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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나 출신 3명' 김건희 여사 수행…'눈 가리고 아웅' 대통령실

  • 정치 | 2022-06-16 00:00

'코바나 출신들' 봉하마을 일정 동행 감추려다 금세 들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에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 3명이 수행원으로 동행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지난 13일 오후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에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 3명이 수행원으로 동행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지난 13일 오후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에 김 여사가 사적으로 운용하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이하 코바나) 출신 여성 3명이 수행을 위해 동행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당초 대통령실은 수행원들이 코바나 출신이라는 것을 감추고 "대학교수인 지인 한 분만 동행했고, 다른 사람은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4일 더팩트의 <[단독]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지인 수행원', 한 명 더 있다> 보도로 해당 지인 외에 코바나에서 일한 직원 정모 씨도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취재진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2월 14일 '허위 학력', '주가 조작'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두문불출하던 김 여사의 선거운동 참여 여부 취재를 위해 코바나 사무실을 찾았고, 정 씨와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코바나 출신' 지인 1명, 대통령실 직원 2명 여사 공식일정 수행

당시 정 씨는 자신을 코바나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대화 도중 김 여사를 '이모'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더팩트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손으로 붙잡고 황급히 자리를 피한 남성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질의에 "코바나 일을 돕는 분"이라며 "전시를 할 때 무거운 전시품 등 짊을 옮겨주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 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김 여사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7시간 녹취록'에서 김 여사가 잠들었을 때 그의 전화로 걸려 온 이 기자의 전화를 대신 받기도 하고, 지금은 법무부 장관이 된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게 이 기자가 제보할 내용을 대신 전달하는 '중간 전달자'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최측근인 셈이다.

이에 기자는 14일 복수의 대통령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정 씨가 부속실에 채용이 된 것인지, 아니면 두 명의 지인 수행원을 한 명으로 축소해 기자들에게 설명한 것인지', '대통령실에 채용이 됐다면 언제쯤 채용이 됐는지' 등을 물었다.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통해 답변을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5시간가량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14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김건희 여사는 이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경찰 관계자는
14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김건희 여사는 이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경찰 관계자는 "코바나 내부는 상부 명령에 따라 출입 자체가 안 된다"며 "경찰서 경비부서 등에 (취재 가능 여부를)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 40분 대통령실 새 이름에 관한 브리핑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어제 김 여사 봉하마을 방문에서 (지인) 한 명이 더 있었다는 기사도 있었는데, 확인이 된 건가'라는 질문에 "한 분은 지인이고, 한 분은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답했다. 또한 '코바나랑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이라는 게 확인됐나'라는 질문엔 "대통령실 직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리겠다"며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좀 전 질의응답에서 김 여사 봉하마을 방문 때 지인이 한 명 더 있었다는 <더팩트> 기사와 관련해 한 명은 직원이라고 했는데, 그분은 언제 대통령실로 왔는가'라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확인이 안 된다고요?'라고 재차 물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코바나 출신을 채용한 것은 사실상 김 여사 의전이나 일정을 염두에 두고 채용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코바나에서 월급을 받고 일한 적이 없는 분"이라며 "다시 말해 (코바나) 직원이 아니다"고 답했다. 해당 질문은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영부인의 의전과 일정 등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던진 것이었다. 정 씨를 취재했던 취재진 입장에선 황당한 답변을 들은 셈이다.

이후 복수 매체들은 김 여사의 봉하마을 일정에 동행한 대통령실 직원 3명 중 2명이 코바나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정 씨 외에 코바나 직원이었던 '유모 씨'도 정식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15일 오후에도 김 여사와 코바나 출신 관련 질의는 계속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바나 출신 (대통령실) 채용 절차를 밟는 분이 몇 명인가'라는 질문에 "어제 (김 여사 봉하마을 일정) 사진을 보면 여자 네 명이 등장하는데, 한 분은 (대학교수)라고 말했던 김모 교수(전 코바나 전무)고, 나머지 세 분은 대통령실 직원인데, 한 분은 다른 일을 예전에 했고, 두 분 중 한 분은 코바나에서 근무를 잠깐 한 적이 있고, 다른 한 분도 역시 그쪽에서 일을 도왔던 적이 있다"며 코바나 출신 2명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와 수행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 및 분향 후 묵념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와 수행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 및 분향 후 묵념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채용된) 이분들은 모두 '전직' (코바나) 직원으로서 현재 코바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인사들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 여사가 코바나 대표에서 물러날 때 코바나에 사표를 내고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기자와 통화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채용 시기를 묻는 말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다른 관계자는 여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 취임 후 코바나가 사실상 휴업하면서 일괄 사표를 낸 분들 아닌가'라는 질문에 "(코바나에) 사표를 그때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사적으로 운영한 전시기획사의 직원 2명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배경에 대해 "지금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대통령의 경우에도 가까이 두고 일하시는 분들은 원래 오랫동안 일했던, 또는 잘 아는 편한 분들이 대통령실에 가서 같이 일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같이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어떤 영부인이 그렇게 사적으로 청와대에 채용을 했었나'라는 질문엔 "'사적'으로라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다"며 반박했다.

◆'코바나 출신'이 尹대통령과 오랫동안 일한 편한 사람?

공식적으로 대통령실은 김 여사를 전담하는 대통령실 직원은 없고, 김 여사의 일이 있을 때마다 다른 일을 하는 직원 중에서 일부가 지원을 나가서 김 여사를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제2부속실 폐지 공약 파기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코바나 출신 2명은 대통령실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김 여사와 오랫동안 일했고, 또 잘 아는 편한 사람'이지, 대통령이 되기 전 검찰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윤 대통령과 오래 일하고, 잘 아는 편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여사가 잘 아는 코바나 출신을 제2부속실이 아닌 다른 대통령실 부서에 왜 채용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김 여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현재 대통령실에 있느냐는 문제보다 공식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김 여사를 수행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은 100% 필요하다. 만약 김 여사가 집에만 있는다고 해도 집에서 '비선 정치'를 한다는 식으로 몰고 갈 것이고, 밖으로 다니면 대통령 부인의 공식행보가 되어서 자꾸 말이 나온다. 이를 관리하는 게 제2부속실인데, 전문가를 두고 체계적으로 영부인 일정이나 행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정권을 쥔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을 처음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될지 저도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한 번 국민 여러분 의견도 들어가면서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코바나 출신 인사들이 김 여사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에 대해선 "글쎄요,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뭐…"라며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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