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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민간인' 동행…논란 키우는 대통령실 '이상한 해명'

  • 정치 | 2022-07-07 00:00

이원모 비서관 '민간인' 부인 '순방 전체 기획' 문제없다?…여야 모두 "억지 해명"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스페인 순방에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민간인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스페인 순방에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민간인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스페인 순방(6월 27~7월 1일) 전체 행사 기획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무보수 봉사를 한 것이어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코바나컨텐츠 직원 3명이 동행한 것으로 드러나 '대통령 부인 일정 지인 동행'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서 '비선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인사비서관 부인 '순방 동행', 특혜·이해충돌 전혀 없다?"

전날(5일) 대통령 대변인실은 신 씨의 스페인 순방 동행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신 씨는 오랜 해외 체류 경험과 국제 행사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순방 기간 각종 행사 기획 등을 지원했다"라며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민간인 자원봉사자도 순방에 필요한 경우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순방에 참여할 수 있다"라며 "신 씨는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모든 행정적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 출장에 필수적인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수행원 신분인 데다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은 만큼 특혜나 이해충돌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유명 한방 의료재단 이사장의 차녀로, 해당 의료재단의 가족사인 A바이오의 대표를 윤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역임했다. 이 회사는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또한 신 씨는 해당 의료재단의 글로벌 의학교육기관의 글로벌위원장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순방 기간 마드리드 현지 숙소 인근에서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순방 기간 마드리드 현지 숙소 인근에서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의 최초 해명 이후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주요 일정으로 한 이번 대통령 내외 순방 행사 기획에 한방 의료 분야에서 활동한 민간인 신 씨보다 더 '오랜 해외 체류 경험', '국제 행사 기획 역량'을 가진 전문가가 외교부 등 정부기관에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씨는)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하면서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11년 정도 해외에서 유학했다. 그래서 '영어'에 능통하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주로 하는 일이 국제교류 행사 등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일을 했다"며 "해외 행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첫 순방에서 전체 행사를 기획하고, 사전 답사도 하는 업무를 맡기기 위해서 저희가 그분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누가, 어떤 경로로 신 씨에게 나토 순방 행사 기획 참여를 요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또 "(신 씨는) 민간인 신분은 맞지만,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며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어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행사에 반영시킬 수 있는 분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 씨가 윤 대통령 내외와 오랜 인연을 가진 지인 국제 행사 전문가여서 민간인 신분이지만, 순방에 관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신 씨가 관여한 행사에 대해 "스페인 동포 만찬 간담회 등"이라고 소개했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의중 잘 이해하는 민간인"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 씨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기 위해 출근도 했지만, 남편이 인사비서관에 먼저 임명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가족 채용 제한)에 따라 본인이 고사하면서, 채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취재진이 '과거에도 청와대(현 대통령실) 직원의 가족이 기타 수행원으로 대통령 순방에 참여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번 순방에서 기타 수행원은 신 씨를 포함해서 어떤 분들이 있었나'라는 질문엔 "주치의, 통역 등도 기타 수행원이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난 복기왕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복 전 비서관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에서 공군 1호기를 민간인이 타고 간 사례는 부득이하게 비행기(민항기) 일정이 안 맞았던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 사례뿐이고, 실무에 필요한 실무단은 '기타 수행단'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실무 수행단, 정부 장·차관 정도만 수행원이고, 나머지 인사는 별도의 비행기, 별도의 숙소, 별도의 일정으로 현장에서 대통령과 함께하는 일정을 짜지, 이번처럼 답사부터 시작해서 현지 일정까지 민간인이 개입한 사례는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사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차관들과 수행원들, 언론인들 외에는 공군 1호기에 탑승을 안 하고, 숙소도 다 별도로 한다"며 "아무리 인사비서관 부인이라고 해도 민간인이 사전 답사부터 시작해서 행사 내내 중요한 역할을 하게 했다는 것은, 만약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면 탄핵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건 입이 열 개라도 국민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운데 이리저리 핑계를 대지 말고 '잘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 씨의 순방 동행은) 상당히 부적절하고, 잘못됐다.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실에서) 영어를 잘하니까 데리고 갔다고 하는데, 스페인에 가는 데 영어가 왜 필요한가. 앞뒤가 안 맞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장 소장은 "우리가 부적절했다. 앞으로 여러 가지로 잘 살펴보겠다고 솔직하게 해명하고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면 되지 자꾸 억지로 해명하다 보면 '국민들을 우습게 보나'라고 국민들이 아실 거"라며 "이미 보도가 다 났는데, 이런 것들은 깔끔하게 해명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마라비야스 시장 내 한인 교포 식료품점을 방문한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마라비야스 시장 내 한인 교포 식료품점을 방문한 모습. /뉴시스

◆민주당 "대통령실, 국민 상식 벗어난 궤변"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으로 (신 씨가) 행사 기획을 했고,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도록 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공사 구분을 못 하는 궤변"이라며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만 있으면 아무런 기준과 원칙 없이 민간인에게 일급 기밀 사항을 공유하고 대통령 일정과 행사를 기획하게 하는가. 대통령실 직원도 아닌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고, 대통령 숙소에 머물며, 기밀인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했다는 것은 국민 상식을 심각하게 벗어난 일"이라고 질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여전히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돈을 안 줬다고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공짜로 민간인에게 일을 시킨 것은 더 문제"라며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전용기를 포함한 항공편과 숙소를 제공한 것도 국민 세금이 들어간 것으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제2부속실 세팅이 안 되다 보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공사를 구분 못 하면 국정 난맥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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