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넓히는 李…상임위도 '대선 후보' 코스 선택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중량감 있는 0.5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출근 이후 여의도 입성 3주 차를 맞이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들어 '선배' 민주당 의원들과 접촉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에서 지지자들과의 공개 행보도 나서고 있다. 8월 28일 열릴 전당대회 출마 준비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0.73%표차'로 20대 대선에서 낙선하고 국회로 정치 무대를 옮긴 이 의원에 대한 관심은 초반부터 뜨거웠다. 지난 7일 이 의원의 첫 출근 전부터 그를 향해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전당대회 출마설' 등 구설수가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이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과 관련된 의혹 제기와 관련해 말은 아끼고 '듣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다음날인 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접견을 한 이후 이렇다 할 공개 일정이 없었다. 이 의원은 첫 출근 이후 두 차례 열린 의원총회에도 불참했고 당내 행사나 의원 모임 등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의원의 '잠행(潛行)'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자신을 향해 불거진 민주당의 지방 선거 패배 책임론에 관해 일시적으로 몸을 숙이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의정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간이 아니라서 지역 행사 중심의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비추거나 발언하는 것을 그간 자제한 이유에 대해서도 "지금은 '말할 때'라기보다는 '들을 때'라고 생각해서 (이 의원이) 여러 의견들을 경청하고 있다"며 "(향후) 오며가며 민주당 의원들을 만날 생각이고 행사 일정이 있을 때 시간이 맞으면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의 '랜선(온라인) 소통'은 상대적으로 활발했다. 그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방사포 도발 이후 영화를 관람한 것을 두고 "안보 최고 책임자가 보고받지 못했다면 국기문란이고, 보고 받았다면 대통령의 안보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직격타를 날렸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SNS에 후원금 모집·마감 게시글,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와 관련된 연루설 반박문 등을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 의원의 첫 공식 석상 등장은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이 언급했던 'RE100'(기업이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관련 토론회였다. 지난 17일 이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 축사로 참석했다. 다음날인 지난 18일에도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지지자들과의 만남' 자리를 가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이날 지지자들을 향해 '과격한 언어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 의원이 '선배' 의원들과 연이어 식사 자리를 가지며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최근 행보를 두고 한 중진 의원은 "(이 의원이) 주변 의원들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더라"며 "국회에 (초선으로) 왔으니 당연히 국회에서 의원들을 열심히 만나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이 의원과 만났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8월 전당 대회를 염두에 두고 물밑 활동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의원이 주변 의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면서 출마 우군을 형성해 정면돌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추대' 형식의 당대표 출마를 '설계'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당내에서는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표주자로 재선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의원 등이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자진 출마' 의사를 밝혔고, 당초 출마가 예상됐던 전해철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아직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여전히 당내에선 '이재명 불가론'이 가라앉지 않은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의원과) 만난 적 없다. 저는 (이 의원에게 책임론을 제기한 입장이라) 만나기 좀 그런 모양이다"라며 "이 의원은 (의원들과의 만남이 아니라) 책임 문제에 대해 먼저 제대로 거론해야 한다. 책임질 생각은 않고 전당 대회에 나갈 생각 먼저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라며 이 의원의 행보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의원이 오는 21대 후반기 국회에 제출한 국회 상임위 순위도 화제다. 이 의원은 1순위 국방위, 2순위 외교통일위원회, 3순위 환경노동위원회를 정해 당에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졌다.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 외교와 안보 분야를 다루는 국방위와 외통위는 국정과 안보에 직결된 굵직한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주로 대선 주자나 다선 중진 의원들이 속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 전반기는 기재위, 후반기는 국방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후보였던 만큼 다음 대선을 고려해 해당 상임위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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