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쇄신·리더십 無…'정권 견제론' 소구력 미미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연패' 충격에 빠졌다. 2017년 대선 승리 후 7회 지방선거, 21대 총선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 이후 지난 3월 20대 대통령선거, 1일 8회 지방선거에서 내리 패했다. 접전지로 분류한 대전·세종·경기·충남 등 4곳에서 경기를 제외한 세 곳을 내줬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이 써 내려간 당내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부동산 실정 등에 대한 반성문이 이재명-송영길 두 후보의 '명분 없는 출마'로 퇴색되면서 그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한 점이 가장 큰 패인으로 분석된다.
◆쇄신 없이 대선 패장의 '명분 없는 출마'
"처절한 자기 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서 뿌리부터 모든 것을 다 바꾸겠습니다."
지난 20대 대선 패배 이후 들어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쇄신'을 약속했지만, 눈앞의 지선을 준비해야 한다며 대선 패인(敗因)을 분석을 뒤로 미뤘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준비했다.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연고도 없는 데다 텃밭으로 불렸던 인천 계양을로, 대선을 지휘했던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이들의 명분 없는 출마가 연성지지층의 결집도를 낮추고 중도층에 거부감을 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KB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두 번째 심판을 받은 것 아닌가 싶다"며 "대선 이후에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출범한지 한 달도 안 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겠다는 것보다는 쇄신하겠다는 새로운 보여드렸어야 했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반복된 성비위 논란과 입법 폭주
본격적인 지선 선거운동을 앞두고 민주당 선거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강욱 의원의 이른바 '짤짤이' 발언 논란과 은폐 압력 의혹, 김원이 의원의 보좌관 성폭행 2차 가해 의혹에 이어 3선 박완주 의원의 성폭력 논란이 정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박 의원을 즉각 '제명' 조치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빠르게 대응했지만 지난 4.7재보궐 선거의 주요 패인으로 지목된 '권력형 성비위'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내부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또 대선 직후 '검찰개혁을 매듭짓겠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관련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 채택하고 입법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키는 '꼼수'로 여야 조정 기구인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고, 임시회 회기 쪼개기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료시켰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임대차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입법 독주' 프레임에 갇히면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막판 내홍 등 리더십 부재
선거 판세가 악화하자 막판에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은 86용퇴론, 팬덤 정치와의 결별, 온정주의 타파 등 쇄신 목소리를 냈지만, 이마저도 적절성을 두고 당 지도부 간 갈등으로 비화했다. 4일 만에 박 위원장의 쇄신안(△청년 정치 문호 넓히기 △범죄행위에 무관용 원칙 적용 △대선 대국민 공약 신속 이행 △당원 해당행위와 언어폭력 엄격 대처 △기후위기, 국민연금, 인구소멸, 지방청년 일자리 해결 등 미래 입법 추진)을 지선 이후 추진하기로 협의하면서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바깥으로 표출된 내홍은 이는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에선 '후보가 돋보여야 하는데 비대위 내분으로 선거를 망친다'는 비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선거 막판에 여러 가지 잡음을 낸 것은 큰 실책"이라며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지도부 책임론을 언급한 바 있다.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는 중구난방인 선거전략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전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약 등을 중앙당과의 조율 없이 후보 개별적으로 발표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내놓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공세를 펼쳤고, 당 지도부는 물론 민주당 제주 선대위는 "제주의 미래와 자주권은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에게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표명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도 '당내 조율 없이 나온 것은 문제 있다" 당내 엇박자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아니면 말고 식의 설익은 공약으로 국민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며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급조된 공약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취임 컨벤션 효과'로 정권 견제론 영향 미미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2개월여 만에, 윤석열 정부 공식 출범(5월 10일) 이후 22일 만에 치러지는 만큼 '취임 컨벤션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통상 여론은 '정권 안정론'에 힘을 실어주는데 이번에도 이 같은 흐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였다. 용산 집무실 이전 강행과 인사 검증 부실 논란으로 국정 운영 기대치가 낮았다. 하지만 취임 이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다수의 여당 의원과 함께 참석해 '통합' 메시지를 내고 사죄를 통해 '군사독재 세력의 후예'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전통 보수정당과 차별화를 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통해 한미 정상 간 우애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선거 직전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는 등 '여당 프리미엄'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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