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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연 "'대안 정치' 갈증이 진보당에 기회 준 것"

  • 정치 | 2022-06-13 00:00

"현행 선거제도, 소수 정당 출현 봉쇄하는 허점 많아"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진보당의 약진으로 평가되는 것과 관련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진보당의 약진으로 평가되는 것과 관련 " ‘약진’이라는 표현이 사실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종로=송다영 기자] "상대 후보(국민의힘)은 '힘 있는 정당에게 맡겨줘야 예산도 많이 따올 수 있다'라고 얘기했어요. 그 논리보다 주민들께서 원내 의석 하나 없는 (진보당) 후보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줬단 건 '노동자 서민들의 삶이 어려울 때 진보 정당이 제대로 일을 한번 해 보라'하는 상당히 특별한 '명령'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통합진보당의 해산, 그리고 진보당의 탄생. 진보당은 지난 2017년 10월 만들어졌다. 창당 다음 해인 2018년에 첫 지방선거를, 4년 뒤인 지난 3월 김재연 상임대표의 출마로 첫 대선을 마쳤다.

당 해산의 여파는 혹독했다. 당시 통진당 의원이었던 김 상임대표를 포함해 의원들, 보좌진들 지방 의원들까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당이 완전히 없어진 '제로(0) 베이스' 상황에서 시작한 5년간의 분투. 진보당의 이미지를 다시 세우고, 시민들에게 '진보당'을 인지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일 시행된 지방선거에서 진보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당선자 21명'. 2018년 10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한 데에 비해 약 2배 늘어난 인원이다. '전국 유일 진보 구청장'이 탄생한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의 사례도 화제를 모았다. 세간에서는 원내 진보 정당보다 더 많은 당선자를 배출해 입소문도 탔다.

김 상임대표는 '진보당의 약진'이라는 표현에 대해 "전체 4000명이 넘는 당선자 중 21명인 것인데 '약진'이라 표현하기엔 미진한 수준"이라면서도 "당선자들은 10년, 20년, 30년 이상을 지역에서 주민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진보 정치의 외길을 우직하게 걸어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동지들을 떠올린 듯, 그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21명의 당선자 중 과반인 13명이 여성인 것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김 상임대표는 "2019년에 당헌당규 상 '공직선거 출마 후보의 최소 30% 이상 여성 후보에 할당하되 50%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을 포함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보당이 '일 보 전진'했다고 진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준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지선 결과 '거대 양당 집권 고착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당제 정치개혁을 목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도입됐지만, 취지가 무색하게 도입 선거구 내 개표 결과 대부분의 당선자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차지했다. 관련해 김 상임대표는 "중대선거구제가 의미 있으려면 거대 양당의 '복수 공천'도 제한하는 게 옳다"며 "거대 양당의 '밀실 담합'으로 이뤄지는 뒤늦은 '선거구 획정'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더팩트>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진보당 당사에서 김 상임대표를 만나 진보당의 6·1 지방선거 완주와 성적표에 대한 소감, 원외 정당이자 소수 정당인 진보당의 원내 진입 계획, 소수 정당의 진입을 막는 현행 선거 제도에 대한 문제점 등을 물었다. 다음은 김 상임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김 상임대표는 진보당이 지선 결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며 '약진'이라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김 상임대표는 진보당이 지선 결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며 '약진'이라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진보당이 21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약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원내 정당인 정의당보다 높은 결과여서 화제가 됐는데.

일단 저는 ‘약진’이라는 표현이 사실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웃음) 정의당과 비교해서 또는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성적표라는 것에 이렇게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게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그 여파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사실상 거대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으로서 완전히 배제돼 있었던 긴 시간이 있었다. 그런 ‘객관적인 조건’이 너무 나빴기 때문에 그동안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정당이 거대 양당 다음으로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원외 정당인데 (의외네)' 이렇게 보시는 것 같다.

- '전국 유일 진보 구청장'이 된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의 당선도 화제인데

김 구청장은 2011년 울산동구청장으로 한번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적이 있다. 2016년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에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됐고, 2년 전에는 국회의원에 낙선했다.

김 구청장은 '진짜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주민들에게 들으면, 그들과 힘을 모아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 운동'을 벌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것들이 결국 선거 때 힘을 발휘한 거라고 본다.

김 구청장은 과거 조선업 불황 시기에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조선하청노동자 권리선언대회'를 함께 준비했고, 관련 조례 제정이 대표적 공약이었다. 또 3040세대 여성들의 '돌봄 반상회'를 1년 넘게 꾸준히 진행하며 '온종일 돌봄 조례' 추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당선자 21명 중 과반인 13명이 '여성'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진보당 선거 출마자 178명 중에 110명이 여성, 68명이 남성이었다. 다른 정당의 경우, 여성은 비례대표에 몰려있는 편인데, 저희는 지역구 출마자만 놓고 봐도 여성이 동수에 가깝거나 더 많았다. 이건 저희가 굉장히 노력한 결과다. 당헌 당규상 공직선거 출마자들을 남녀 동수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관련한 규정들도 포함시켰다.

-강제 조항인가?

강제 조항도 있고, 동수 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마지노선'이 있다.

(제8조(공직선거후보자 중 여성후보의 수: ①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별, 광역의원선거별, 기초의원선거별 지역구(선출직) 출마 후보의 최소 30% 이상을 여성후보에 할당하되 50%가 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할당방침은 해당선거의 후보선출 전 중앙위원회가 선거방침으로 결정한다.)

김 상임대표는 한국 정치가 특정 세대와 성별을 '과대 대표'하는 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일정 비율 공천 할당제' 등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김 상임대표는 한국 정치가 특정 세대와 성별을 '과대 대표'하는 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일정 비율 공천 할당제' 등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정치권에서는 여성·청년 공천 관련 '일정 비율 할당제'를 두고 반발도 상당하다. 이에 대한 본인 생각은.

현재 한국 정치에서 특정 성별·연령대가 '과대 대표'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상당 기간 할당제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다. 다양한 성별·연령·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할당제가 여러 정당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심각한 불균형 상태다. 그마저도 없어진다고 하면 5060세대 남성에 대한 정치권의 과대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지선을 치르며 진보당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그야말로 '힘 있는 정당'이라고 하는 배경을 지니지 못한 게 후보들이 가진 '거의 유일한 약점'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약점이 유일하다기엔 너무 큰 약점이었던 거다. 특히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는 더더욱 양대 정당의 대결 구도가 강했었기 때문에 그걸 뚫고 당선됐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분명했다.

- 이번 지선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시범도입 됐다. 소수정당으로서 도움이 됐다고 느껴졌나.

진보당은 처음부터 중대선거구제 시범도입 자체에 부정적이었고, 성과를 내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거대양당에서 복수 후보를 공천하면 적게는 2명, 많게는 서너 명 이상을 한 선거구에 공천하기 때문이다. 이게 소수정당 후보들에게 조금이라도 길을 열어주는 룰은 아니다. 중대선거구제가 의미 있으려면 '복수 공천'에 대해서도 제한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보다 심각했던 건 '선거구 획정'을 선거 한달 전에 했다는 거다. 이건 마치 선수가 경기 룰을 모르는 채로 출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저희로서는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이건 오로지 거대 양당의 '밀실 담합'으로 선거구 획정이 되다보니 그런 거다.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현재의 왜곡된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 어떻게 개선되야 할까.

선거구 획정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강제 조항으로 넣는다거나, 정당의 복수 공천을 제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김 상임대표가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열린 다당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김 상임대표가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열린 다당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지방선거 때마다 '의석 순'으로 투표지에 번호를 매기는 것에도 비판하는 시선이 있다.

진보당도 (원외이기 때문에) '기호가 정해지지 않은 정당'이라는 이유로 선거 운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대선 때도, 지선 때도 기호가 정해지지 않았다. 후보 등록 이후에 순번, 의석수, 가나다 순 순서대로 기호를 (원내 정당들이) 정하고 나서야 그때부터 선거 운동복· 현수막 등을 맞출 수 있다. 다른 정당보다 빠르게는 하루, 최대 사흘 이상 늦게 선거운동을 하는 건데,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현행 선거제도가 소수 정당의 출현 자체를 거의 봉쇄하다시피 하는 제도적 허점이 굉장히 많다.

-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진보당에 주는 교훈은 뭐였나.

이번에 투표율이 굉장히 낮았다. 심지어 광주는 37.7%로 역대 최저였더라. 20대 투표율도 낮게 분석됐더라. 거대 양당 중심의 기존 정치에 굉장히 큰 회의를 느끼고,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으로 유권자들이 심판한 거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 유권자들이 '이대로 정치를 완전히 포기할 것인가?' 했을 때 저는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치 대안의 정치에 대한 갈증이 분명히 있지 않겠나. (진보당이 당선된) 21곳에서는 '대안 정치'의 하나의 선택지로 진보당 후보들에게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했다.

진보당의 당선이 잠깐의 뉴스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 '대안 정치'로서의 기대와 관심으로 계속 이어지도록 저희가 역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다.

김 상임대표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노동자 및 약자를 대변한 그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 상임대표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노동자 및 약자를 대변한 그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누구? 1980년생으로 만 41세다. 반값등록금 시위를 주도했고,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로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 차별금지법 발의 등 의정활동을 이어오는 중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후 의정부에서 인생서점을 운영, 다시 바닥에서 진보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최연소' 후보로 출마했다. 현재 진보당 상임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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