리를 했어. 그는 어설픈 설정 사진에 대해선 "귀엽게 봐주면 될 것 같다"라면서도 "참모들은 문제가 많다. 아무리 그래도 그럴 듯하게 연출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어.
-결국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고스란히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것 같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두 달도 안 돼 처음 30%대로 떨어진 결과가 나왔지?
-맞아. 좀 걱정되는 대목이야. 대통령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말이야.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국갤럽이 8일 내놓은 7월 1주 차 여론조사 결과(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7%로 한국갤럽 조사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하락했어. 부정 평가는 49%로 취임 이후 최고치였지.
-세부내용을 보면 국민들이 현재의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야. 부정 평가를 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부정 평가 이유를 물은 결과 '인사'라는 응답이 25%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 12%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8% △외교 6% △독단적·일방적 6% 등의 순이었는데 △김건희 여사 행보도 1%였어. 서민 경제 환경이 물가 폭등으로 갈수록 어렵고, 코로나19 재유행까지 몰려오고 있는 마당에 국민들은 대통령의 입과 리더십만 보고 있는데, 최근 일련의 일들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거지.
◆ 與 '저격수' 청년 정치인..."내 소신이다"
-최근 국민의힘 청년 대변인들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응. '나는 국대다 시즌2' 출신인 박민영 대변인과 곽승용 부대변인이 그 주인공이야. 이들은 여당의 권력 갈등과, 윤 대통령의 '인선' 논란을 향해 "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며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어.
-박 대변인은 지난 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인사 검증에 앞으로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전 정부와 비교해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겨냥했다. 인사 강행보다도 그런 발언들이 아쉬웠다"고 따갑게 쏘아붙였어.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라고 답하거나 "다른 정권 때 하고 한번 비교해 보세요"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을 겨냥한 거지.
-'앞으로 잘하겠다'는 메시지 보다 전 정권을 비교하며 '우리가 낫다'라는 발언을 한 윤 대통령을 꼬집은 거구나. 그런데 박 대변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공군 1호기 동승'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지?
-맞아. 박 대변인은 '문제는 문제라고 인정해야 된다'는 입장이야. 해당 논란을 두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공무 수행 과정에서 공무에 도움이 되고 보조를 지원했다고 한다면 일단 그건 특별수행원"이라고 했어. 여당으로서 윤 대통령 측을 엄호한 것인데, 박 대변인은 정부를 감시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여당'이라는 이유로 방어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거야.
-여당 대변인이 대통령의 언행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모양새인데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가?
-이례적인 일이야. 그래서인지 박 대변인은 심지어 '이준석 대표가 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고 해. 이를 두고 박 대변인은 "소신을 전한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어. 만약,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면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윤 대통령에게 잘 보였다는 거지. 무엇보다도 박 대변인은 "시킨다고 듣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어.(웃음)
-이 외에도 박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 라디오, SNS 등 끊임없이 여당을 채찍질하고 있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인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당원들의 분위기는 어때?
-박 대변인이 '소신'이라고 밝힌 쓴소리에 당원들은 '전화 세례'를 퍼붓고 있다고 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박 대변인 관련한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토로했어. 주로 '가만두지 않겠다', '이 대표와 한 편이냐' 등의 협박성 메시지가 주였다고 해.
-토론배틀에서 함께 선발된 곽 부대변인도 박 대변인의 지지를 표명하며 가세했다던데?
-곽 부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을 지적한 박 대변인의 글을 링크하며 "민심은 천심이고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다. 그 잘못된 것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게 하고 30%의 콘크리트 지지층에게 둘러싸여 민심을 져버렸기 때문에 민주당이 망한 거다. 우리는 절대로 똑같은 실패를 겪어서는 안 된다"고 했어.
-청년 정치인들의 비판은 떠나가는 민심을 살피라는 경고로도 보여. 최근 정부 여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인사 실패가 반영된 것으로 읽혀. 아래에서부터 청년 정치인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직까지 정당이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보이는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하루빨리 내홍을 마무리 짓고 민생을 위해 힘써줬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