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지도부 사퇴 18일 만 '기지개'…향후 최 의원 정치적 행보 대폭 축소될 듯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지난달 온라인 회의 도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당 윤리심판원의 칼날이 떨어졌다. 최 의원은 당원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날 윤리심판원은 최 의원이 ①성희롱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 ②해명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해 피해자들에게 심적 고통을 준 점 ③사건으로 인한 당 내외 파장이 컸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 경력 확인서를 써준 데에 대해 최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았다. 법리적 판단에 이은 당내 윤리 기관의 징계가 이어지면서 최 의원이 정치적으로 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정치권의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0일 회의 끝에 최 의원에 대한 '6개월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리심판원은 사건 당시 최 의원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이로 인해 참석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 최 의원이 사건을 알린 당사자를 색출하는 등의 2차 가해 행위를 했는지 등을 판단했다.
당원 자격정지 처분의 경우, 징계대상자의 당직이 자동으로 해제되고, 징계 기간 당원의 권리 행사와 당직 수임이 정지된다. 이는 당원 자격정지 처분 아래 단계인 '당직 자격정지' 처분이나 '경고' 처분보다 높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중앙당 심판위원인 김회재 의원은 당사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 의원의 징계 결정 이유에 대해 세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윤리심판원은 ▲(지난 5월 있었던) 법사위 줌 온라인 회의에서 여성 보좌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희롱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 ▲해명하는 과정에서 최 의원이 자신의 의혹을 부인하며 피해자들에게 계속 심적 고통을 준 점 ▲해당 건으로 인한 당 내외 파장이 컸고 비대위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 요청을 한 점 등을 종합해 해당 결정을 내렸다.
이날 최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으나,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윤리심판위원들은 사실관계에 대해 만장일치로 최 의원이 회의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사실 확인을 하는 데 있어 음성이나 영상 등의 직접적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윤리심판원이 소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들을 직접 조사했고, 기타 간접적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확정하는 데 있어 위원들 사이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해당 사건을 폭로한 당사자를 색출해내려 했던 2차가해 혐의에 대해 윤리심판원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관련해 최 의원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사건 피해자들이 지속해서 겪은 심적 고통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것이 윤리심판원의 전언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2일 비상대책위원회에 해당 징계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독립적인 기구라고는 하나, 최 의원을 향한 당 윤리심판원의 판단이 중징계인 만큼 중앙당 차원에서도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최 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지방선거 패배 이후 처리한 것을 두고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식의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달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온라인 회의 도중 동료 의원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성희롱성 은어('○○○를 친다')를 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 의원 측은 성적 비속어가 아닌 '혼자 짤짤이(어린이들이 하는 놀이를 표현하는 은어)를 하고 있냐'고 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보좌진협회(민보협)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에 대해 '가벼운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해당 발언을 들은 다수가 '오해'를 넘어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는 점을 강조하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최 의원의 해명을 반박하고 나섰다.
한편 최 의원의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당에 처음으로 징계 문의를 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이날 지도부 총사퇴 이후 18일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윤리심판원 회의 당일 오전부터 페이스북에 "최 의원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민주당이 국민이 원하는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길 바란다"며 최 의원의 징계를 요청했다. 그는 민주당이 최 의원에게 '합당한 징계'를 하겠다고 자신과 지방선거 전 '약속'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 의원은 윤리심판원 출석을 미루며 징계 처리가 미뤄졌고, (비대위원장이었던) 제가 비상 징계를 요구했지만, 우리 당은 수용하지 않았다"며 선거 뒤 윤리심판원의 징계가 국민과 민주당 사이의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앞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인 지난 달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비록 윤리심판원에 공이 넘어간 상태지만 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필요하다면 주어진 비상징계권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으며 가장 먼저 '온정주의 철폐' '성폭력 무관용 원칙' 등을 지키겠다며 당의 쇄신 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최 의원이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관련 정치 행보가 더 움츠러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앞서 최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줬다는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까지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최 의원 징계가 중징계나 경징계냐 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어쨌든 관련 발언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생명에 타격을 입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며 앞서 최 의원이 항소심에서 받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 선고를 언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최 의원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박 전 위원장의 '혁신'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최 의원을 두고는 "정치적으로 이미 심각한 내상을 입었고, 해당 사건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