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 이면의 논란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27일 오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선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며,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의 국제무대 데뷔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에서 나토의 파트너국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가치 연대를 강화하고, 주요 참석국들과 포괄적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文이 간 'G7 미초청'…대통령실 "의장국의 이유 있는 결정"
다만 윤 대통령 내외 출국 전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것과 미국으로 쏠리는 한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을 두고 뒷말도 나왔다.
먼저 윤 대통령은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는 일본·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초청받아 참석하지만, 이에 앞서 26~28일 독일 바이에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는 초청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2021년 2년 연속 G7에 초청받았고, 모디 인도 총리와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G7에 초청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비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조선일보가 26일 외교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가 윤 대통령의 G7 참석을 위해 외교라인을 총동원했으나, 결국 초대받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새 정부의 글로벌 위상이 전 정부에 비해 낮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G7이나 다른 정상회담은 모르겠지만, 군사조약기구의 한 축에 있는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게 맞느냐. 앞으로 중국·러시아와 군사적 대치를 각오하겠다는 의사로 비칠 수 있어 꼭 참석해야 하는지 걱정이 든다"며 "간다니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익을 생각해 (발언에)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대통령실 측은 G7 초청은 의장국(독일)의 고유권한으로, 이번엔 이유가 있는 미초청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G7 정상회의 초청국 선정은 의장국의 고유권한"이라며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4일) 기자회견에서 'G7은 한국과 호주 등 전통적 서구 선진국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선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지난달 6일 연설에서도) 'G7은 서구, 선진국만의 배타적인 클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G7 지평 확대가 올해 G7의 핵심 의제인 만큼 인도·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세네갈이 초청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토서 시험대 오른 尹대통령 '대중 외교'
앞서 언급한 우 비대위원장의 우려대로 중국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북대서양 지역에 속하지 않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국가들이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파트너국으로 참석하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나토는 냉전의 산물이자,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으로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고 유럽 안보 지형을 조작하기 위한 도구"라며 "최근 유럽의 진영 대결을 아태로 복제시켜 놓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나토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대응과 함께 새로운 전략 개념에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이 나토의 아태 지역 국가 초청을 '대중국 견제 포석'으로 받아들여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이 반중 정책으로의 선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중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연장선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초청 4개국 정상이 모이는 별도 세션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와의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면서, 반중·반러 전선에 본격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고난도 외교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 및 결정에 동참하는 모습을 경우 중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이라면서도 "중국과는 한중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토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을 묶어서 반중·반러로 간다고 하면 우리 (경제가) 굉장히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이어 "사실 우리는 나토 정상회의 멤버는 아닌데, (나토 정상회담 후 반중·반러) 공동성명에 서명, 함께 발표했을 때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굉장히 타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건희, 말없이 바뀐 '조용한 내조'
일각에선 김 여사의 나토 일정 동행을 두고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김 여사가 별다른 사과나 해명 없이 '적극적 외조'로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불거진 허위 학력·경력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윤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 전까지 두문불출하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활동을 재개, 최근까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를 제외한 생존한 역대 영부인을 모두 만났다. 또한 고 심정민 소령을 추모하는 음악회에 참석해 공개연설을 하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쳤다.
이에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과거 조용한 내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정리를 한 뒤에 김 여사가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마드리드 방문에서 핀란드·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체코·영국·캐나다·루마니아·EU 측과 양자회담,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담, 나토 사무총장 면담, 스페인 국왕 면담,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 스페인 경제인 오찬 간담회 등 총 14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김 여사는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28일), 스페인 왕궁 투어, 소피아 국립미술관 방문, 스페인 교포 만찬 간담회(29일), 왕립 오페라 극장 방문(30일) 등의 일정에 참석할 계획이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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