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정보 공개'수위 놓고 여야 갈등 '심화'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국민의힘이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진상 규명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사태를 방조했고, 첩보 자료를 조작해 '월북 몰이'를 했다고 날을 세웠다. 내부 당권 투쟁을 향한 눈길을 분산시키고, 여소야대 정국과 민생 위기 상황에서 보수층을 결집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하태경 의원이 단장을 맡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가 첫 출범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에 나포돼 피살되기까지의 '6시간'을 밝히겠다며 의문점을 파고들었다. 문 정부와 민주당을 저격해 대야(對野)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리는 모양새다.
하 단장은 TF 활동의 중점 사안으로 두 가지를 밝혔다. 그는 "문 정부는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에 잡혀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피살되기 전까지) 6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살릴 수 있었나, 없었나가 중요한 쟁점"이라며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살릴 수 있었는데도 방조했다고 보는데, 월북 몰이를 포함한 2차 살인 행위의 전 과정과 배경을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공무원인 이 씨는 지난 2020년 9월 20일 오후 3시 30분쯤 해상에 표류하다 북한 선박에 나포됐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쯤 나포 사실을 보고 받았고, 이 씨는 세 시간 뒤인 9시 40분쯤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6시간'을 파헤치겠다고 했다.
이에 TF는 사건과 관련 있는 국가정보원, 외교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직접 보고받고 현장을 방문해 사건의 전후맥락을 '다시'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관련 부처들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비정상적으로 업무를 운영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격사건 TF'를 뛰운 국민의힘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보관된 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 혹은 고등법원장의 영장이다. 결국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한 특수정보(SI·감청 등을 포함한 특별취급정보) 등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회의록 공개까지만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TF는 민주당에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구체적 진상 조사를 위해선 '입법'과 '법 개정'이 필수적이기에, 여야가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책임 규명을 압박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해당 사건에 전력을 쏟는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전 정권을 겨냥한 대북 문제를 쟁점화해 여소야대 정국에서 상실한 국정 동력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친북 프레임'이 작용하는 야당에 치명타를 입혀 지방선거 이후 시들했던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뿐 아니라 2019년 탈북 선원 북송사건까지 진상규명하겠다며 이슈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또,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상황의 경제위기가 도래한 만큼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안철수-이준석-'친윤계' 등 복잡한 당내 권력 투쟁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정책'으로 돌릴 수 있다는 효과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추가로 별다른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유족들이 여전히 고통 받는 사안을 정쟁에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정운영 초반 여당이 야당과 기 싸움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대북' 문제를 건드려 도덕적·정치적 고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TF는 오는 23일 하 단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함께 국방부를 방문해 진상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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