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사위원장' 갈등 지속…국회 공전 장기화 조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2주째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실상 입법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 모두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국회의 '개점휴업' 상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원 구성 핵심 쟁점은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다. 국민의힘 송언석·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8일 만나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서로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하지 못한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후반기 국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법사위원장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원내 1·2 교섭단체가 나눠 맡으면서 상호 견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든다. 국회의장단과 법사위원장 선출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회 공회전이 길어지고 있기에 국회의장단을 먼저 선출한 뒤 상임위 협상을 재개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국회의장 후보로 김진표 의원을, 야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 김영주 의원을 선출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반기 상임위를 독식했던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여야 원 구성 합의안을 이행해야 함에도 일방적으로 국회의장단 선출이 우선이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안에는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양보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당리당략에 따라 헌법 파괴를 서슴지 않는 지금의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독식한다면 헌법 파괴, 입법 독재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민심 이반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생 문제와 경제 위기, 안보 불안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면서 "정국을 푸는 책임은 여당에 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당의 양보안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의 위상을 바꿔주든지, 바꿀 생각이 없으면 의석 비례에 따라 법사위를 양보하든지, 권 원내대표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직 문제와 법사위 제도 개선 문제 등을 두고 여야의 견해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사리 원 구성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가 협상에 나서더라도 원만하게 합의점을 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달 말까지 원 구성을 마친다는 기본 계획이 있다.
쇄신 작업에 나선 민주당도 국회 공전 책임은 부담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청문회 절차도 '패싱'되면서 야당의 견제와 검증 책무를 방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13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여야의 원 구성 갈등으로 청문회는 열리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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